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베트남 공장에서 직원이 스판덱스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효성>
효성 베트남 공장에서 직원이 스판덱스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효성>

효성이 창립 51년 만인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효성은 2016년 매출 11조9291억원, 영업이익 1조163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사상 최대치인 8.5%를 기록했다.

특히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글로벌 1위 제품을 포함해 섬유·산업자재·중공업·화학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 비중은 섬유(30.7%), 산업자재(21.5%), 중공업(18.6%), 화학(14.5%) 등으로 안정적으로 분산됐다. 2014년 60%, 2015년 44.9%에 달했던 섬유 부문 비중이 지난해 30.7%로 떨어져, 특정 사업에서 대부분의 돈을 번다는 지적도 피하게 됐다.


베트남·중국·미주로 시장 확대

효성이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요인으로는 △타이어코드 및 차량용 매트 판매 확대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수익성 확대 △중공업 부문의 실적 개선 △건설 부문의 경영효율성 극대화 등이 꼽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스판덱스는 공급 증가에 따른 판매가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일부 줄었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통한 차별화 제품 판매 확대 등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가 넘는다. 산업자재 부문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타이어코드는 기존 고객의 맞춤형 판매와 원가경쟁력 확보로 이익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나일론 에어백과 시트벨트 판매도 늘었다. 중공업 부문은 글로벌 수주 증가와 원가 절감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화학 부문은 안정적인 원재료 수급 기반 확보와 폴리프로필렌 등의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으로 스프레드(판가와 공급가의 차이)를 확대해 수익성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실적은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베트남·중국·미주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 주역이 바로 조 회장이다. 2000년대 중반 전략본부장(사장)이던 조 회장이 베트남과 중국·터키·브라질 등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에 맞는 제품으로 시장 공략을 주도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중공업 부문은 2014년부터 조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이후, 고수익 위주의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북아프리카·중동·인도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영업이익을 대폭 늘렸다.

효성은 이익 실현을 통해 7357억원의 차입금을 감축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연결기준 부채 비율이 2011년 IFRS 도입 이후 최저치인 267.2%를 기록했다. ㈜효성도 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36.4% 하락하면서 124.5%로 대폭 줄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효성 관계자는 “올해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등을 통해 견조한 사업 실적을 이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비결 1 |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

우리나라에서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는 역사가 길지 않다. 국내 최초의 민간기술연구소로 꼽히는 곳이 효성그룹의 기술연구소(현 효성기술원)로 1971년 설립됐다.

효성의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가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효성은 신성장 동력인 탄소섬유·폴리케톤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이들 분야의 연구·개발 및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개발은 시간과 자본이 많이 투여되는 데다, 많은 실패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열정과 인내가 필요하다. 실제로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이 개발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여됐다.

스판덱스의 경우, 약 3년간 숱한 시행 착오와 실패를 거쳐 1992년 개발에 성공했지만 품질이 엉망이었다. 사내에서조차 스판덱스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투자가 이어졌다. 이런 뚝심으로 효성의 스판덱스는 2010년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기술에 대한 집념과 뚝심의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따르는 이유다. 1월 16일 그룹 회장에 취임한 조현준 회장은 취임사에서 “기술 경쟁력이 효성의 성공 DNA로 면면히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효성(1998년 합병 이후 기준)이 가지고 있는 특허는 국내 2703건, 해외 752건에 달한다. 스판덱스·탄소섬유·폴리케톤 등 독자 기술 확보는 곧 불필요한 로열티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고,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다.


성장비결 2 |
선택과 집중으로 성장 모멘텀 확보

효성은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나섰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 따라 수익성과 사업성은 뛰어났으나,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계열사와 사업 부문을 과감히 매각했다. 이를 통해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을 실천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했다. 또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변화와 혁신에 부합하는 정보통신 부문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효성바스프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중공업 부문의 효성ABB는 우량 기업이었다. 효성은 1998년부터 3년여 동안 이들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1998년 3월 효성바스프의 지분을 독일 바스프에 팔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효성ABB의 지분을 스위스 ABB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999년 12월에는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의 영업권·설비 등의 지분 50%를 다국적 기업인 셀라니즈에 팔았다. 자체 사업 중에서도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과 인조대리석 사업 등 비핵심 부문을 해외에 매각했다.

주력 계열사 통합 역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었다. 효성은 나일론 섬유와 타이어코드에서 국내1위인 효성T&C와 폴리에스터 2위인 효성생활산업, 변압기 등 중전기 분야에서 국내 최대 업체인 효성중공업, 종합상사인 효성물산 등 주력 4개사를 통합하기도 했다.

베트남공장에서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베트남공장에서 타이어코드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성장비결 3 |
적시적소에 구축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효성은 전 세계 70여 곳에 제조·판매 법인을 두고 있다. 효성은 1990년대 말부터 성장의 모멘텀을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 확대’로 잡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핵심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효성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터키·베트남·브라질 등지에 현지 생산공장을 두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스판덱스의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효성은 안양·구미 등 국내에 공장을 건립한 후, 2000년 중국 가흥 스판덱스 공장을 준공했다. 2003년에는 중국 주하이에 현지 법인인 효성 광동 안륜 유한공사를 설립했다. 2004년 11월에는 중국 가흥에 연산 1만8000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이를 토대로 중국 내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도 해외 투자는 계속됐다. 아시아 및 미주·유럽·중남미 시장 등 주요 거점별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베트남·터키·브라질 등에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별 현지 판매 법인을 늘렸다.

