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홈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 홈파티 마니아 ‘름쓰집밥’ 인스타그램
코로나19 확산으로 홈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 홈파티 마니아 ‘름쓰집밥’ 인스타그램

12월 1일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홈파티’를 검색하자, 사진·동영상 등 관련 게시물 87만7000여 개가 나왔다. 집 거실 한쪽에 멋지게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 사진부터 와인과 파스타, 빵 등으로 차려진 식탁 사진 그리고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빨간 케이크 사진까지 다양했다. ‘주말에 홈파티’라는 글과 함께 친구들과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눈에 띄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주로 집에서 술을 즐긴다는 직장인 김모(41)씨는 “이번 연말은 식당 등 밖에서 하는 모임을 하나도 안 잡았다”며 “가장 친한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조촐하게 파티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연말을 맞아 홈파티가 인기다.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사람들은 식당 또는 호텔 등에 모여 송년회를 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After Corona)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집 밖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집에서 안전하게 연말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 일하는 ‘홈택’, 운동하는 ‘홈트’처럼 연말 모임도 집에서 한다는 것이다. 물론 파티라고 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가족 또는 가까운 지인 한두 명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먹고 즐기는 정도다.

서울에 사는 워킹맘 정모(38)씨는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저녁 아버지가 계신 경기도 양평 전원주택에 가서 가족 파티를 열 계획이다. 세 살 딸아이와 남편도 함께 간다. 그는 양평에 가기 전까지 남편에게 외부 연말 모임에 절대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정씨는 양평 가족 파티를 위해 난생처음 크리스마스트리도 구매했다. 딸 선물로 예쁜 드레스를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조만간 남편이 좋아하는 맥주도 한 박스 살 계획이다. 정씨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과 할 파티만 보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안전 우려…소규모 홈파티 인기

송년회 등 연말 외부 모임 약속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정씨 부부만이 아니다. 11월 말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성인 남녀 2275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계획을 묻는 조사를 보면,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33.3%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89%가 송년회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55%포인트 이상 줄었다. 반면 ‘송년회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지난해 11.5%에서 올해 30.2%로 세 배가량 늘었다. 36.5%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보고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송년회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 중 72.2%는 ‘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연말 호텔 또는 식당 등에서 하는 규모가 큰 송년회는 급격히 줄고 있는 반면, 집에서 단출하면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홈파티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홈파티 인기가 ‘위드 코로나’ 시대는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홈파티가 인기인데 한동안 이런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며 “안전 이슈 이후에도 ‘나를 위한 소비’와 가정간편식(HMR)의 고급화 등으로 집에서 보다 편하고 럭셔리한 파티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홈파티 인기로 와인과 파티용품 시장은 수요가 늘면서 들썩이고 있다. 홈파티용품의 경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파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풍선이 인기가 많다. 한 파티용품 판매 업체 관계자는 “구름 모양으로 여러 풍선을 이어 만든 클라우드 상품 등 다양한 파티 풍선을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품절됐다”며 “코로나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연말 홈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집에서 파티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국내의 경우 파티용품 시장이 그리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집을 꾸미고 집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하는 트렌드가 늘면서 홈파티 문화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가족 중심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삶을 즐기려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사회 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마스트리 판매도 늘었다. 이마트의 11월 한 달 크리스마스트리 매출은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쿠팡·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선 벽에 부착해 꾸미는 ‘크리스마스 벽 트리’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공간 효율성이 뛰어나고 설치는 물론 사용 후 보관도 쉽기 때문이다. 12월 1일 기준 쿠팡의 홈데코 부문 판매 순위를 보면, 레일형 앵두 전구 30구를 포함한 ‘베베데코 향기 나는 국민 벽 트리 세트(2만3300원)’가 6위에 올랐다. 현재 쿠팡은 크리스마스트리는 물론 양초, 스테이크 등 다양한 홈파티 상품을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홈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와인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화이트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스파클링 와인은 79%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와인 매출 신장률이 54.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모두 연말 와인 판매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까버네 쇼비뇽(2만9800원), 모엣샹동(8만원) 등 다양한 와인과 샴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파리바게뜨 등 커피 및 베이커리 업계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케이크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11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가 주말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한산하다. 사진 연합뉴스
11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가 주말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한산하다. 사진 연합뉴스

연말 특수 사라진 호텔, 식당은 망연자실

서울 시내 호텔과 식당은 크리스마스·송년회 등 연말 특수가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12월은 호텔 업계 최대 성수기다. 특히 연말에는 송년 디너쇼, 크리스마스 파티 등 다양한 행사를 여는데 올해는 이런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가 재확산하자 정부가 호텔이 주최하는 연말 파티, 행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한 서울 시내 호텔 관계자는 “준비했던 연말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며 “상황을 보고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다시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 등이 호텔 연회장을 빌려 하는 행사는 가능하지만, 예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이마저도 불안한 상황이다.

객실 부문도 영향을 받았다. 한 서울 고급 호텔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12월 객실 예약률이 80%를 넘었는데 현재는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로 한 해 장사를 망쳤다”며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에서 11년째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5) 사장은 “코로나로 여름 장사를 망쳤고 연말 대목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또다시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앞이 깜깜하다”며 “보통 12월이면 송년회 등 단체 예약이 많은데, 현재 예약이 거의 없고 있던 것도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