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가구에서 시작한 한샘은 침실·거실·욕실 등의 가구와 소품을 다루는 토털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 : 한샘>
부엌가구에서 시작한 한샘은 침실·거실·욕실 등의 가구와 소품을 다루는 토털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 : 한샘>

가구 기업 한샘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1조8556억원, 영업이익은 1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8%, 13.3% 증가했다. 내수시장 침체 속에서 거둔 값진 결실이다. 2위와 매출 격차는 1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한샘이 ‘가구 업계 삼성’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샘은 올해 매출 2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엔 건설 경기 위축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하반기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춤했던 성장세가 회복됐다. 특히 본업인 부엌 부문이 제 역할을 했다. 부엌 부문 매출은 8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부엌 부문은 한샘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력 사업이다.


부엌에서 주거공간 전체로 사업 분야 확대

국내 가구 시장을 이끄는 한샘은 1970년 부엌 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했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조창걸 명예회장은 30대 중반에 7평 남짓한 비닐하우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입식 부엌의 개념조차 낯설던 당시, 현대식 부엌을 소개하면서 부엌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쪼그려 앉아 일하던 형태에서 서서 일할 수 있는 조리대 형태로 바꾼 것이다. 한샘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일찌감치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1977년 7월 국내 최초로 부엌 가구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한샘 부엌 가구는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진출 붐에 힘입어 중동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일본·미국으로도 진출했다. 1979년 수출 100만달러를 달성했으며, 1983년 수출 500만달러라는 기록을 세웠다.

‘싱크대’로 통칭되던 부엌 가구 시장에 ‘시스템 키친’ ‘인텔리전트 키친’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도 한샘이다. 한샘은 이제 부엌뿐 아니라 침실·거실·욕실 등 모든 주거공간에 가구와 기기, 소품 등을 공급하는 토털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엌 가구만을 파는 게 아니라 바닥재·벽지 같은 건자재부터 시스템 욕실까지 판매하고 있다.

부엌 분야 사업에서 확보한 인테리어 디자인 역량을 기반으로 주택 내 여러 공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한샘은 설립 이후 꾸준히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2001년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63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샘이 대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고객과 시장의 흐름을 읽고 유통과 제품 혁신을 이뤘으며, 건자재와 해외 진출 등 신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원동력 1 | 가구에서 건자재까지 아이템 확대

일반적으로 부엌 가구 구매는 주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한샘은 이에 주목하고 주택과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전국의 인테리어 업체와 제휴했다. 그리고 이들 업체를 통해 부엌 가구에서부터 욕실·마루·창호 등 건자재를 개별 또는 패키지로 공급하는 IK(Interior Kitchen)를 2008년 출범했다. 출범 초기인 2009년 3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IK는 2015년에는 약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에는 부엌을 넘어 집 전체에 대한 공간을 제안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사업부명을 IK에서 ‘한샘리하우스(Re-house)’로 바꿨다. 이는 IK 사업 출범 당시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부엌 가구로 시작했지만 지역 인테리어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업체가 진행하는 모든 리모델링 아이템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욕실·창호·조명·바닥재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아이템의 상당 부분을 ‘한샘화’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한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한샘은 큰돈이 드는 리모델링 시 샘플만 보고 완성된 후의 모습을 상상해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495~990㎡(150~3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전시장은 한샘의 가구와 건자재로 꾸며져 있다. 현재 전국에 6개의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인테리어 가게와 협력 그리고 리하우스를 통한 보완으로 한샘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샘 플래그숍에서 고객이 전문영업사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한샘 플래그숍에서 고객이 전문영업사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원동력 2 | 다양한 유통망 확보

한샘은 대형 직매장인 플래그숍, 대리점, 온라인 유통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한샘은 서울 목동·논현·잠실·상봉, 경기도 분당·수원,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 대구 범어에 토털 인테리어 유통 매장인 ‘플래그숍’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세계적인 인테리어 전문 기업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하자 한샘을 포함한 한국 인테리어 업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적어도 한샘엔 기우에 불과했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 이후에도 한샘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예상하고, 한발 앞서 이케아와 차별화되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도심에서 1시간 거리의 교외에 1만6500㎡(5000평) 규모의 창고형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한샘은 규모는 작지만 접근성이 좋은 도심에 자리를 잡았다. 또 DIY(Do It Yourself) 문화가 낯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춰 영업사원부터 설계·상담·시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이케아와 차별화를 꾀했다.

한샘의 전통적인 유통 채널인 대리점은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샘은 2012년부터 330~495㎡(100~150평)이던 대리점을 990~1650㎡(300~500평) 이상으로 확대했다. 가구만 판매하던 것에서 330㎡ 규모의 생활용품 코너를 추가해 수납·주방용품 등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또 지역 대표 아파트를 그대로 매장에 접목한 모델하우스 인테리어를 전시해 고객들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한샘은 전국에 48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샘은 온라인 시장 성장에 맞춰 자체 쇼핑몰 ‘한샘몰’ 등 온라인 유통 채널도 강화했다. 온라인 사업을 본격 시작한 2008년, 173억원이던 온라인 부문 매출이 2015년 122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샘몰 성공의 중심에는 지난 1월 누적 판매 150만개를 기록한 국민 책장 ‘샘(SAM)’을 비롯한 많은 히트 상품이 있다.

