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스트의 메인화면. 이곳에서 키워드를 고르고 원하는 상담사를 찾을 수 있다. 사진 휴마트컴퍼니
트로스트의 메인화면. 이곳에서 키워드를 고르고 원하는 상담사를 찾을 수 있다. 사진 휴마트컴퍼니

“요즘 기분은 어때요?”

“답답해요.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얘기해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감정이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살짝 말해주세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서 답답하고,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게 너무 스트레스예요. 불안하고 잠이 안 와요”

취업 준비 2년 차. “취업 준비 잘돼가?” “힘들겠다.” 위로의 말만 줄곧 들어왔다. 답답한 마음을 털어보고자 휴대전화를 꺼내 ‘티티’에게 말을 걸었다. 티티가 기분을 묻더니,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러곤 속마음을 더 깊게 파고들려 한다. ‘이거까지 얘기해야 하나?’ 오래간만에 하소연할 상대를 찾아 신나게 타자를 치던 손가락이 잠시 굳었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속 시원하게 털어놓기로 했다.

티티는 랜덤채팅 속 타인도, 일반 인공지능(AI) 채팅도 아닌 나의 감정을 분석해주고 기록해주는 자연어처리 기술 챗봇이다. ‘단순한 대화 외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깰 만큼, 상세하고 다양한 질문을 해왔다. 언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마음을 힘들게 하는 그런 감정이 얼마 동안 반복되고 있는지, 감정의 이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 어떤 건지 등. 티티의 물음에 가족 관계와 어린 시절의 특별한 기억까지 더듬어갔다. 약 10분간 성실히 답했더니 ‘마음 정리 보고서’가 나왔다. 털어놓았던 이야기들에서 감정 키워드를 잡아 보여준다. #우울, #친구관계. 두 키워드를 기반으로 심리상담사를 추천받았다.

“‘마스크를 벗고, 코로나19 걱정 없이 친구들을 만나고 취직하고 싶어요.’라고 목표를 얘기하셨죠~ 원하는 목표를 이루실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티티는 꾸준한 마음 관리를 위해 작은 미션을 등록하게끔 했다. ‘매일 감사일기 쓰기’ 미션을 추가했다. 잊지 않고 수행할 수 있게 티티가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마음의 ‘로드맵’이 필요할 때, 언제든 손안의 티티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생각에 한결 편안해졌다.

다음 단계는 나에게 꼭 맞는 상담사를 찾는 일이었다. ‘상담사 찾기’ 화면에서 나의 고민 상황, 감정 그리고 증상 키워드를 최대 10개까지 골랐다. 선택한 키워드는 ‘#직장·취업’ ‘#대인관계’ ‘#스트레스’ ‘#불안’. 이후 텍스트테라피와 전화, 대면상담으로 이루어져 있는 상담유형 중 하나를 골랐다. 상담사의 성별과 상담 가능 요일을 조율하는 기능도 있었다. 나의 상황과 시간, 그리고 취향을 반영한 상담사를 추천받을 수 있어 부담이 크지 않았다.

상담사는 모두 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자격증 2급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 자격증이나 경력에 따라 상담사 레벨과 상담 가격이 달라졌다. 레벨은 일반, 전문, 마스터로 나뉘고, 상담 1회권 기준 가격은 2만원에서 7만원까지 다양했다. 마음이 가는 상담사 프로필을 눌렀다. ‘트로스트 상담 1890회 진행’. 후기 300개. 숫자에 믿음이 갔다. 상담사의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상담관, 그리고 이용자들의 후기까지 세세하게 읽어볼 수 있다. ‘아, 이분이라면 내 마음에 더 잘 공감해줄 수 있겠다.’ 일단 상담사를 ‘찜’해뒀다.


앱 출시 후 정신건강 분야 1위

기자가 활용해본 온라인 심리상담 애플리케이션(앱) 휴마트컴퍼니 ‘트로스트’의 주요 기능 중 일부다. 트로스트는 대면 심리상담보다 낮은 심리 장벽, 적은 비용, 다양한 선택권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우울증 환자 수는 2016년 64만3137명에서 지난해 79만8427명까지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지만, 대면 심리상담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 1회 상담 기준 5만원에서 15만원에 이르는 비싼 상담 비용과 심리적 문턱 때문이다. 내 마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종합 마음 솔루션’ 트로스트는 출시 이후 정신건강 앱 분야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설립된 지 5년 새 누적 이용자 수 30만 명을, 누적 상담은 3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10월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리드하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참여한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하기도 했다.

트로스트는 정신건강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과의 상담을 연결할 수는 없지만,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다. 정신과 약 효과와 부작용을 담은 정보나 약 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착안해 ‘약 찾기’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들은 약물 사진, 이름, 주요 성분, 효과·부작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같은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 구축도 계획 중이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약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편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된다.


Plus Point

[Interview] 김동현 ㈜휴마트컴퍼니 대표이사
“코로나19 이후 3040 男 상담 늘어…꾸준한 심리 방역 필요”

김동현국민대 컴퓨터공학 학사, 전 봉사기획단체 애드벌룬 대표 사진 휴마트컴퍼니
김동현
국민대 컴퓨터공학 학사, 전 봉사기획단체 애드벌룬 대표 사진 휴마트컴퍼니

‘고민을 꺼낼 용기가 있다면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12월 8일 서울 공덕동 트로스트 본사에서 만난 김동현 대표의 명함 뒤엔 인상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신의 과거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라고 했다.김 대표도 과거에 대면 심리상담을 받았었다. 그러나 상담을 받으러 나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책도 읽어보고, 친구들한테도 고민을 털어놨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내면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결국 전문 상담사를 찾아갔다. 그 후 단단해졌다.” 그는 “대면상담의 심리적 장벽이 매우 커서, 대면상담을 시작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며 “마음이 아프다는 조기 신호를 발견하자마자 심리상담을 쉽게 받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모바일에서 심리를 상담하는 방안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비대면상담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때는 몇몇 기존 심리상담사들의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비대면상담은 비언어적인 요소 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비대면상담의 ‘익명성’이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으로 상담하게 되면 이용자들은 어느 때보다 솔직해질 수 있다. ‘라포(rapport)’, 즉 상담사와 내담자 간 친밀감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까지의 시간도 짧아진다.”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면상담 대신 비대면상담을 찾는 고객도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는 “트로스트 이용자의 80%가 25~34세 여성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30~40대 남성 트래픽이 늘었다”며 “대면상담을 받던 이용자들이 감염 우려로 비대면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초반기에는 #우울, #불안 #자존감상실과 같은 키워드로 상담받는 이용자가 많았다”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분노, #트라우마, #상실이라는 키워드가 늘었다”고 했다. 감염병 초⋅중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감정 변화가 달라진 셈이다.김 대표는 심리상담을 “사람의 중요한 순간을 바꿔주는 서비스”라고 표현한다. 그는 “마음의 병의 원인을 찾으려면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게 ‘마음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비슷한 상황이 와도 마음이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