특히 효성은 2007년부터 불모지에 가까웠던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 지역에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쏟아부은 투자액만 9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향후 연짝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효성의 핵심 생산 기지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2008년 본격적인 공장 가동을 시작해, 2009년부터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매출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14년부터는 매출 1조원을 돌파, 전체 베트남 수출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 3개 공장을 비롯해 단일 자체 공장으로 세계 최대의 공급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유럽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한 터키, 중남미 섬유 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에 각각 생산 기지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특히 브라질에서의 성과가 탁월하다. 현지 생산체제 구축 2년 만인 2014년 브라질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다.

효성의 스판덱스 글로벌 생산량은 2014년 베트남 공장과 중국 광동 사업장의 1만t 증설을 완료하면서 총 19만t으로 늘었다. 또 다른 세계 1위 제품인 타이어코드 역시 한국·중국·베트남·미주·유럽 등 글로벌 생산 기지의 안정적 공급망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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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판덱스(Spandex) 섬유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큰 섬유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린다. 석유 화합물인 폴리우레탄이 주성분이다. 기존 고무에 비해 약 3배의 강도를 가진다. 원래 길이의 5~8배나 늘어날 정도의 탄성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여성의 속옷이나 수영복, 운동복, 스타킹 등에 주로 사용된다. 타이어코드(Tire Cord) 자동차 타이어의 안정성·내구성·주행성을 강화하기 위해 타이어 속에 들어가는 보강재다. 비포장 도로용 타이어에는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일반 승용차에는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를 주로 사용한다.

Plus Point

창립 51년 효성그룹 3대 회장 조현준
다양한 인맥, 경험 갖춘 준비된 리더 ‘경청’ 통해 ‘100년 효성’ 만든다

1월 4일 조현준 효성 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효성구미공장을 방문해 폴리에스터 원사 공정 과정을 점검하는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사진 : 효성>
1월 4일 조현준 효성 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효성구미공장을 방문해 폴리에스터 원사 공정 과정을 점검하는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사진 : 효성>

효성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조현준(49) 회장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맡고 있는 섬유 부문은 현재 효성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그룹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정보통신 및 건설 부문의 최근 성장세도 두드러지게 눈에 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공업 부문이 괄목하게 성장한 데에는 조 회장이 전략본부장으로서 사업 부문을 실질적으로 총괄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중공업 부문은 수익성이 악화돼 2010년부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2011~2013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2014년 중공업 부문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선별적 수주, 신규 글로벌 시장 개척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이익 개선에 나서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게 됐다.


“승리하는 회사 만들겠다” 포부

효성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노틸러스효성이 세계 30여개국의 주요 대형 은행에 다양한 자동화 기기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조 회장 덕분이다. 노틸러스효성의 ATM(자동입출금기)은 2013년 미국 시장 점유율 28.7%를 차지,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조 회장이 정보통신PG장으로서 노틸러스효성의 글로벌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매출 신장을 위해 전 세계 곳곳을 직접 누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중학교(보성중)를 졸업하고 미 세인트폴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1996년 일 게이오대 법학대학원 정치학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효성에 입사하기 전에 일본 미쓰비시 상사와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는 등 폭넓은 해외 경험을 쌓았다. 조 회장은 1997년 효성 전략본부에 입사했다.

조 회장은 영어·일본어·이탈리아어 등에 능숙하고 미국과 일본·중국 등의 젊은 리더들과 깊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 회장은 이 학교에서 동양인 최초로 야구팀 주장을 맡는 등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조 회장의 국내 인맥도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게이오대에서 같이 공부해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세인트폴고교를 졸업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도 친하게 지낸다.

조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스포츠 마니아다. 야구·아이스하키·스쿼시·테니스·축구·배구·골프 등 공으로 하는 운동은 모두 좋아한다. 대학시절까지는 야구·미식축구·스키 대표선수를 지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야구를 가장 좋아한다. 효성 입사 후 매주 일요일 효성 직장인 야구에 참가해 6년 연속 우승을 이끌어낼 정도로 야구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야구와 경영이 비슷한 점이 많아 야구로 직원들과 소통하기도 하고, 야구를 통해 경영을 많이 배우기도 했다. 야구는 개인이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하지만, 위기를 맞았을 때에는 팀워크가 승패를 좌우한다.

조 회장은 공정하고도 냉철한 승부세계의 교훈을 경영에 접목하려고 노력한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박빙으로 지더라도 승자는 기억하지만 패자가 얼마나 잘했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승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 그는 올 신년사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히 겨루되 반드시 승리하는 조직으로 만들자”고 독려했다.

조 회장은 ‘100년 효성’으로 가기 위해 ‘경청(傾聽)’을 강조했다. 고객과 협력사의 소리뿐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회장에 취임하기 전인 1월 4~8일 국내 생산공장 5곳에서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현장경영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