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현지시각) 핀둬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 7월 26일(현지시각) 핀둬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에서 창업한 지 3년 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핀둬둬(拼多多)가 7월 26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핀둬둬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9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알리바바와 징둥(京東) 양강 구도가 굳어진 상태였다. 핀둬둬의 창업은 ‘산에 호랑이가 있는지 알면서도 기어이 산에 오른다(明知山有虎, 偏向虎山行)’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연간 활성 사용자(Active Users)가 6월 말 기준 3억4400만 명으로 3개월 새 4900만 명 늘어 징둥을 제치고 알리바바에 이어 2위 전자상거래 업체로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산(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호랑이가 된 것이다. 거래액으로는 지난해 1412억위안(약 23조2400억원)을 기록, 알리바바(4조8200억위안), 징둥(1조2945억위안)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은 13억8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했다.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선 핀둬둬는 일찌감치 중국 최대 SNS 업체 텐센트와 세계 최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캐피털 등으로부터 투자받았다. 상장 첫날 발행가 대비 41% 급등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짝퉁 판매 플랫폼이라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상장 엿새째인 8월 1일에는 장중 주가가 발행가(19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곤욕을 치렀다.

핀둬둬는 소셜커머스 원조 미국 그루폰에 비유된다. SNS 기반으로 공동구매를 하는 비즈니모델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설립 3년째 나스닥에 상장한 것도 닮았다. 하지만 2011년 상장 당시 150억달러이던 그루폰의 시가총액은 25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엔 매각설까지 흘러나온다.

황정(黄峥) 핀둬둬 회장은 자사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의 코스트코와 월트디즈니를 온라인에서 융합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코스트코의 높은 가성비와 월트디즈니의 재미를 체험시킨다는 것이다. 우선 공동구매로 가격을 낮췄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 특가, 징둥은 공동구매를 도입하면서 싸게 대량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식으로 핀둬둬의 시장 잠식에 대응하고 있다.

SNS를 통해 자신이 직접 구매했거나 조사해서 찾은 물건을 친구에게 추천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체험하는 것도 핀둬둬 고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쇼핑 체험의 즐거움을 온라인에 접목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핀둬둬의 3대 주주인 벤처캐피털 가오룽자본의 파트너 장천은 “물질소비와 정신소비를 잘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 회장이 핀둬둬 창업 이전에 전자상거래 회사와 게임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밑천이 됐다.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도 도움이 됐다. 후발 주자가 흔히 택하는 마오쩌둥(毛澤東)식 전술도 핀둬둬 행보에서 읽을 수 있다. 농촌에서 세력을 키운 뒤 승부처인 도시를 포위하는 전술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한 중국의 화웨이(華爲)뿐 아니라 세계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의 성장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핀둬둬 사용자 중 1선도시 거주자는 7.6%에 불과하고, 4선도시가 41.6%에 달한다. 징둥 사용자 가운데 1선도시와 4선도시 비율은 각각 15.7%와 30.1%에 이른다.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지난해 32.8위안에서 올 1분기 38위안으로 올랐지만 알리바바의 6분의 1, 징둥의 10분의 1수준에 머문 이유다. 특히 지방의 소도시 주민일수록 가격에 민감하다. 저가격에 승부를 건 핀둬둬의 전략이 먹히는 조건이다. 황정 회장이 “타오바오와 경쟁하지 않는다. 타깃 사용자가 다르다”고 말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핀둬둬의 고성장은 중국에선 저가 시장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최대 SNS 위챗과 연계한 것도 고성장을 뒷받침했다. 위챗을 개발한 텐센트는 핀둬둬 지분을 17% 보유한 2대 주주다.


알리바바 시련 재현되나…짝퉁과 전쟁

핀둬둬는 플랫폼 입주 상점의 문턱이 낮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품질 불량과 짝퉁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핀둬둬 입주 상점은 100만 개에 이른다.

중국 TV제조 회사인 촹웨이(創維)는 핀둬둬에 촹웨이메이(創維美) 등 짝퉁 상품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삼성전자의 영문명(Samsung)을 떠올리게 하는 ‘Shaasuivg’라는 브랜드까지 발견됐다. 미국 기저귀 회사 대디즈 초이스는 짝퉁 상품 판매를 허용했다는 이유로 핀둬둬를 뉴욕 연방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중국의 짝퉁 만연은 알리바바에도 시련을 안길 만큼 골칫거리다.

급기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상하이 당국에 핀둬둬의 짝퉁 실태를 파악해 불법행위를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상장한 이유가 더 강한 감독을 받아 투명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황 회장의 말대로 핀둬둬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2016년 1억6900만위안이던 영업 마케팅 비용이 2017년 13억4500만위안으로 늘어날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도 지속 가능 경영에 의문을 제기한다. 핀둬둬의 인지도 제고에 도움이 됐지만 창업 이후 올 3월까지 누계 적자 13억1200만위안(약 2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Plus Point

중국 전자상거래 2대 갑부
구글 출신 창업자 황정

핀둬둬 나스닥 상장 첫날 창업자 황정(黄峥·38) 회장은 징둥의 류창둥(劉强東) 회장을 제치며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갑부로 부상했다. IPO에 앞서 회사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12억달러(발행가 기준)에 달하는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핀둬둬는 IPO 공모에 투자자들이 20배수로 몰려 발행가를 애초 상한선인 19달러보다 20% 높은 22.8달러로 정할 수 있었지만 19달러로 발행했다. “다른 사람(투자자)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라는 게 황 회장의 설명이다.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사회적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그가 뉴욕에 가지 않고, 상하이에서 상장벨을 동시에 울린 것도 고객, 직원, 매체 등 도움을 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에서다.

항저우(杭州) 태생의 황 회장은 공장 노동자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잘해 명문 항저우외국어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고, 이어 저장대를 거쳐 2004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턴도 했지만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던 구글을 선택했다. 입사 3년 만인 2007년 퇴사한 그는 이듬해 전자제품과 휴대전화를 파는 온라인쇼핑몰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 수지는 맞았지만 수천 개 사이트와 차별되지 않는다고 본 그는 이를 팔고, 징둥에 외국 명품 브랜드 입점을 중개하는 업체를 세웠다.

이후 게임 업체를 설립하며 창업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수면장애 등으로 건강이 나빠지면서 33세에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1년 정도 놀며 미국에 가서 헤지펀드를 할까, 창업을 할까를 고민했다. 황 회장은 중국의 양대 인터넷 업체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게임에는 강하지만 상호 연계성이 부족한 점을 간파, 전자상거래와 게임을 접목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2015년 5월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800만달러를 투자받고 4개월 만에 게임과 같은 즐거움을 주는 개념의 소셜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핀둬둬를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