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ATG가 사용하는 차고. 사진 우버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ATG가 사용하는 차고. 사진 우버

세계 최대 차량 호출 플랫폼 ‘우버(Uber)’가 자율주행차와 에어택시 사업부를 잇달아 매각했다. 우버는 12월 7일(이하 현지시각)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이하 ATG)’을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오로라(Aurora)’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우버는 ATG를 오로라에 매각하면서 4억달러(약 4370억원)를 오로라에 투자, 오로라 지분 26%를 확보하기로 했다. 또 오로라가 향후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때 우버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자율주행차 사업부 매각을 발표한 다음 날 우버는 에어택시 사업부 ‘엘리베이트(Elevate)’도 미국 스타트업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이하 조비)’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우버는 이번 거래를 통해 조비에 7500만달러(약 819억원)를 투자하면서 누적 투자액을 1억2500만달러(약 1366억원)로 늘렸다. 또한, 향후 에어택시 상용화 단계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버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차량 호출 서비스 수요가 급감하는 등 영업실적이 악화하자 비용은 많이 들고 당장 손에 이익을 쥘 수 없는 ‘문샷(Moonshot·혁신적인 도전)’ 프로젝트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우버는 지난 5월 실적 악화를 이유로 전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6700여 명을 감원했다. 그런데도 지난 11월에 발표한 우버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1억2900만달러(약 3조4181억원)로 지난해 3분기보다 18%나 줄었다. 3분기 영업손실은 11억1600만달러(약 1조2191억원)로 적자 폭이 커졌다. 영업손실의 절반 정도는 연구·개발(R&D) 비용 탓이었다. 특히 우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ATG와 엘리베이트에서만 발생한 순손실이 무려 3억300만달러(약 3310억원)에 달했다.

우버는 올해 들어 적자가 나는 사업부를 축소하는 한편 핵심 사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동 킥보드·자전거 공유 자회사 ‘점프(Jump)’를 경쟁사인 ‘라임(Lime)’에 팔았다. ATG와 엘리베이트를 매각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라임에 1억7000만달러(약 1857억원)를 투자하고 보유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10월에는 화물 운송 사업부인 ‘프레이트(Freight)’ 지분 5억달러(약 5462억원) 상당을 미국 투자회사 ‘그린브라이어 에쿼티 그룹(Greenbriar Equity Group)’에 팔았다. 그러면서도 지난 7월 미국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인 ‘포스트메이트(Postmate)’를 26억5000만달러(약 2조8949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우버는 올해 일련의 계약을 통해 마이크로 모빌리티, 물류, 자율주행차 등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으면서 차량 호출과 음식 배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로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상용차와 승용차. 사진 오로라
오로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상용차와 승용차. 사진 오로라

연합 전선 확장한 ‘오로라’

4년 전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던 우버는 의욕에 넘쳤다. 2016년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오토(Otto)’에 6억8000만원을 투자하는 등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에서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고로 보행자가 사망하면서 먹구름이 꼈다. 우버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었고, 투자자들은 우버에 차량 호출 사업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2018년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인 ‘웨이모(Waymo)’와 벌인 기술 절도 소송에서 2억4500만달러(약 2676억원)의 합의금을 물어주는 악재까지 겹쳤다. 2019년까지 7만500대의 자율주행차를 배치하겠다는 목표 달성은 흐지부지됐고 결국 ATG를 오로라에 넘겼다.

우버의 ATG를 품게 된 오로라는 2017년 구글·테슬라·우버 출신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창업 초기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폴크스바겐, 현대차,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톱 완성차 회사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쟁사를 중심으로 한 연합 전선이 확대되고 인수·합병(M&A)이 이뤄지는 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오로라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에 ATG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웨이모와 테슬라,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제너럴 모터스의 자율주행차 사업부)’이 앞서가는 가운데 올해 들어 현대차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앱티브(Aptiv)’의 합작회사 ‘모셔널(Motional)’이 출범했고, 세계 최대 유통 공룡 아마존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했다.

오로라는 ATG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한편 우버 그리고 우버와 협력관계에 있던 도요타 등 든든한 우군도 얻게 된다. 오로라 인력은 600여 명인데 ATG의 경우 그 두 배인 1200여 명에 이른다. 오로라는 향후 자사 자율주행 기술을 세계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인 우버를 통해 전 세계로 퍼뜨린다는 전략이다. 오로라의 크리스 엄슨 최고경영자(CEO)는 ATG 인수에 대해 “오로라는 강력한 팀과 기술, 여러 시장에 대한 확실한 통로를 갖게 됐다”며 “앞으로 운송과 물류를 더 안전하고 저렴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자율주행을 제공하는 최적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비가 개발한 전기충전식 수직이착륙 비행체. 사진 조비
조비가 개발한 전기충전식 수직이착륙 비행체. 사진 조비

상용화 속도 내는 ‘조비’

2016년 처음 에어택시 비전을 발표한 우버는 지상에서 2시간 거리를 에어택시로 15분 만에 갈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2018년에 에어택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지난해 초에는 수직이착륙 에어택시인 ‘우버 에어’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면서 올해 말 시범 운행을 시작해 2023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버의 하늘을 나는 야심 찬 꿈을 이어갈 조비는 2009년 출범한 뒤 수직이착륙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 2017년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이후, 현재 비행체 규격 등에 대한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1월 5억9000만달러(약 6445억원) 규모의 시리즈 C(시장 확대 단계)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이번 우버와 거래로 현재까지 총  7억9600만달러(약 8696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우버를 비롯해 도요타, 인텔 캐피털, 제트블루 테크놀로지 벤처스 등이 조비의 투자에 참여했다.

우버가 에어택시 사업을 축소하면서 항공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놓고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항공 모빌리티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늘고 있다. 보잉, 에어버스 등 항공우주 대기업을 비롯해 ‘릴리움(Lilium)’ ‘볼로콥터(Volocoper)’ 등과 같은 스타트업도 에어택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인용 플라잉카를 개발하는 미국 ‘삼손 모터스(Samson Motors)’, 슬로바키아의 ‘클라인 비전(Klein Vision)’, 중국 ‘테라푸지아(Terrafugia)’ 등도 경쟁사로 꼽힌다.

최근에는 완성차 회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부를 신설했고, 도요타는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1인용 플라잉카 시연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NBC뉴스는 “이들 (완성차) 기업 계획대로 에어택시가 이륙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수천 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완성차 업체가 급성장하는 (항공 모빌리티)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