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 교촌치킨 홍대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치킨을 먹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중국에서 한국식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김연정 조선일보 객원기자>
지난해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 교촌치킨 홍대점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치킨을 먹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중국에서 한국식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김연정 조선일보 객원기자>

치킨은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1주일에 1회 이상 야식을 먹는다고 답했고, 78%가 가장 즐겨먹는 메뉴로 치킨을 꼽았다.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54.5%가 한 번에 치킨 반 마리를 먹는다고 했다. 11.6%는 ‘1인 1닭’을 실천하고 있으며, 1마리보다 더 먹는다는 응답도 2.8% 나왔다. 치킨 1마리 가격이 약 1만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야식으로 치킨을 시킬 때 10명 중 7명은 8000원 이상을 쓴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치킨집은 ‘한 집 건너 한 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년 통계에 따르면 호프집 등 다른 업종과 함께 영업하는 곳까지 포함해 치킨집은 전국에 3만6000곳이 있다.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수(3만5429개)보다 많다.

이렇게 치킨집이 많지만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경제 수준에 비해 닭고기 소비량이 적은 나라다. 한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년에 15.4㎏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7.5㎏)의 절반 수준이다. 닭고기를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치킨이 탄생한 미국(44.5㎏)과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뒤집어 말하면 치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이상 국가에선 닭고기 소비량이 다른 육류보다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소비자의 백색육 선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1인당 GDP가 높아지면 향후 닭고기 소비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미 소득이 늘면서 한국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도 매년 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치킨 시장 규모는 2002년 3000억원에서 2011년엔 3조10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음식점 창업자 100명 중 7명이 치킨 전문점을 선택할 정도로 선호도도 높다.


가맹점수는 비비큐, 매출액은 교촌치킨

치킨집을 창업할 때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는 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별다른 홍보가 필요하지 않고, 기술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많다는 게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뜻은 아니어서 매출이 이에 비례하진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전국에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비비큐(1684개)’다. 비비큐는 서울·부산·광주· 경기·충북·경남·제주 등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수 1위다. 1980년대 양념치킨을 선보이며 치킨 업계 혁신을 이끈 페리카나는 인천·대전·세종·강원·충남에 가맹점이 가장 많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가맹점수가 많은 상위 15개 브랜드를 선정해 분석했다.

‘한 마리 가격에 치킨 두 마리’를 제공하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대구 1위다. 대구에서 탄생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외에 교촌치킨·맥시칸치킨·멕시카나·처갓집양념 통닭·땅땅치킨 등이 있다. 대구에선 치킨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 다양한 아이디어가 치킨 메뉴 개발에 도입되고, 전국적으로 퍼진다고 한다. ‘치맥의 성지’라는 슬로건으로 지난해 7월 열린 대구 치맥 페스티벌엔 92개 업체가 참여했고, 1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가맹점수는 비비큐의 독주지만 가맹점 한 곳당 연평균 매출액은 비비큐와 교촌치킨이 양강체제다. 가맹점 전국 평균 매출액은 교촌치킨이 4억1946억원으로 가장 많다. 교촌치킨은 서울·인천·광주·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 등 9개 지자체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중 평균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 비비큐는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제주·세종 등 7곳에서 1위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대전에서 평균 매출액이 다른 업체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다만 일부 업체는 전국 평균 매출액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체 매출액은 또래오래가 5078억원으로 가장 많고, 교촌치킨(2279억원), 비비큐(1913억원), BHC(1088억원), 굽네치킨(890억원)순이다.


치킨집, 피자집 보다 매출액 적어

창업의 대명사가 치킨집이라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해 돈을 많이 버는 편은 아니다. 통계청이 편의점 매출액은 4억3100만원, 제빵·제과는 4억500만원을 기록했지만 치킨집은 1억1400만원에 그쳤다. 피자·햄버거(2억3000만원)는 물론, 커피 전문점(1억6800만원)보다도 낮았다.


Plus Point

치킨 종주국 미국에서 성공한 페루 치킨

페루식 오븐 통닭 뽀요 알 라 브라사.
페루식 오븐 통닭 뽀요 알 라 브라사.

우리가 먹는 ‘치킨’은 18~19세기 미국에서 탄생했다. 남부 흑인 노예들이 백인 주인들이 닭을 오븐에 요리(로스트치킨)하고 남은 날개·목처럼 살 없는 부위를 가져다가 기름에 튀긴 것에서 시작됐다. 이 요리법을 백인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이 대표적인 미국의 프라이드 치킨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급부상한 닭고기 요리가 있다. ‘뽀요 알 라 브라사(Pollo a la brasa)’라고 불리는 페루식 오븐 통닭이다. 2013년 한 조사에서 페루 요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 3위 안에 들었다. 뽀요 알 라 브라사는 미국의 페루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이다.

뽀요 알 라 브라사는 1950년대 페루 리마에서 시작됐다. 이 음식을 주문하면 오븐에 구운 통닭이 감자튀김과 함께 그릇에 담겨 나온다. 미국에선 반 마리 분량의 요리가 12달러, 한 마리는 16달러 정도에 판매된다.

한국식 치킨도 미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2014년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에 살면서 꼭 가봐야 할 음식점 40곳’에 한식당 2곳을 선정하고, 그중 하나로 ‘본촌치킨’을 꼽았다. 본촌치킨은 해외 진출에 주력해 전 세계 9개국에 212개 매장을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본촌치킨이 바삭한 튀김에 매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인기가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