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올해 1월 25일 출시한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 <사진 : 넥슨>
넥슨이 올해 1월 25일 출시한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 <사진 : 넥슨>

넥슨은 올해 1월 25일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이하 듀랑고)’를 출시했다. 국내 대다수 게임은 검 또는 마법을 사용하는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듀랑고는 현대인으로 등장하는 플레이어가 알 수 없는 사고로 공룡 세계에 떨어지면서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야생의 땅을 개척하며 자신 만의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서 특징은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경로를 단순히 따라 가며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게임 속 콘텐츠를 조합해 스스로 경로,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듀랑고를 개발한 이은석 넥슨 프로듀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게임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어디서도 보지 못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데 개발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게임 시스템까지 바꾸는 현지화 전략

듀랑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7월부터 14개 국가에 해외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152개국의 사용자가 테스트에 참여했다. 올해 2월 7일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는 330만건을 돌파했다.

넥슨이 고속성장하고 있다. 그 비결은 해외 사업에 있다. 넥슨의 해외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조원을 돌파했고, 4분기에는 3117억원을 기록하며 호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연간 매출로 보면 2016년 대비 42% 증가한 1조511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넥슨은 ‘현지화’를 무기로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흔히 온라인 게임의 현지화라고 하면 번역, 각 지역 문화에 맞는 이벤트 기획, 현지 분위기에 맞는 그래픽 적용 등을 꼽는다. 넥슨도 해외 시장에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이런 요소들을 적극 반영했다.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중국의 춘절이나 독일의 맥주 축제 기간에 이벤트를 진행했고, 일본에는 벚꽃 배경, 중국에는 상하이 도심을 표현하는 등 그래픽에도 현지 분위기를 반영했다.

넥슨은 겉으로 보이는 영역뿐만 아니라 게임 시스템까지 바꾸는 보다 적극적인 현지화를 시도하면서 현지 게임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메이플스토리 일본 유저들을 위한 ‘경험치 재설계’와 미국 유저들을 위한 ‘웨딩 시스템’ 개발은 넥슨만의 독자적인 현지화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해외 법인과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해외 인력들이 직접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을 주도하도록 한 것도 성공적인 현지화의 밑거름이 됐다. 넥슨은 현재 일본·북미·대만·태국 등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2011년에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전 세계 유능한 개발자들이 설립한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게임 개발을 위한 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창의성, 도전정신 강조하는 기업 문화

수평적 조직 체계와 창의성,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문화도 넥슨의 성장 비결로 꼽힌다. 넥슨은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책임과 권한을 프로젝트 디렉터에게 부여한다. 의사결정 역시 일방적인 보고가 아닌 상호간 소통의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또 직원들이 직급을 막론하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자신들의 의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수평적인 호칭 문화를 도입했다. 사원에서 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직급에 관계없이 사내에서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넥슨은 갑작스러운 호칭 변경으로 직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님’ 사용을 e메일로 먼저 시작했고, 점차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넥슨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내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 ‘넥슨 포럼’도 운영하고 있다. 재즈 밴드 ‘더놀자 밴드’, 뮤지컬 공연팀 ‘넥슨합창단’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3개의 넥슨 포럼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넥슨은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넥슨 사내직원 대상 특화교육’ ‘명사 특강’ 등 지식공유의 장을 열고, ‘어학교육 지원’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백한주 넥슨 인사실장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의 최고 자산은 사내 직원들”이라며 “직원들을 위한 직접적인 혜택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업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지문화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이정헌 대표,
e스포츠 저변 확대 이끌어

이정헌(39) 넥슨 대표는 2003년 넥슨 신입사원으로 입사, 올해 1월 대표직에 올랐다. 15년 만에 대표로 승진한 것이다. 이는 실력으로 평가하는 넥슨의 기업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게임 사업 및 프로젝트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FIFA 온라인 3’ 론칭과 흥행을 이끌었고, 급변하는 게임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흐름을 읽으며 HIT(히트), 다크어벤저 3, AxE(액스) 등 모바일 게임의 성공도 진두지휘했다.

이 대표는 게임이 건전한 여가 문화로 성장할 수 있는 데도 힘썼다. 그는 2013년 세계 최초로 게임 회사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넥슨 아레나’ 오픈을 주도했다. 현재 넥슨 아레나에선 연평균 200회 이상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그가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 대표는 2015년 게임 업계 최초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종합 콘텐츠 페스티벌 ‘네코제(넥슨 콘텐츠 축제)’도 개최, 게임 유저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임 문화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