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첫 전기차 ‘더 뉴 EQC’ 외관.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벤츠의 첫 전기차 ‘더 뉴 EQC’ 외관.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Q는 2016년 출범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자동차 브랜드다. 130여 년간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군림한 벤츠는 전기차 부문을 별개의 브랜드로 독립시켜 전동화 차량이 중심이 될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의 패권도 놓치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EQ 브랜드 출범 후 3년여가 지난 올해 10월, 벤츠가 처음으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EQC’가 마침내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벤츠는 전기차가 가진 환경친화적 이점에 시장성과 실용성까지 고려해 첫 번째 전기차 모델로 SUV를 선택했다.

EQC는 지금껏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보여준 벤츠만의 탁월한 주행 성능을 계승해 ‘전기차도 벤츠가 만들면 다르다’는 평가를 끌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전기차 전문 제조사인 테슬라 등 여러 선발 주자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EQC가 벤츠의 정체성과 전기차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어떤 식으로 증명할지 소비자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10월 29일 열린 미디어 시승 행사를 통해 EQC의 디자인과 성능, 안전과 편의사양 등을 직접 확인해봤다. 시승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벤츠의 ‘EQ 퓨처’ 전시관을 출발해 경기도 포천까지 주행한 후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돌아오는 약 120㎞ 구간에서 진행됐다.

EQC의 첫인상은 지금껏 익숙하게 봐 왔던 전기차와 사뭇 달랐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외관의 특징은 내연기관차의 전면부에 붙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차량은 바람으로 엔진의 열을 식히는 통풍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아예 그릴을 없애는 경우가 많다.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코나 EV 등도 전면부에 그릴이 없다.

그러나 EQC는 평범한 전기차로 불리길 거부하듯 전면부에 보란 듯이 대형 블랙 패널로 둘러싸인 가로 모양의 일체형 그릴을 적용했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멀티 빔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의 내부는 하이 글로스 블랙 컬러를 적용, 검은색 배경에 푸른 빛을 조합시켜 전기차로서 명확한 정체성을 강조했다.

EQC의 내부도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보다 벤츠 고유의 디자인 철학이 우선 적용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와 센터패시아의 공조 장치는 운전자에게 중점을 둔 비대칭형으로 설계됐고 시트와 스티어링휠 등 실내 곳곳에 가죽과 고품질 신소재를 적용해 벤츠만의 고급스러운 품격을 강조했다.

시동을 걸고 “안녕 벤츠”라고 말을 건넸다. EQC에는 벤츠가 자랑하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가 적용돼 있다. MBUX는 자연어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 손가락을 화면이나 버튼에 대지 않고, 말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목적지인 서울의 날씨를 묻자 약 4~5초가 지난 뒤 “서울 중구 태평로의 날씨는 대체로 구름이 끼고 예상 온도는 최저 7℃에서 최고 17℃”라고 대답했다. 디스플레이도 현재 기온과 시간대별 예상 온도와 날씨를 자세히 표시해줬다. 주행을 시작한 후 EQC가 벤츠의 탁월한 주행 성능을 계승한 전기차라는 점을 확인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부 시승의 출발지인 포천의 카페를 빠져나와 교외 도로를 시속 60㎞ 수준으로 달릴 때는 소음과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전기차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 속도를 높이고 곡선주로를 질주해도 벤츠 특유의 고품질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이 적용돼 있어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했다.


‘더 뉴 EQC’ 내부.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더 뉴 EQC’ 내부.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더 뉴 EQC’ 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더 뉴 EQC’ 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더 뉴 EQC’의 휠.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더 뉴 EQC’의 휠. 사진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정숙함 유지한 채 부드럽게 내달려

주행 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전환하고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차체는 무리 없이 치고 나갔다. 내연기관차에서 스포츠 모드로 속도를 높일 때 익숙하게 들리는 묵직한 엔진음 없이 정숙함을 유지한 채 전기모터의 힘으로 부드럽게 내달렸다. 작은 풍절음 정도만 제외하면 소음과 진동 모두 확실하게 제거해 합격점을 줄 만했다.

EQC는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역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 차축과 뒤 차축의 전기 구동장치가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됐다. 앞 차축의 전기 모터는 저부하와 중간 부하 범위에서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최적화됐고 뒤 차축의 전기 모터는 역동성을 높여준다.

EQC는 운전자가 스스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4단계의 에너지 회생 모드가 적용된다. 에너지 회생 수준은 D+, D, D-, D--의 4단계로 표시된다. 기본값인 D를 기준으로 D+는 회생 제동이 작동하지 않는 글라이딩 모드 주행이 진행되는 반면 D--는 가장 강력한 회생 제동이 걸린다. 만약 일반주행을 하거나 고속도로에서 속도감을 한껏 느끼고 싶다면 D+를 이용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면 D-나 D--로 전환하면 된다.

목적지인 롯데월드타워에 도착한 뒤 지하 주차장에 있는 EQ 충전소로 향했다. 계기판에 표시된 배터리의 에너지 잔량은 32%였다. 출발 전 확인한 잔량이 70%였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 강남과 경기도 포천을 왕복 주행하면서 약 40%의 에너지를 쓴 셈이다.

EQC에는 벤츠의 자회사인 도이치 어큐모티브에서 생산한 최신 80㎾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한 번 충전으로 309㎞를 주행할 수 있다. 여기에 7.4㎾ 용량의 온 보드 차저가 적용돼 급속 충전 시 최대 110㎾의 출력으로 40분 안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내·외관 디자인부터 주행 성능, 다양한 편의사양 그리고 전기차로서 가진 에너지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벤츠의 첫 번째 전기차 EQC는 ‘전기차’보다 ‘벤츠’의 전통과 철학을 구현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둔 모델로 판단된다.

일반적인 전기차의 외관 대신 130년의 역사를 지나면서 완성해 온 ‘진보적인 호화로움(progressive luxury)’이라는 벤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을 계승한 점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고자 하는 전 세계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하다.

다만, EQ 브랜드가 앞으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벤츠’ 부문에서의 강점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전기차’ 부문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확실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EQC의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309㎞는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경쟁 모델들에 비해 짧은 편이다. 앞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EQC와 계속 맞붙게 될 테슬라의 SUV 전기차 모델 X는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이미 디자인과 주행 성능, 첨단사양의 ‘3박자’는 확실하게 갖춰 벤츠의 전통을 계승할 전기차라는 점은 증명했다. 주행 거리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아직 채우지 못한 부분을 확실하게 메울 경우 EQC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될 벤츠의 역사적인 첫 번째 모델로 각인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진상훈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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