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쉽게 할 수 있는 육아 & 놀이 팁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차이의 놀이’. 앱을 이용해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가 늘고 있다. 사진 차이의놀이
아이와 쉽게 할 수 있는 육아 & 놀이 팁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차이의 놀이’. 앱을 이용해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가 늘고 있다. 사진 차이의놀이
콤비에서 만든 ‘네무리라 오토스윙’ 바운서. 자동으로 흔들리며 아기의 수면을 유도한다. 사진 콤비코리아
콤비에서 만든 ‘네무리라 오토스윙’ 바운서. 자동으로 흔들리며 아기의 수면을 유도한다. 사진 콤비코리아

넥타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결재 서류 대신 젖병을 든 ‘육아대디’가 늘면서 연간 4조원대로 추산되는 육아용품 시장에도 ‘넥타이 바람’이 불고 있다.

광고대행 및 방송 콘텐츠 제작사 SM C&C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용품 구매 시 결정에 관여한다고 응답한 아빠의 비율은 70%에 달했다. 국내 최대 임신·출산·육아용품 전시회인 ‘베페 베이비페어’에는 2019년 남성 관람객이 41.5%를 차지하기도 했다.

육아대디가 늘고 있는 건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19년 민간 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2297명으로 전년(1만7665명)보다 26%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없는 공무원과 교사 등은 제외한 숫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꼭 육아휴직을 쓰지 않더라도 육아에 동참하는 남성이 많아졌다.

엄마에 비해 육아 실력이 부족한 아빠들에게 편리한 육아용품은 든든한 동반자다. 생후 21개월 딸을 둔 직장인 양모(30)씨는 “아기를 안고 다니느라 항상 근육통에 시달렸는데, 인터넷 추천으로 힙시트를 쓰면서부터는 한결 나아졌다”며 “아기를 키워보니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육아대디가 가장 선호하는 육아용품 중 하나는 아기의 안정을 돕는 ‘바운서(bouncer)’다. 신생아는 ‘등에 센서가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계속 흔들어줘야 하는데, 이런 ‘흔들기 노동’을 대신해주는 기기다. 버튼만 누르면 적정 온도의 분유가 나오는 ‘자동 분유 제조기’도 인기다. 밤낮 가리지 않고 3시간마다 찾아오는 수유 타임에 새벽마다 비몽사몽으로 젖병을 흔들던 아빠들은 기적을 체험한다.

아이 돌봄에는 조금 서툴지만, 정보기술(IT)에 친숙한 아빠들은 육아를 돕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앱)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고 수유 시간을 알려주는 앱부터 자장가 앱, 심지어 울음소리를 분석해 아기의 기분을 알려주는 앱까지 다양하다.

아이 발에 신기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심장 박동 수, 호흡, 혈중 산소량, 체온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곧장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경고를 보내는 스마트 양말을 직구하기도 한다. 


툴레 유모차 제품 중 스포츠 유모차. 도심을 이동하거나 조깅하는 데 적합한 제품이다. 사진 툴레 홈페이지
툴레 유모차 제품 중 스포츠 유모차. 도심을 이동하거나 조깅하는 데 적합한 제품이다. 사진 툴레 홈페이지

아이가 자라 아동기에 접어들면, 이제 육아대디들의 관심사는 ‘놀아주기’로 바뀐다. 아빠와 엄마는 아이와 놀아주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유아 완구 구매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이보다 아빠들이 더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꼽히는 어린이 전동차나 RC카(remote control car) 등은 디자인부터 철저히 아빠 취향에 맞춘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인기 차량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한 제품을 만든다. 11번가에 따르면, 어린이 전동차 브랜드 판매 순위는 벤츠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아우디와 BMW, 페라리 등이 상위권이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다양한 놀이 방법을 가르쳐주는 ‘차이의 놀이’ 앱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50만 다운로드를 넘겼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집콕’이 이어지며,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아이를 보며 속을 썩이던 아빠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자신을 30대 아빠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이 앱을 사용하고부터 주말마다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지 않게 됐다”는 리뷰를 남겼다.

레고코리아의 영유아 라인 레고 듀플로는 기저귀 제조 업체 하기스와 협업해 부심(父心)을 자극하는 마케팅, ‘듀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 모습을 촬영해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경품을 제공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육아대디 간의 놀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레고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갖고 놀 수 있는 완구인 만큼 육아대디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유모차 브랜드인 ‘툴레 유모차’는 안전성을 내세워 육아대디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툴레는 원래 자동차에 설치하는 캐리어와 캠핑용품으로 남성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다. 튼튼한 내구성으로 쌓아 올린 신뢰가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툴레 유모차 관계자는 “전시회에 나가면 아버님들이 ‘어, 툴레다’ 하면서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다”며 “산에서 쓸 수 있는 유모차까지 출시해 아빠들의 취향을 저격했다”고 했다.


Plus Point

남성 육아 활발할수록 육아용품 시장도 강하다

명품 육아용품으로 유명한 북유럽이 남성들의 육아 참여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진화한 육아 문화가 육아용품 시장의 주도자로 자리하는 데 기여했다. 미국의 시사 잡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나라’ 1위로 ‘레고의 고장’ 덴마크를 꼽았다. 부모 모두에게 52주간의 유급 육아휴직이 주어지며 산모에게는 4주간의 출산휴가가 보장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라테파파(latte papa·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아빠)로 널리 알려진 스웨덴은 2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의 육아용품 업체 ‘베이비뵨’과 ‘리베로’는 각각 바운서와 일회용 기저귀를 처음 개발한 회사다. 또 다른 명품 육아용품 업체 ‘러본’의 핵심 상품인 ‘나옐 아기띠’는 남성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어 한때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