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인근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에서 샐러드를 먹으려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인근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에서 샐러드를 먹으려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강남역 인근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운호(33·가명)씨는 아침마다 회사 앞 샌드위치 가게를 들른다. 닭고기에 야채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 가게의 치킨 야채 샌드위치는 7900원이지만 커피와 함께 구성된 ‘음료 세트’로 주문하면 할인된 가격 6400원만 내면 된다. 김씨는 “한끼 식사로 비교적 비싼 금액이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며 “평소에 잘 못 챙겨먹기 때문에 아침이라도 잘 챙겨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홍서은(31)씨는 최근 회사 근처 카페에서 일주일 샐러드 식단을 결제했다. 치킨·카프레제 등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샐러드를 제공하는 식단인데, 3만1000원인 전체 식단 가격을 2만6000원으로 할인 판매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샐러드를 샌드위치로 바꿀 수 있고 커피·플레인요거트 등 음료 메뉴를 2000원가량 할인된 금액에 이용할 수 있다. 홍씨는 “요즘에는 간편한 아침식사가 많이 나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간편하게 아침식사로 샐러드, 샌드위치 등 끼니 대용 음식을 사먹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소비자를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침식사 시장 규모는 2009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조원으로 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침식사 시장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없지만 카페 프랜차이즈나 샐러드 카페에서 파는 브런치 메뉴, 샌드위치·김밥류 등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 제품, 정기 배송 간편식 등을 아침식사 범주로 보고 시장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식사 시장의 성장세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4월 여의도역 인근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샐러드 카페 ‘피그인더가든’을 열었다. 샐러드 하나에 1만~1만2000원 정도로 비싸지만 이른 아침에도 매장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다. SPC그룹 관계자는 “아침밥을 자주 거르는 남성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신분당선 인근에 2호점을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업계는 메뉴를 다양화해 직장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컵시리얼, 빵, 바나나 등에 음료를 추가할 수 있는 모닝세트를 내놓았던 이마트24는 최근 휴대용 커피와 스콘으로 구성된 아침세트를 출시했다. 커피와 스콘을 한 손으로 들고 이동할 수 있도록 컵커피 뚜껑에 스콘을 넣은 형태다. 세븐일레븐은 아침에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슬림샌드 햄&치즈(1200원)’ 등 아침 메뉴를 내놓았고, CU는 간편하게 짜 먹는 파우치 죽인 ‘군고구마죽’과 ‘밤라떼죽’ 등을 판매하고 있다. GS25는 체중 조절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99㎉ 한 컵 샐러드’를 판매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2까지의 샐러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77% 늘었다.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5월부터 델리&샐러드 식단 1주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공하는 샐러드 종류가 매일매일 달라지고, 샐러드 대신 매장의 샌드위치 중 하나를 고를 수도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직장가 주변의 일부 직영점만 선보이고 있는 아침메뉴”라며 “매일 같은 음식 먹는 것을 지루해하는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도 아침 대용 간편식을 내놓으면서 아침식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원F&B는 올해 3월 액상형 간편식 ‘밀스 드링크’를 출시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5월 따뜻하게 데워먹는 아침 식사용 ‘오트밀 시리얼’ 제품을 내놓았다. 이 아침 대용식은 출시 한 달 만에 50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만나박스, 프레시코드, 샐러드판다 등 샐러드 정기배송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선식품 정기배송 업체 만나박스는 샐러드용으로 손질된 채소 모둠을 판매한다. 그 주의 가장 신선한 채소를 선별해 세척 후 손질한 레디믹스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 단위로 정기배송을 신청할 수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매하기 힘든 고급채소들이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를 위한 소비를 즐기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샐러드 판매가 늘고 있다. 사진 SPC그룹
나를 위한 소비를 즐기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샐러드 판매가 늘고 있다. 사진 SPC그룹

초창기 시장인 탓에 가격은 비싼 편

아침식사 정기배송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4월부터 다양한 아침 간편식을 홈페이지에서 골라 담아 2주 식단을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야채죽, 샐러드, 오트밀, 바나나 등으로 2주 식단을 구성하면 4만~5만원대 가격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젊은 세대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며 “일본 직장인들이 경제 불황의 경험을 바탕으로 300~400엔 사이의 아침식사를 구매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을 지향하고 있는 샐러드 카페나 카페 프랜차이즈의 아침 메뉴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아침세트 메뉴보다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이들 업체는 ‘고급 재료를 넣어 만든 건강한 아침 한 끼’를 지향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보다 비교적 낮은 단가로 다양한 아침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영국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샌드위치 체인점 프레 타 망제(Pret A Manger)는 영국인의 아침식사로 사랑받는 브랜드다. 샌드위치, 토스트 등 빵류를 2.5파운드(약 3700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다. 새벽 5시 반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8억7800만파운드(약 1조2800억원)로 전년보다 13.2% 늘었고, 같은 해 전 세계 매장수는 502개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 박주영 한국유통학회장은 “아직 한국 아침식사 시장은 초창기로 수요 예측이 어려워 고가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요가 많아지면 저렴한 가격대에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