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AP연합
2월 24일 촬영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AP연합

“원자력발전소(원전·原電)는 폐기가 아닌, 잘 통제·관리돼야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월 6일 ‘후쿠시마의 교훈’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커버 스토리 기사의 핵심 메시지다. 제대로 통제된 원전은 안전하고, 탄소 배출이 제로(0)에 가까운 원전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흘렀다. 2011년 3월 11일 당시, 후쿠시마 원전은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지진 해일)로 전기·냉각수 공급이 끊기면서 노심(爐心·핵분열 연쇄 반응이 이뤄지는 곳)이 녹아내리고 수소 폭발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원전 주변 대기, 토양, 바다,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노출됐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준을 레벨 7로 발표했는데, 이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고 위험단계로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등급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이란 제목으로 커버를 실은 3월 6일 자 ‘이코노미스트’. 사진 이코노미스트
‘후쿠시마의 교훈’이란 제목으로 커버를 실은 3월 6일 자 ‘이코노미스트’. 사진 이코노미스트

“후쿠시마 사망자 대부분 원전사고 아닌 쓰나미 탓”

‘이코노미스트’는 10년 전 후쿠시마 사망자의 대부분이 원전사고가 아닌 쓰나미 탓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돼야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기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폐로(원자로 해체)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폐로 작업 기간을 30~40년을 목표로 2051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핵 연료 추출 및 제거, 오염수 처리 등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일본은 원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우선 일본은 원전 운용 및 관리 규제를 강화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2012년 일본 정부는 원자력협회 등과 함께 원전사고 원인과 개선 사항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고, 강력한 규제 기관인 일본 원자력감독기구(NRA)를 설립했다. 원전사고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혁신 원자로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일본 기업의 자국 이탈 현상 등 일본의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 발생과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원전 재가동 정책으로 선회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기술로 흡수해 실질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특히 원전을 다른 에너지와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18년 전력 공급의 2% 정도였던 원전 비율을 2030년에는 20~22%로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50년에는 에너지원을 해상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50~60%, 화력·원자력 등 30~40%, 수소·암모니아 10% 등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려면 원전이 필수”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54기 원전을 전면 가동 중단했다가 현재 약 9기를 가동하고 있고 추후 가동 원전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미국 원전 육성

일본 외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탄소중립을 목표로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월 5일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제출한 정부 업무 보고에서 “안전한 사용을 전제로 적극적이고 정연하게 원자력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공개된 중국 제14차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작년 말 51의 원자력 발전 능력을 2025년까지 70로 27% 늘리기로 했다. 작년 말 기준 건설 중인 원전만 총 21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중국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비중을 동시에 늘리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 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26.2%였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5년 42.6%로 높아질 전망이다. 원전 비중 역시 2035년 12.2%로 2019년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롱 등 중국 3세대 원전 등 독자 기술의 고도화도 추진한다.

미국 역시 기존 원전 활용은 물론 차세대 원전 투자에 적극적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원자력 전략 비전’에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통한 원전 계속 운용, 원전 발전량 유지, 차세대 원자로 개발, 원전 산업 공급망 확대 등 미국 원전 산업 생태계 재건을 공식화했다. 미 의회는 올해 예산 중 첨단 원전 연구개발 비용으로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책정했다.


Plus Point

일본, 오염수 처리도 고민 도쿄올림픽 이후 공개하나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하루 150t가량 발생하는 ‘오염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쿄전력은 원전사고 이후 뜨거워진 노심을 식히기 위해 원전 내부로 많은 냉각수를 부었고 이후 빗물·지하수가 흘러들면서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을 일부 제거한 뒤 ‘처리수’라 부르며 원전 용지 내 1000여 개 탱크에 보관 중이다.

하지만 오염수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이 남아 있다. 탱크 1000여 개에 보관할 수 있는 오염수 용량은 137만t이고 현재 탱크의 90%가량이 찼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태평양으로 해양 방류하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 반발과 한국 등 국제 사회의 반대로 이 같은 방안 집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이후 오염수 방출과 관련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까지는 국제적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월 6일 후쿠시마를 방문, “(오염수 처리)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