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일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사,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과 석사 /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를 서비스하는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는 “성형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대형 병원의 신화를 깰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힐링페이퍼
홍승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사,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과 석사 / 성형 정보 앱 ‘강남언니’를 서비스하는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는 “성형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해대형 병원의 신화를 깰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힐링페이퍼

서울 강남 일대를 자주 돌아다닌 사람이라면 분명히 길거리에서 여러 번 본 광고가 있을 것이다. 새하얀 바탕에 검은색 굵은 글씨로 쓰인 ‘강남언니’. 노골적이고 민망한 유흥업소 광고를 이렇게 대놓고 할 리는 없을 테고, 설마 성형 수술 광고? 그렇다면 이보다 더 적절한 이름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하다.

강남언니는 힐링페이퍼가 서비스하는 미용의료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어느 병원에서 가장 안전하게 성형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코를 오뚝하게 세워주는 성형을 가장 잘하는 병원은 어디일까?’ ‘불필요한 시술까지 권유하진 않을까’. 섣불리 결정 내리기 어려운 성형에 대한 미용의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성형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사람들의 우려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동기 2명이 뭉쳐 만들었다.

의사가 만든 미용의료 정보 앱이라는 점을 내세워 광고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는 “나는 의사가 아니라 사업가”라고 계속 강조했다. 홍 대표에게 의사 면허증은 대부분의 사람이 다 보유하고 있어 자랑할 수 없는 운전면허증과 다를 바 없단다. 사회적인 명예와 억대 연봉을 쥘 수 있는 의사를 포기하고 홍 대표가 스타트업 사업가로 나선 이유는 뭘까. 8월 13일 서울 역삼동 힐링페이퍼 사무실을 찾아 홍 대표와 인터뷰했다.


서비스 이름이 꽤 도발적이다.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의전원 본과 1학년 때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위한 ‘힐링페이퍼’라는 앱을 출시했다. 2년 정도 했는데 비급여 의료 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게 됐지만, 정작 사업은 잘 안 됐다. 사업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도 갖다 붙일 수 있고 저기도 갖다 붙일 수 있는 이름으론 안 된다고 봤다. 리서치를 해보니 성형 수술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주로 24세 이하 여성이고, 이들이 강남언니의 핵심 소비자였다. 이들에게 ‘강남언니’라는 단어를 보여주니 성형이라는 키워드를 바로 떠올렸다.”

왜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나.
“본과 1학년 때 의전원 정보 사이트를 만들었다. 틈나는 대로 했는데도 월 2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이 정도만 노력해도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정보통신기술(ICT)과 의학이 본격적으로 만나면 얼마나 더 큰 서비스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규모 제한적인 것을 규모 가변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사례라고 생각했다. 의학도들은 백이면 백 ‘대한민국 최고가 돼 환자들에게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이 극도로 규모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환자가 몰리고 하루에 여러 차례의 수술을 하다 보면 6개월에 한 번 온 환자의 얘기도 3분밖에 못 들어주는 사례를 자주 봤다. 규모 제한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진료의 영향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최근 일본 미용의료 플랫폼 회사 루쿠모를 인수했다. 어떤 사업을 고민하고 있나.
“2019년 11월에 일본판 강남언니를 출시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성형 수술이나 시술을 받으러 오는 이용자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들의 한국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소비자부터 시작해 점차 일본 시장까지 서비스를 확장하자는 애초 계획을 전면 수정해 일본 시장 확대에 에너지를 쏟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지 업체를 인수했다. 루쿠모 인수는 이런 계획에 전략적인 힘을 싣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수익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대형 병원의 경우 코로나19 타격이 크다. 병원 규모가 점점 작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다수의 병원은 한국인 중심이라 타격이 크지 않은 편이다. 강남언니의 경우 수익 구조가 100% 광고에 집중됐고, 국내 이용자가 대부분이라 타격이 크지 않다. 다만 새로운 기회로 보고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일본 시장이 아쉽긴 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만 하더라도 이용자 관련 지표가 급등했고, 그대로라면 국내 매출의 10분의 1 정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플랫폼 서비스를 보면 항상 이해 당사자와 문제가 생긴다. 강남언니도 성형외과 의사와 갈등이 생길 수 있을 텐데.
“의사들은 강남언니 같은 플랫폼을 별로 안 좋아했다. 긍정적인 점은 최근 성형외과 의사들이 점점 강남언니의 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언니는 성형외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100%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병원에 상담 신청을 하면 병원으로부터 클릭당 과금 형태의 광고비를 얻는 구조다. 의사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라 같은 밥그릇 안에 들어오는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강남언니 취지에 공감해주는 의사가 많다. 우리는 비대칭적인 미용의료 시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마케팅을 많이 하는 대형 병원이 모든 수술과 시술을 다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광고에 소비자가 현혹되는 것일 뿐이다. 강남언니의 목표는 이런 ‘신화’를 깨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언니는 직접 시술받은 사람의 후기와 이용자의 평판을 바탕으로 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형병원 광고료를 무시 못 할 테고, 병원들이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선정적인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강남언니는 특정 병원 매출에 기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용의료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가령 가슴 확대 수술을 잘하는 병원이 있다고 해도 하루에 100명을 할 순 없다. 대형 병원이 다른 중소 병원보다 광고비를 100배 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대형 병원과 중소 병원의 광고비 차이가 크지 않다. 강남언니는 자체 알고리즘과 데이터 모니터링을 통해 브로커와 악성 병원·사용자의 활동을 제한한다. 성형을 한다는 건 인생에서 매우 큰 결정이다. 우리가 돈 벌겠다는 이기심을 부리면 사업이 망가진다. 자극적인 마케팅을 막아야 우리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정부 정책과 규제에 민감한 사업이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또 제56조 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 광고를 하지 못한다. 강남언니의 서비스는 앱을 통한 광고로 볼 수 있다. 의료광고의 연장이란 얘기다. 기존 판결이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보면, 불법 브로커처럼 행동하는 건 명백한 유인·알선 행위다. 반면 클릭·배너 광고의 경우 의료광고로 본다. 강남언니는 명백하게 합법이라고 생각한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해 위험 요인을 줄이고 있다.”


Plus Point

강남언니 운영사 힐링페이퍼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서비스하는 힐링페이퍼는 2012년 7월 설립됐다. 2019년 말만 해도 50명이었던 직원이 현재 80명에 이르며, 강남언니의 누적 사용자는 230만 명을 돌파했다. 월간 순 이용자 수(MAU)도 30만 명에 육박한다. 중국 최대 벤처캐피털인 레전드캐피털과 한국 프리미어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등으로부터 그동안 2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