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커피를 인수한 코카콜라가 스타벅스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코카콜라 캔과 코스타커피 컵을 나란히 놓은 모습. 사진 블룸버그
코스타 커피를 인수한 코카콜라가 스타벅스의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코카콜라 캔과 코스타커피 컵을 나란히 놓은 모습. 사진 블룸버그

“커피 음료는 코카콜라가 글로벌 브랜드를 갖지 않은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코스타의 강력한 커피 플랫폼에 우리 시스템을 접목하면 세계 전역에서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컴퍼니(이하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영국 커피 브랜드 코스타 커피 인수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2위 커피전문점 체인인 코스타 커피를 품에 안은 코카콜라가 단숨에 스타벅스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코카콜라는 ‘영국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코스타 커피를 영국 외식·숙박 업체 위트브레드로부터 39억파운드(약 5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코스타 커피 인수는 코카콜라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이탈리아 출신 부르노 코스타와 세르지오 코스타 형제가 1971년 영국 런던 남부 람베스 지역에 오픈한 로스터리 카페가 코스타 커피의 모체다. 하지만 코스타 커피가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위트브레드의 역할이 컸다. 1995년 코스타 커피를 인수한 위트브레드는 스타벅스와 직접 비교를 서슴지 않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급성장을 이끌었다. 코스타 커피는 현재 32개국에서 38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그중 약 2400개가 영국에 있다. 영국 커피전문점 시장 점유율은 39%로 스타벅스(25%)에 앞선 1위다.

코카콜라의 지난해 매출은 약 354억달러, 순이익은 12억5000만달러였다. 코스타 커피가 세계 2위 커피전문점 체인이라고 하지만 매출은 연 17억달러 수준이다. 224억달러의 연매출을 올리는 1위 스타벅스와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그런데도 코스타 커피 인수에 거액을 들인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인수배경 1 | 코어 밸류(Core Value)의 몰락

코카콜라와 펩시가 콜라 하나 놓고 맞짱을 뜨던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는 두 회사 모두 주스와 스포츠드링크, 생수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전체 매출과 순익에서는 스낵분야의 프리토레이, 시리얼 분야인 퀘이커 오츠 등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한 펩시가 앞선다.

하지만 콜라를 포함한 탄산음료로 범위를 좁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 탄산음료 시장에서 펩시콜라(오리지널)의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10.3%에서 8.4%로 줄어든 반면, 코카콜라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7.3%에서 17.8%로 증가했다. 핵심 상품인 콜라에서 앞선 인기와 인지도는 브랜드 가치에도 반영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564억달러로 평가했다. 애플과 구글, MS(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에 이은 5위다. 펩시는 30위에 머물렀다.

북미 탄산음료 시장은 규모가 2016년 기준 810억달러(약 91조원)에 달할 만큼 여전히 큰 시장이다. 생수(230억달러)나 스포츠음료(94억달러)와도 큰 격차가 있다.

문제는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탄산음료 소비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탄산음료 소비는 2016년까지 31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13년 468억달러였던 코카콜라의 콜라 부문 매출도 2015년 437억달러, 지난해 350억달러로 매년 감소했다.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의 주범으로 꼽히는 설탕 섭취량을 낮추기 위해 영국과 태국, 필리핀을 비롯해 탄산음료 등에 설탕세를 부과하는 국가들이 늘어난 것도 악재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 다변화는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코스타 커피 인수 결정은 지난해 5월 제임스 퀸시 CEO 취임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한 제품 다변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인수배경 2 | 트렌드 올라타기

핵심 상품인 콜라 매출 감소에 불안감을 느낀 코카콜라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새로운 식음료 트렌드를 찾기 시작했고, 급성장 중인 커피 시장에서 그 답을 찾았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브라질과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가 주 수요층으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커피를 맛보는 연령이 빨라지면서 커피 수요는 확대일로에 있다. 같은 밀레니얼 세대라도 25~34세 연령층은 평균 17.1세에 커피를 처음 맛보았지만 1993년 이후 태어난 24세 이하 연령층은 평균 14.7세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 업계는 세계 커피 시장의 전체 매출 규모를 2조3000억달러(약 2456조원)로 추정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의 시장조사∙컨설팅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전 세계 커피 원두 시장이 2018~2024년 연평균 6.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가 지난 5월 스타벅스의 커피 제품 판매권을 71억5000만달러에 사들인 것도 커피 시장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는 지난해에는 던킨도너츠와 맥도널드에 보틀 아이스커피를 공급하는 등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코카콜라는 특히 커피 소비량 증가율 세계 1위인 중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13~2017년 5년 동안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27%가 늘었다. 그런데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5잔으로 유럽, 미국 등 서구 국가는 물론 우리나라(377잔)와 일본(360잔)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인수배경 3 | 기존 역량 극대화

코스타 커피는 미국 매장이 전무하다. 중국에서는 459개의 매장을 운영, 스타벅스(약 2800개)에 크게 뒤진 2위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역량을 고려하면 이번 M&A로 만만치 않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코카콜라는 200개국 시장에서 13억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인구의 약 18%다. 매년 팔리는 음료수만 해도 200억 개에 달한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기술로 전 세계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고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기술 접목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제일기획 영국 지사(Cheil UK)에서 유통 혁신 분야를 총괄하는 마니쉬 반은 관련 보고서에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과도하게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가 ‘윈윈(win-win)’이지만 코카콜라의 코스타 커피 인수는 정확히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코카콜라의 글로벌 유통망과 계약 추진 능력, 음료 시장에 대한 지식은 코스타 커피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타 커피를 코카콜라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거나, 코카콜라의 다른 음료 제품을 코스타 커피 매장에서 판매하는 등의 공동 마케팅도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