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 3년 전 출시된 6세대 그랜저(그랜저IG)의 부분변경모델이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 3년 전 출시된 6세대 그랜저(그랜저IG)의 부분변경모델이다. 사진 현대차

직장 생활 10년 차인 김아현(35·여)씨는 한 달 전 5000만원짜리 적금을 탔다. 김씨는 이 돈으로 2020년형 그랜저인 ‘더 뉴 그랜저’를 예약했다. 초등학생 때 옆자리 친구가 “우리 아빠 차 그랜저다”라고 자랑하는 말을 들은 이후 생긴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출시된 지 30년 넘은 모델인 그랜저를 살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주변의 “요즘은 에쿠스 아니면 ‘사장님 차’로 안 본다” “지금 그랜저는 예전 쏘나타 느낌이다” “요즘은 20대도 그랜저 탄다”는 소리에 마음을 굳혔다.

현대자동차가 11월 4일부터 전국 영업점을 통해 사전 계약에 들어간 그랜저의 부분변경모델 ‘더 뉴 그랜저’의 첫날 계약 대수가 역대 최고치인 1만7294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작인 6세대 그랜저가 기록한 수치를 뛰어넘는다. 2016년 11월 출시된 6세대 그랜저의 첫날 예약 대수(1만5973대)보다 1321대 많다.

현대차가 1986년 7월 1세대 그랜저를 선보인 이후 그랜저는 33년 동안 인기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판매 상황도 좋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국산 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그랜저(5만3442대)였다. 33년 동안 ‘믿고 보는 그랜저’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랜저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인기 비결 1│‘50~60대 사장’에서 ‘30대 직장인’으로 타깃 확대

그랜저라는 이름은 ‘장엄함’ ‘웅장한’ ‘위대한’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그랜저(Grandeur)’에서 왔다. 1986년 등장한 1세대 그랜저는 ‘사장님 차’ ‘성공한 회사원 차’로 여겨졌다.

1세대 그랜저는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 때문에 ‘각(角) 그랜저’라고도 불렸다. 이전까지 없던 1세대 그랜저의 딱딱한 디자인은 한국 고소득 중장년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다 1세대 그랜저가 1988년 서울올림픽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면서 ‘최고급 세단’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1992년 나온 2세대 ‘뉴 그랜저’ 역시 고급 차 이미지가 강했다. 광고 문구는 ‘성공한 사람의 차’. 당시 뉴 그랜저는 국내 시판 자동차 가운데 가장 큰 차체와 실내 공간을 갖춰 운전기사를 둔 사장이 타는 최고급 승용차로 여겨졌다.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부유층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지존파 조직원이 ‘그랜저 탄 사람’을 범죄 상대로 삼을 정도였다.

그랜저의 타깃층이 젊은층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3세대(1998년 10월)부터다. 3세대 ‘그랜저XG’는 기존 ‘사장님 차’ 대신 운전자가 직접 몰고 다니는 고급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변화는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랜저XG는 누적 판매량 31만1251대를 기록했다. 뒤이어 출시된 4세대 ‘그랜저TG(2005년 5월)’와 5세대 ‘그랜저HG(2011년 1월)’는 타깃층을 40대로 확대하며 ‘아빠 차’로 변신했고, 이 역시 대박을 터트렸다. 그랜저TG는 40만6798대 팔리며 그랜저XG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그랜저HG는 50만 대 이상 판매돼 최대 히트작이 됐다.

2016년 11월 나온 6세대 ‘그랜저IG’의 타깃층은 더 넓어졌다. ‘그랜저IG’는 20~30대의 평범한 직장인도 관심 가질 만한 ‘오빠 차’로 진화했다. 1세대부터 5세대까지 이어졌던 중후한 외관 대신 날렵하면서 스포티한 느낌의 디자인으로 변화를 줬다.


인기 비결 2│세대별 최신 기술과 디자인

현대차는 새로운 그랜저를 내놓을 때마다 당시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했다. 1세대 그랜저에는 당시로는 첨단 기술인 정속 주행 장치가 장착됐다. 2세대 뉴 그랜저는 국산 차 최초로 에어백을 장착했고 능동형 안전장치, 열선 시트 등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안전장치와 편의사양을 접목했다.

3세대 그랜저XG는 국내 최초로 수동 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4세대 그랜저TG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람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5세대 그랜저HG에는 급제동 경보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등 최첨단 안전장치가 들어갔다. 6세대 그랜저IG 역시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휴식을 권하는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 등을 탑재해 안전성을 높였다. 이번에 나온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 최초로 미세먼지 감지 센서, 마이크로 에어필터로 구성된 공기 청정 시스템이 적용됐다.


인기 비결 3│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

그랜저는 고급 사양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다. 더 뉴 그랜저 판매 가격은 최저 3294만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가솔린 모델 가격을 살펴보면, 2.5 가솔린 3294만~4158만원, 3.3 가솔린 3578만~4399만원이 될 전망이다. 더 뉴 그랜저 최저가(3294만원·2.5 가솔린) 모델이 쏘나타 최고가(3367만원·1.6 가솔린)보다 73만원 싸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를 사려고 마음먹었던 사람 중 일부는 그랜저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랜저를 사기도 한다”며 “‘같은 값이면 그랜저’라는 공식이 통용된다”고 말했다.

정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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