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틱톡’ 인수를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트위터 등 미국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AFP연합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틱톡’ 인수를 놓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트위터 등 미국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AFP연합

중국의 동영상 공유 업체인 ‘틱톡(TikTok)’ 인수를 놓고 미국 업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트위터가 가세하며 판이 커진 가운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까지 잠재적인 틱톡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사용자가 15초~1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는 방식이다. 2016년 9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 한국과 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미국·캐나다·영국 등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전 세계 사용자만 8억 명에 이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싱가포르, 일본 도쿄, 서울 등에 글로벌 오피스를 두고 있다.

애초 틱톡 인수의 유력한 후보는 MS였다. 하지만 최근에 트위터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가 틱톡의 미국 사업 합병 가능성을 놓고 바이트댄스와 예비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위터의 경우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위터의 시가 총액이 290억달러(약 34조4100억원)인 데 반해, 틱톡의 미국 사업부 가치는 150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서 500억달러(약 59조33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MS는 틱톡의 북미, 유럽, 인도 등 해외 사업을 모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NBC는 8월 5일(이하 현지시각) MS가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틱톡 사업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100억~300억달러(약 12조~36조원)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MS는 틱톡 인수를 통해 소비자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MS는 2016년에도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을 260억달러(약 30조7800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도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CNBC는 8월 9일 ‘MS가 안 된다면 넷플릭스가 틱톡을 인수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많은 사람은 넷플릭스의 중점 사업인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비디오 게임이나 유튜브를 이용한다”며 “넷플릭스가 틱톡을 인수하면 이런 ‘대체 위협’을 없앨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CNBC는 “넷플릭스의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는 광고 사업도 틱톡을 통해 할 수 있어 넷플릭스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구글과 페이스북 역시 틱톡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틱톡 인수 이슈가 불거진 건 중국의 개인 정보 유출 의혹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6일 “45일 뒤부터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거래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틱톡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微信)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에 대해선 “중국 공산당 허위 정보 캠페인에 이용될 수 있다”고 했고, 위챗에 대해선 “미국인 개인 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틱톡은 8월 7일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행정부의 결정은 출처가 불분명한 ‘보고서’와 앱이 ‘정보 오용에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추측 등에 대한 우려를 기반으로 한 게 분명해졌다”며 “이 행정명령은 투자를 유인하고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미국 법치주의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라고 밝혔다. 틱톡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짚어봤다.


포인트 1│틱톡의 성공 비결은

틱톡 인수에 내로라하는 미국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달려드는 이유는 뭘까. 블룸버그는 틱톡이 인간의 본성에 맞는 서비스라고 분석했다. 인간은 텍스트보다 그림을 더 좋아하고, 무엇보다 움직이는 그림을 좋아하는데, 틱톡이 서비스하는 짧은 동영상이 이런 본성을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틱톡의 비디오 제작 도구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쉽다는 이유도 있다. 블룸버그는 페이스북과 달리 틱톡은 소셜네트워크가 아니라고 봤다. 틱톡은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 ‘듀엣’과 ‘챌린지’라는 기능을 통해 콘텐츠가 확장돼 사용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틱톡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10대 인터넷 이용자의 절반이 틱톡을 사용하며, 바이트댄스의 가치는 1000억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고 봤다.


포인트 2│인수하면 무슨 이득이 있길래

MS와 트위터 등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틱톡 인수에 관심이 있는 건 틱톡이 유일하면서도 돈까지 되는 사업을 펼치기 때문이다.

틱톡은 사진이나 텍스트를 공유하는 기존 SNS나 상대적으로 재생 시간이 긴 동영상을 공유하는 유튜브와 달리 15초~1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공유한다. 이를 통해 10~20대로부터 인기를 얻으며 광고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지난해 거둔 매출액은 1400억위안(약 24조원). 회사 측은 올해 예상 매출액을 2000억위안(약 34조원)으로 정했다. 전년보다 43% 증가한 수치다.

틱톡 인수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이 왜 이렇게 틱톡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이 있는 MS는 틱톡 인수를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분야를 확장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다만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틱톡 인수는 독이 든 성배”라고 경고했다. 트위터와 넷플릭스 역시 틱톡 인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틱톡은 미국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맹공격을 받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틱톡은 미국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맹공격을 받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포인트 3│기술 新냉전

틱톡을 퇴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결국 중국과의 힘 싸움 때문이다. 과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를 두고 서방과 러시아·중국이 냉전을 겪었다면, 이제는 기술을 바탕에 둔 신(新)냉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틱톡을 두고 두 나라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6일 틱톡과 위챗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중국은 다음 날인 7일 “미국의 기업 탄압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기업들은 시장 원칙과 국제 규칙에 따라 상업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미국 법을 준수하는데 미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힘을 남용하고 미국 외 다른 기업을 무리하게 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노골적인 패권 행위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