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에라주리즈의 새 빈티지 세냐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이 에라주리즈의 새 빈티지 세냐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칠레 최고의 와인 명가인 에라주리즈(Errazuriz)는 대통령 4명과 대주교 2명을 배출한 칠레의 대표적 명문집안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으로부터 100점을 받은 비네도 채드윅(Vinedo Chadwick·2014년, 2017년 빈티지)을 비롯해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설’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의 합작품인 세냐(sena) 와인 등이 칠레 와인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에라주리즈의 대표적인 와인 브랜드다.

2004년에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에서도 1위(비네도 채드윅 2000), 2위(세냐 2001)를 거머쥔 와인 모두 에라주리즈 와인이었다. 베를린 테이스팅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을 세계 와인 시장에 알린 1976년 ‘파리의 심판(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의 시음회)’에서 착안, 칠레 와인과 프랑스 와인을 비교 시음한 행사였다.

칠레 와인의 역사는 스페인으로부터 포도를 옮겨와 심은 16세기로 거슬러 가지만, 세계 와인 시장에서의 명성은 최근까지도 ‘가성비 좋은 와인’ 수준이었다. 즉, 품질은 뛰어나지 않지만 가격은 착하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칠레가 동쪽 안데스산맥의 만년설과 서쪽 태평양 연안의 온난한 지중해성 기후 등 세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할 최적의 떼루아(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토양과 기후 등 자연조건)를 갖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세계 와인 시장에서 오랫동안 저평가받아온 칠레 와인을 ‘세계 최고 품질의 와인’ 등급에 올린 주역은 칠레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의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이다. 칠레 와인을 샤토 마고 같은 프랑스의 특급 와인 반열에 처음 올린 베를린 테이스팅 행사 역시 채드윅 회장의 기획이었다.

1870년 와인 사업을 시작한 에라주리즈 가문의 5대손인 채드윅 회장이 새 빈티지(2017년산) 세냐 와인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 세계 와인 업계에서는 그를 ‘칠레 와인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로버트 몬다비를 설득해 그와의 합작품인 세냐 와인을 만들고, 칠레의 폴로 국가대표 선수이기도 했던 아버지를 설득해 아버지가 소유했던 폴로 경기장을 포도밭으로 바꾸는 등 칠레 와인의 고급화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에라주리즈의 새 빈티지(2017년산) 세냐 와인. 세계적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평점 99점을 줬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에라주리즈의 새 빈티지(2017년산) 세냐 와인. 세계적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평점 99점을 줬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세냐 와인 새 빈티지는 어떤 와인인가.
“세냐 와인의 새 빈티지는 ‘칠레 와인의 보석’인 세냐의 명성을 이어나갈 최고 품질의 와인이다. 세계 최고의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은 2017년산에 대해 ‘조화롭고 균형 잡힌 와인이며, 강한 탄닌과 함께 풀보디의 풍성함을 가진 파워풀한 세냐’라며 99점 평점을 준 바 있다.”

한국을 자주 찾는 편인데.
“지난 3월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그만큼 한국 와인 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한국 와인 시장 규모는 장기 불황에도 해마다 조금씩 커지고 있으며 10여 년 전부터 칠레 와인이 수입 와인 1위(물량 기준)를 지키고 있다.”

칠레를 와인 생산의 최적지로 보는 이유는.
“남북 길이가 총 4270㎞에 이르는 칠레는 포도 재배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천혜의 자연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쪽은 지구상에서 가장 메마른 곳으로 알려진 아타카마 사막, 남쪽에는 파타고니아 빙하지대, 동쪽은 험준한 안데스산맥, 서쪽은 태평양과 코스탈산맥이 버티고 있다. 특히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을 먹고 자란 포도가 세계 최정상의 와인 원료를 공급해오고 있다.”

채드윅 회장은 2004년부터 전 세계를 돌며 세냐 와인 알리기 월드 투어를 하고 있다. 그 시발점이 2004년 베를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와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와인 이름을 숨긴 채 맛과 향 등을 보고 점수를 매기게 하는 와인 시음 행사) 행사였다. 채드윅 회장은 칠레 와인이 실제 품질에 비해 세계 와인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 세계 최고급 와인과 당당히 겨루는 시음 행사를 기획했다.

2004년 1월 베를린에서 열린 시음 행사에는 세냐를 비롯한 에라주리즈의 대표 와인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최고급 와인이 레이블을 가린 채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칠레 와인이 구대륙 와인을 제치고 비네도 채드윅, 세냐 와인이 1,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이를 1976년에 열린 ‘파리의 심판’에 빗대 ‘베를린 심판’이라고 하기도 한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샤토 라투르, 무통 로칠드, 마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을 누르고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이 선두권을 모두 휩쓸어 와인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파리의 심판’이라고 한다.

채드윅 회장은 2004년 베를린 행사를 기점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유사한 행사를 열었으며 이 중 22번의 시음회 중 90% 이상 행사에서 세냐가 ‘톱 3’에 랭크됐다. 1976년 파리의 심판을 진행한 영국의 와인컨설턴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는 “베를린 테이스팅을 계기로 칠레 와인은 새 역사를 쓰게 됐다”고 평했다. 스티븐은 채드윅 회장의 요청을 받아, 베를린 테이스팅 행사를 공동기획했다.

서울에서도 2008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 5대 샤토 와인 중 네 종(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마고, 샤토 오 브리옹 중 샤토 오 브리옹은 제외)과 세냐 와인을 놓고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결과, 세냐 와인이 최고 점수를 얻었다.

한국 와인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 와인 시장은 계속 커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젊은층의 와인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와인 소비 트렌드도 ‘개성 있는 소비, 실속 있는 소비’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칠레 와인은 계속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에 품질은 더 좋아질 것이다. 앞으로도 품질 좋은 칠레산 와인을 더 많이 들여와 칠레 와인이 한국의 프리미엄 와인시장을 주도하도록 노력하겠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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