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세 번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사진 블룸버그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세 번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사진 블룸버그

11월 30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2002년 이후 16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서면서다. 이날 MS의 시가총액은 8512억달러(약 955조500억원)를 기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애플(8474억달러)을 제쳤다. 주말이 지난 뒤인 12월 3일 애플과 아마존이 강세를 보이면서 MS의 이 기록은 ‘1일 천하’로 끝났지만, CNBC는 “MS가 어떤 순위를 기록하든 상관없이 다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MS는 1990년대를 군림했던 PC 강자였다. ‘윈도’를 앞세워 PC 운영체제(OS) 시장은 물론 사무용 소프트웨어(MS오피스), 웹브라우저(익스플로러) 시장에서도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PC 시장이 무너지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애플‧구글 등에 밀리던 MS는 최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4년 2월 MS의 세 번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사티아 나델라가 주력 사업을 기존 PC 운영체제에서 기업 고객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한 것이 적중했다. 현재 MS의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 ‘MS 애저(Azure)’를 비롯한 클라우드 부문은 MS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나델라는 취임 당시 20여년간 MS에서 일해온 ‘내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위기에 빠진 MS를 구원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력한 혁신을 위해선 외부 인사를 수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마존이 선점한 클라우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데 대한 우려도 컸다. 그러나 나델라는 이 같은 예상을 보기좋게 걷어찼다. MS의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구글을 제치고 아마존 다음인 2위로 올라섰고, MS 주가는 36달러대에서 110달러대로 3배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나델라는 자신의 저서 ‘히트 리프레시’를 통해 취임 당시 상황에 대해 “회사는 병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직원들은 피로감과 불만을 느꼈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에 신물이 난 상태였다”는 것이다. 나델라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혁신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의 비결을 3가지로 정리했다.


성공비결 1│직원들의 초심 일깨우기

나델라는 CEO로 지명됐을 때 회사 문화를 쇄신하는 것이 첫 번째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화 르네상스’를 강조하며 과거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나델라는 시넷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입사했던) 1992년엔 모두가 모든 가정과 회사에 컴퓨터를 보급해야 한다는 회사의 사명을 이루려는 열망에 가득했고, 그 결과 10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델라가 이끌어야 하는 MS는 망가진 상태였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관료주의가 혁신을 대체했고, 사내 정치가 팀워크를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나델라는 CEO에 취임하자마자 소통을 강조하며 회사 분위기를 개선해 나갔다. 동시에 회사 초창기 조직을 관통했던 ‘하나의 MS’라는 가치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전 구성원은 한 가지 공통된 사명 아래 모인 가족이며, MS의 사명은 소비자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델라는 “혁신과 경쟁은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폐쇄적 공간을, 조직을 가르는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장벽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비결 2│공감을 통한 혁신

혁신을 일궈낼 환경이 마련됐다면 그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혁신의 내용물을 채우는 작업이다. 나델라는 이 혁신에 대한 영감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봤다. 타인이 처한 상황에 공감할 줄 알아야 그가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선 추적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하는 MS의 기술은 공감에 따른 기술 혁신의 대표적 사례다. 시선 추적 기술이란 고개를 돌려 눈짓만으로 컴퓨터 화면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루게릭병으로도 불리는 근위축증 환자와 뇌성마비 환자의 독립적 생활을 돕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이는 MS 직원들의 공감능력에서 비롯됐다. 직원들은 ‘해커톤(짧은 시간 동안 마라톤을 하듯 집중적 토의와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프로그래밍해 시제품 형태로 결과물을 도출하는 MS 내부 이벤트)’에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스티브 글리슨 전 프로 미식축구 선수를 초대해 그와 시간을 보내며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깨달았다.

다만 나델라도 공감능력이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MS 입사 면접 당시, 나델라는 ‘아기가 거리에 누워서 울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델라는 “911을 부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면접관은 “당신은 공감능력이 조금 필요하군요. 아기가 거리에서 울고 있다면 아기를 안아올려야지요”라고 지적했다. 그랬던 나델라는 첫 아들이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나면서 공감능력을 얻었다. 그는 “아들이 겪는 고통과 환경을 차츰 공감하게 됐다”며 “삶의 부침을 통해 공감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공비결 3│다양성과 포용성 추구

공감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면,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해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 나델라 체제하의 MS는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오픈소스’에 대한 태도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오픈소스란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인터넷에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그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판매가 주 수입원이었던 MS는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오픈소스 체제에 적대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나델라는 달랐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를 75억달러(약 8조3500억원)에 인수하는가 하면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경쟁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나델라는 직원들에게 코드가 아닌 ‘소비자 시나리오’를 소유하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코드를 지키는 것보단 소비자에 대해 배우고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Keyword

클라우드(Cloud) 컴퓨터에 파일을 저장할 때 작업한 컴퓨터 내부 공간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기업이 제공하는 중앙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데, 이 공간을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작업한 컴퓨터에서만 자료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여러 장소에서 동일한 구름(cloud)을 관찰할 수 있듯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자료를 불러올 수 있다. 아마존, MS, 구글 등은 개인·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Plus Point

혁신 없이 가격만 올렸다 실패한 애플

애플의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가 위태롭다. 혁신 없이 실리만을 좇은 결과다.

지난 9월 애플은 ‘아이폰Ⅹs’와 ‘아이폰Ⅹs 맥스’를 공개했다. 화면 크기를 5.8인치(아이폰Ⅹs), 6.5인치(아이폰Ⅹs 맥스)로 구분한 것 외에는 전작인 아이폰Ⅹ와 비교해 디자인과 기능상 큰 차이가 없다. 대신 가격을 끌어올렸다. 아이폰Ⅹs는 지난해 아이폰Ⅹ와 같은 999달러(약 112만원)부터 시작하지만, 아이폰Ⅹs 맥스는 1099달러(약 122만원)부터다. 애플은 이번에 512GB 모델도 출시했는데 아이폰Ⅹs 맥스는 512GB 제품이 1449달러(약 162만원)로 책정됐다.

혁신 없이 가격만 고가로 책정한 애플의 전략은 소비자 외면과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10월 3일 232달러에 달했던 애플 주가는 현재(12월 4일 기준) 176달러로 약 24%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