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무안 컨트리클럽 전경. 코스닥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남화산업이 운영하고 있다. 총면적은 196만9760㎡(약 60만평·54홀)이다. 사진 남화산업
전남 무안군 무안 컨트리클럽 전경. 코스닥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남화산업이 운영하고 있다. 총면적은 196만9760㎡(약 60만평·54홀)이다. 사진 남화산업

전라도 광주에 사는 주부 박지연(33)씨는 동네 친구 세 명과 전남 나주시에 있는 비회원제 골프장 ‘골드레이크 컨트리클럽’을 한 달에 두 번꼴로 찾는다. 한 번에 20만원이면, 그린피(골프장 이용료) 9만5000원에 캐디(도우미) 비용 3만원(12만원이지만, 넷이 나눠서 계산), 음식·커피 값까지 거뜬하다. 박씨는 “작년부터 운동 하나를 꾸준히 하고 싶어 가까운 전남 나주나 담양, 순천에 있는 골프장을 돌며 골프를 치기 시작했다”면서 “주중에 오면 주말보다 그린피가 5만원가량 싼 데다 4시간씩 걷고 공을 치면서 운동 겸 기분 전환도 되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28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골프장 업계는 의외로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김영란법을 시행하면서 접대 골프가 주로 이뤄지는 회원제 골프장이 맥을 못 추는 사이 박씨처럼 ‘내 돈 내고 치는’ 골프 인구를 적극적으로 받는 비회원제 골프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레저백서 2018’에 따르면, 2010년 377개였던 국내 골프장 수는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485개로 30% 가까이 늘었다. 이 중 비회원제 골프장 수는 301개로 전체 골프장 가운데 62.1% 비율을 차지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현재까지 76개 회원제 골프장이 비회원제로 전환했고, 15개 골프장이 추가로 비회원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골프장 운영업체들이 처음부터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오픈하거나 회원제에서 비회원제로 전환하는 것은 비회원제가 그만큼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32.4%로 같은 기간 회원제 영업이익률(1.9%)을 압도했다. 여기에는 세금 혜택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산세 적용세율이 회원제는 공시지가의 4%이지만, 비회원제는 그 10분의 1인 0.2~0.4% 수준에 불과하다. 또 회원제 그린피에 붙는 각종 개별소비세, 교육세, 농어촌 특별세, 체육진흥기금 등이 비회원제는 면제된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이사장은 “세금 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이 비회원제보다 그린피를 4만5000원가량 더 받고 있는데, 많은 비회원제 업체들이 세금 혜택분보다 적은 2만원 정도 낮추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비회원제들이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이용객을 더 유치하고, 실적도 개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불황에도 청약 경쟁률 800 대 1

11월 29일 ‘국내 1호 상장 골프장’이 등장하는 것도 비회원제 골프장 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신호다.

전남 무안에 있는 총면적 196만9760㎡(약 60만평·54홀)의 비회원제 골프장 ‘무안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남화산업은 상장을 앞두고 11월 15~16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남화산업의 상장 주간사인 대신증권의 고재욱 IPO(기업공개) 본부 팀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남화산업의 일반 투자자 청약 경쟁률이 800 대 1에 달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며 “남화산업이 부채 없이 안정적으로 매출을 늘려가고 있고, 비회원제 골프장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화산업은 상장으로 끌어모은 자금을 골프장 내 노후화된 숙박시설인 ‘골프텔’을 현대화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0분 거리에 있는 무안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수도권 내장객과 투숙객을 더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당초 남화산업보다 정확히 일주일 전인 11월 22일 상장할 예정이었던 또 다른 비회원제 골프장 운영 기업 KMH신라레저는 증시 불안정성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상장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증권전문가들은 KMH신라레저가 ‘여주 신라 컨트리클럽’ ‘파주 컨트리클럽’ 등 수도권에서 인기가 좋은 비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데다 마케팅 능력이 많고, 골프몬·골부킹 같은 온·오프라인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Plus Point

국내 골프장도 체인화 골프존카운티, 올해 7개 인수

한국보다 앞서 회원제 골프장 시장의 붕괴, 비회원제 골프장 시장 활성화를 경험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현재 대형 기업이 여러 골프장을 위탁 운영하는 ‘골프장 체인화’ 모델로 가고 있다. 코스·시설 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가진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은 최소화, 수익은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1990년 다나 가마니(Dana Garmany)가 미국의 골프장 운영업체 트룬(Troon)을 창업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트룬은 현재 전 세계 278개 골프장을 위탁 운영하는 글로벌 1위 기업이다. 한국에서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서울시 중구)’ 내 골프 연습장과 회원제 골프장 ‘알펜시아 트룬 컨트리클럽(강원도 평창)’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클럽코퍼레이션(ClubCorp), 빌리캐스퍼 골프(Billy Casper Golf)가 각각 200개, 158개의 골프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퍼시픽골프(Pacific Golf)와 아코디아(Accordia)도 각각 156개, 134개의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는 스크린골프 업체로 유명한 골프존의 골프장 위탁 운영 서비스 계열사 ‘골프존카운티’가 올 들어 전남 순천에 있는 ‘레이크힐스 순천 컨트리클럽’을 비롯해 7개 업체를 인수·운영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지난해 9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113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이후 골프장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일본의 아코디아를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골프존카운티를 이른바 ‘한국의 아코디아’처럼 확고한 골프장 체인업체로 키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