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앤트파이낸셜그룹 본사. 사진 EPA연합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앤트파이낸셜그룹 본사. 사진 EPA연합

“중국 인터넷 기업의 성장에 중국 당국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중국의 인터넷 정책이 진흥에서 규제로 확실하게 돌아섰다. 알리바바 저점 매수도 쉽게 추천할 상황이 아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중국 정부 내에서 인터넷 플랫폼의 독과점을 빈부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빈부격차 해소는 시진핑 집권 2기 지지 기반 확대와 관련 있다고 본다.”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

11월 3일 중국 금융 당국이 “앤트파이낸셜그룹(이하 앤트그룹)의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이후 투자 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이날 앤트그룹의 주식 33%를 보유한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750억달러(약 85조5000억원)가 줄었다. 앤트그룹 조달 예상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알리페이(소액 결제), 알리파이낸스(소액 대출) 등을 거느린 앤트그룹의 상장 중단은 핀테크(금융+기술)를 포함한 인터넷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경고인 동시에 인터넷 정책 변화를 말해주는 강력한 신호다.

최근 중국 증시 전문가 전병서 중국금융경제연구소 소장, 중국 금융 전문가 서봉교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를 만나 중국 정부의 의도와 전략을 들어봤다.

두 사람 모두 “중국 공산당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주요 인터넷 기업을 독과점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궈수칭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12월 8일 “핀테크는 승자독식 산업”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앤트그룹은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이다.


중국 금융 당국이 앤트그룹의 상장에 제동을 건 이유는.
전병서 “중국 금융 당국은 앤트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이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하다고 본다. 앤트그룹 매출의 40~50%는 소액 대출에서 나온다. 문제는 대출 규모다. 자본총계가 1800억위안(30조원) 수준인데, 대출 규모가 2조위안(333조원)이 넘어간다. 소액대출 채권을 모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만들어 대출해주는 식으로 자기 자본의 100배 넘는 대출을 일으켰다. 앤트그룹은 첨단 금융 기법이라고 설명하지만, 소액 대출의 10%만 문제가 생겨도 ABS 상당수가 휴지가 된다.”

중국은 2007년 처음 반독점법을 제정했으며 올해 1월에는 반독점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도 반독점법 대상이 됐다고 하는데.
전병서 “개정안에 따르면, 1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 상위 2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66% 이상,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 지배자 사업자로 본다. 반독점법은 아직 의견 수렴 단계로, 법안 확정은 아니다. 중국의 특성상 거의 그대로 진행될 것이다. 소액 대출 상세 규제안도 나왔다. 1인당 대출 한도는 30만위안(5000만원), 법인의 경우 100만위안(1억6600만원)까지 제한된다. ABS 등 비표준화자산 기반 자금 조달 규모는 순자산의 1배, 채권·주식 등 표준화 자산으로 조달한 자금은 순자산의 4배를 초과할 수 없다. 성(省) 단위로 대출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허가권(라이선스)이 없으면 대출 사업이 불가능하다.”

중국 당국은 왜 인터넷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시작했나.
서봉교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민영기업의 결제 플랫폼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졌다. 알리페이가 확보한 고객 계좌 수는 개별 은행들의 은행 카드 회원 수보다 많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중국 은행과의 협상력에서 우위에 있다. 알리페이가 고객 간의 거래를 자체 플랫폼에서 청산(clearing) 처리하면, 중국 금융 당국이 이 거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둘째,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다수 중국인의 생업을 위협하는 수준에 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2010년만 해도 중국 소비판매액 중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6%까지 올라왔다. 오프라인 상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은행의 부실도 온라인 시장 확대와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오프라인 쇼핑몰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돈을 빌려준 은행도 부실해진 것이다.”

미·중이 패권을 두고 한창 경쟁 중이다. 중국 당국이 자국 핀테크 기업의 발목을 잡을 필요가 있을까.
서봉교 “그동안 중국 당국은 알리페이를 크게 밀어줬다. 세금 납부(2008)부터 보험업(2013), 은행업(2015), 개인신용평가(2015)에 이르기까지 앤트그룹의 금융 포트폴리오는 당국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해외로 나가서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알리페이를 쓰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금융 서비스가 영·미보다 뒤처져 있으니, 정책적 지원을 통해 추격의 기회를 준 것이다. 이제 중국의 디지털 금융은 미국 금융 서비스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 실제 2018년 이후 중국 정부는 금융 시장의 대외 개방을 다시 확대하고 디지털 금융의 대외 개방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디지털 금융사들의 경쟁력에 대한 당국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 화폐(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개발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디지털 위안화가 민간 기업이 만든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경쟁하는 구도가 되나.
전병서 “실시간 화폐 유통 데이터를 수집하면 정부의 사회 통제력이 강화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데이터를 쌓아 이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이 중국 당국의 큰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알리페이 등과 궁극적으로는 경쟁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디지털 위안화 보급은 결제 무결성,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와 같은 난제를 돌파해야 하므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상장 이틀 전 기업공개(IPO) 중단은 중국 당국, 구체적으로 중국공산당이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시사점은 무엇인가.
서봉교 “세 가지 정도로 본다. 첫째,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계기로 공산당 내에도 시장 자율파보다 시장 규제파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당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이 규제파에는 좋은 명분이 됐다. 둘째, 중국 당국이 인터넷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살핀다는 것은 시진핑 집권 2기 지지 기반 확대와도 관련돼 있다. 플랫폼 기업 때문에 빈부격차가 확대된다면 공산당은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셋째, 중국 기업은 정부 시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중국 최대 배달기업 순펑(顺丰)은 배달 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는데, 고용률을 높여 중국 정부로부터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얻었다.”

류현정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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