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욕 KTDC 부장, 전 aT 사장 비서실장, 전 aT Grain Company(미국 시카고) 대표/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학수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뉴욕 KTDC 부장, 전 aT 사장 비서실장, 전 aT Grain Company(미국 시카고) 대표/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친환경’은 최근 실시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셰일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화석연료 발전을 옹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청정에너지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2050년 탄소 제로(0)를 목표로 청정에너지에 2조달러(약 2400조원)를 투자하고,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이하 파리협약)에도 재가입하겠다고 했다.

파리협약 복귀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신(新)기후 체제의 상징인 파리협약은 2020년 말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후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굴뚝 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가 새로운 국제 질서 속에서 느끼게 될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조선’은 12월 7일 서울 수송동에서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미국곡물협회는 미국산 곡물과 에탄올 등의 해외 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1960년 설립된 조직이다.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인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한국 정부도 ‘바이오에탄올’ 연료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바이오에탄올은 밀·사탕수수·옥수수·감자 등 녹말 작물을 발효시켜 차량 등의 연료 첨가제로 사용하는 바이오 연료다. 작물의 식물성 기름을 추출해 만드는 바이오디젤과는 다른 종류다.

김 대표는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바이오에탄올 연료가 한국의 탄소중립 연착륙을 도와줄 것”이라며 “석유보다 가격 변동 폭도 작아 수송용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미국의 한 주유소에 바이오에탄올이 섞인 휘발유를 주유할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 있다. 사진 미국곡물협회
미국의 한 주유소에 바이오에탄올이 섞인 휘발유를 주유할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 있다. 사진 미국곡물협회

한국도 이미 2013년 자동차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2020년 기준 3.0%)으로 섞도록 했다. 여기에 바이오에탄올 연료 정책까지 추가해야 한다는 말인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에탄올 연료 사용은 글로벌 추세다. 전 세계 60여 개 국가에서 에탄올 연료 정책을 도입했다. 미국은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재생 연료 의무화 정책을 내놨고, 유럽연합(EU)·캐나다·브라질 등도 동참했다. 물론 중동에 쏠린 연료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으나 그게 주는 아니었다. 핵심은 기후 변화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였다. 탄소중립 구호가 강해진 2017년 이후에만 10개 이상의 나라가 새롭게 바이오에탄올 연료 정책을 만들거나 기존 제도를 확대했다. 원료는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옥수수, 브라질은 사탕수수, 동남아시아는 카사바를 주로 이용한다.”

미국·브라질은 원료를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나라들이다. 한국은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쓰려면 대부분 수입해야 할 텐데.
“현재는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주원료로 쓰이지만 앞으로는 산림에 흔히 존재하는 폐목재나 정부미, 오래된 쌀 등을 이용해서도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만들 수 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다. 한국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국가에는 말이다. 환경만 조성되면 된다고 본다. 원료 수입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으나 국내에도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 기회다. 그리고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이미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그게 연료가 아닌 주류(酒類) 분야일 뿐이다.”

전기차·수소차 시대로 가고 있는데, 바이오 연료 혼합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것 아닌가.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모빌리티가 언젠가는 모든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다. 다만 그런 날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전기차는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배터리 화재와 같은 불안 요소가 남아있다. 이 문제가 확실히 해결될 때까지 내연기관차에 머물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라는 에너지원은 주로 화력발전소에서 만든다. 이 구조가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에 걸림돌이 돼 전기차 성장에 제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수소차는 대중화까지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친환경차 시대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고, 곧장 그런 세상이 펼쳐지기엔 과도기가 꽤 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사이의 시간을 우리는 그냥 방치할 것인가. 전기차 생산 숫자만 가지고 파리협약을 지킬 수 있을까. 힘들다. 바이오에탄올 연료는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 모빌리티로 넘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연결해 한국의 탄소중립 연착륙을 도울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 등에 따르면, 바이오에탄올 연료는 100% 휘발유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45%나 감축할 수 있다. 또 한국이 바이오에탄올을 기존 연료에 20% 혼합할 경우 온실가스를 7.7%(약 280만t) 줄일 수 있다는 시카고대 연구 결과도 있다.”

가솔린에 바이오 연료를 섞으면 주행 퍼포먼스가 약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대다수 운전자는 일상 운전에서 체감하기 힘든 수치다. 주행 성능은 연료도 물론 중요하지만, 에어컨·히터 가동 여부나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솔직히 호흡기와 심장 질환 발병 소지를 낮추고 대기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데 (주행 성능이 조금 약해지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바이오에탄올 연료 사용이 원료로 쓰이는 곡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2000년대 초 미국이 재생 연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때 곡물 가격이 인상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에탄올 생산과 식량 가격 변동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비례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작물 재배법의 발달로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늘었고 에탄올 생산 기술도 고도화됐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는 바이오 연료 정책 강화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거부감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우리(한국사무소)의 경우 3~4년 전부터 바이오에탄올 연료 도입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업계가 나름대로 관심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호응한 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 에탄올과 휘발유의 혼합을 적대적인 시선으로 보면 안 된다. 중동 중심의 석유 에너지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가격 등락이 심하다. 반면 농산물이 원료인 에탄올은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다. 수송용 원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도 챙길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기업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기업의 바이오에탄올 연료 사용은 우리 인류의 당면 과제인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친환경 경영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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