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스 차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바스대 MBA,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애플 / 사진 김소희 기자
이네스 차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영국 바스대 MBA,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애플 / 사진 김소희 기자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냐고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세 콘텐츠’도,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 콘텐츠’도 완전한 정답은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하루 10시간 이상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해야 하는데,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금세 지치니까요.”

이네스 차(Ines Cha)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크리에이터 생태계 및 게임 파트너십 총괄은 11월 13일 서울 대치동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단독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7년간 일본 도쿄에 있는 유튜브 아·태 지역 본사에서 ‘골드 버튼(구독자 100만 명 이상) 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2012년 유튜브 합류 이후 파트너 트레이닝 및 교육 부문 총괄로서 유튜버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최근에는 게임 유튜버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조회 수 올리는 법’부터 ‘인기 콘텐츠 장르’ ‘틈새시장 발굴법’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정답이 없어요. 다만 내가 ‘덕질’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을 콘텐츠로 만들면 남과 차별화할 수 있죠.” 고심 끝에 차 총괄이 내놓은 ‘유튜버의 정석’이다.

실제 그의 커리어도 ‘성공한 덕후’를 보여주는 예다. 두 번째 직장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은 그에게 해외에 출시할 신작 게임 라인업을 정하는 역할을 맡겼다. ‘흥할 게임’을 찾는다며 밤새 조이스틱과 씨름하다 보니 어느새 ‘게임 전문가’가 됐다. 유튜브 본사 차원에서 게임 부문 부서를 신설했을 때, “게임이면 차 총괄이지”라면서 바로 중책을 맡긴 것도 그 덕분이다.

유튜브 합류 과정이 궁금하다.
“사회 초년 시절 일본 출판사 엔터브레인에서 3년 동안 게임 공략본 판권을 유럽에 판매했다.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면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1년간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영국 런던으로 떠나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애플에 재취업했지만,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를 좋아하는 성격은 어디 가지 않더라. 유튜브에서 이직 제의를 받아 7년째 근무 중이다.”

유튜버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하는데, 어떤 내용을 교육하나.
“기본적인 기능 이용법에서부터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법, 팬과 소통하는 법 등 다양한 내용을 교육한다. 주먹구구식 초보 유튜버들이 채널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도록 돕는 것이다. 콘텐츠 전략 면에서는 세계 각지의 성공 사례를 많이 알려준다. 다만 무조건 따라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유튜버마다 캐릭터·장르·시청자층이 다르니 말이다. 성공의 ‘원인’을 분석하고, 각자 콘텐츠에 적용할 방법을 개발하라고 교육한다.”

초보 유튜버뿐만 아니라 인기 유튜버도 관리한다고 들었다.
“팀마다 특정 그룹의 유튜버를 담당한다. 글로벌 톱 크리에이터는 아예 담당자가 붙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장래에 톱이 될 수 있는 유망주인 ‘업 앤 커밍’ 그룹엔 성장 컨설팅을 제공하는 식이다. 채널 특성에 맞는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천하기도 한다. 기업에서 ‘행사나 광고를 하고 싶은데 적절한 유튜버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때가 많은데, 이때는 가교 구실을 한다.”

톱 크리에이터가 되는 길은 무엇인가. 어떤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가.
“흔히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최우선 지표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시청 시간’이다. 시청 시간이 길다는 것은 시청자가 영상을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는 의미고, 좋은 경험을 한 시청자는 유튜브 플랫폼을 더 자주 찾을 것이다. 유튜브의 영상 추천 알고리즘도 시청 시간이 기준이다. 시청자가 오래 보는 콘텐츠가 관련 영상으로 뜰 확률이 높다. 수익화 측면에서도 시청 시간이 긴 영상이 ‘광고주에게 적합하다’고 인식한다. 썸네일(미리보기) 낚시 영상으로 아무리 조회 수를 올려도 수익이 떨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성공하는 유튜버만의 특징이 따로 있나.
“시청자가 사랑하는 유튜버의 공통점은 성격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양띵, 대도서관 등 유명 유튜버의 채널을 보면 콘텐츠 성격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 구독자 700만 유튜버인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는 ‘시청자를 지나치게 의식한 콘텐츠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행동을 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시청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유튜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시청자의 마음도 살 수 있다.”

색다른 영역을 개척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나.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찾기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는 레드오션이 없다. 사람들의 욕구는 ‘메이크업 리뷰 영상’이 아니라 ‘이사배(인기 메이크업 유튜버)의 영상’으로 구체화돼 있다. 아무리 레드오션이라도 ‘내가 하면 다르다. 왜냐하면 난 이 일을 좋아하니까’라는 배짱과 열정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유튜브는 영국·브라질·러시아 등 국가별로 유튜버 단기 육성 프로그램 ‘넥스트업’을 운영한다. 특히 인도에서는 2015년까지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여성 유튜버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2016년 여성 유튜버를 대상으로 ‘넥스트업 뭄바이’를 실시하면서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여성 유튜버가 120명 이상으로 늘었다. 유튜브는 11월 13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12명의 게임 유튜버를 육성하는 ‘넥스트업 코리아 2019’를 주최했다.


유튜브 넥스트업 코리아 2019 최종 참가자. 사진 유튜브
유튜브 넥스트업 코리아 2019 최종 참가자. 사진 유튜브

유튜브가 주목하는 잠재력 있는 인재는.
“이번 넥스트업 프로그램에 선발된 사람을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는데, ‘다양성’을 중시한다. 게임 캐릭터를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든지, 경력 단절 여성이 ‘남는 시간에 뭐하지’ 하고 고민하다가 게임에 빠져든 경우라든지. 그런 다채로운 스토리를 가진 분들이 활약하도록 신경 쓴다.”

넥스트업 코리아 주제가 ‘게임’이다. 유튜브에서 콘텐츠의 인기 비결은.
“게임 콘텐츠는 그 종류를 불문하고 파급력이 크다. 실시간 방송의 시초도 게임이었다. ‘맨날 앉아서 똑같은 게임만 하는데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유튜브 본사에서도 처음엔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그런데 조사를 해보니 게임은 커뮤니티 유대가 강하고 시청 시간이 긴 ‘효자’ 콘텐츠였다. 그래서 2015년부터 본사 차원에서 게임 장르를 별도로 신설해서 키우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게임 콘텐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게임계에서 인기 유튜버가 되는 비결은.
“‘다음에 무슨 게임이 뜰까요’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내 대답은 늘 똑같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세요’ 게임을 잘 못해도 된다. 나만의 시각으로 독특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인기 있는 게임을 하면 검색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이는 경쟁자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기업체에서 게임 유튜버를 활용할 가능성은.
“‘게임 콘텐츠’의 주요 시청자가 일반 기업에서 다가가기 힘든 젊은 세대라는 점부터 충분한 효용이 있다. 자사의 제품·서비스를 게임처럼 만들어 관심을 끌 수도 있고, 게임 유튜버와 콜라보(협업) 행사를 기획해도 된다. 게임 내 요소를 통해 홍보할 수도 있다. 게임에만 관심이 있던 시청자가 레이싱 게임에서 처음 접한 자동차가 마음에 들어 해당 모델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많다.”

김소희·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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