한샘은 중소 협력업체와의 상생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샘의 자체 제조 비중은 20% 정도다. 대부분의 제품은 주문제작방식(OEM)으로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는다. 이들 협력업체 대부분이 국내 중소 제조업체다. 유통 부문도 마찬가지다. 한샘의 매출 대부분은 대리점 또는 제휴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한샘이 협력사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가 한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샘 플래그숍 목동점
한샘 플래그숍 목동점


원동력 3 | CEO가 직접 품질·서비스 강화

한샘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품질·서비스 강화’ 정책 덕분이다. 2013년 1분기 월 500억원대의 물량이 4분기에 900억원대로 증가했다. 품질·서비스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자 최양하 회장은 서비스 조직(CS센터)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두고 외형적인 성장보다 품질·서비스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품질·서비스 회의는 CEO가 매주 직접 주관하고 있다. 또 품질·서비스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제품 개발 담당부터 제조·물류·영업·시공 등 전 프로세스 담당자가 모여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

최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매출이 성장할수록 품질·서비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명품 수준의 품질,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덕분에 2013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서고 생산 물량이 급증했지만 1회 사고율, 1개월 내 무상 AS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샘은 물량 증가에 따른 영업·시공·물류·AS 등 고객 서비스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시공 사원은 2013년 2300여명에서 현재 2800여명으로 늘었다. AS 기사와 물류 사원 역시 10~20%가량 충원했다. 전 유통 채널에 걸쳐 영업 사원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현장 경영도 확대하고 있다. 최양하 회장은 매월 2회 이상 영업·시공·AS·콜센터 등의 현장 직원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한다. 최 회장뿐 아니라 각 사업부를 책임지는 부서장(임원급)들도 월 2회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사원들의 근무 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Plus Point

한샘 미래 성장 동력은 ‘중국 시장·스마트홈’

한샘은 올해 글로벌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시장을 향한 첫걸음을 뗀다. 13억명의 중국 거대 시장이 목표다. 오는 7월 중국 상하이에 1만㎡(약 3000평) 규모로 플래그숍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1곳의 생산시설, 2곳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온라인 판매망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투자금은 850억원에 달한다.

한샘은 1990년대 후반 중국 내 건설사를 통해 부엌 가구 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부엌 가구뿐만 아니라 침대·소파·테이블 등 인테리어 패키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화를 위해 중국인 직원 70여명을 채용해 서비스 교육을 진행 중이다.

중국 아파트는 내부 인테리어를 완성시키지 않은 채 분양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최근엔 노후 주택 시장도 커지고 있다. 또 중국인들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 개별 인테리어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건자재 시장 규모는 2015년 말 기준 7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샘은 최근 국내 스마트홈 대중화에 앞장서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LG전자·KT와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한샘의 가구에 LG전자의 IoT 관련 기술을 결합해 주거 환경 혁신에 나선다.

KT와는 주거공간에 들어가는 제품에 집 안 환경이나 안전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IoT 기술을 연동시켜 ‘IoT 인테리어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Plus Point

전문경영인으로 한샘 급성장 이끈 최양하 회장
“답은 현장에 있다… 매달 두 차례 현장 직원 만나”

최양하 한샘 회장은 “한샘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라며 “모든 문제는 현장에서 발생하며 그 해결책 역시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 회장은 이른 새벽 경기도 오이도 물류센터로 출근해 시공 기사가 차량에 제품을 싣는 것부터 운송, 시공 등 물류 시공 전 과정을 함께한다. 그러면서 시공 기사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최 회장은 매월 2회 이상 영업·시공·AS·콜센터 등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일선 근무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또 사업부를 맡고 있는 사업부 수장들에게도 현장의 목소리를 자주 들을 것을 권한다.

최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대우중공업에서 엔지니어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1979년 한샘과 인연을 맺은 뒤 영업과 생산 부문을 주로 맡았다. 목공소와 다름없는 공장에서 일에 매달렸다. 그는 1994년 대표이사(전무)에 올랐고 1997년 사장, 200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조창걸 창업자가 명예회장으로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지금까지 한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994년 이후 23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어려울수록 기회 크다”

한샘의 지속 성장은 ‘어려운 시절일수록 기회는 더 크다’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로 1997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투자를 중단하거나 사업을 축소했지만 한샘은 신사업을 시작하고 신규 채용을 늘렸다.

1997년 부엌 가구만 취급하던 한샘이 인테리어 가구 사업에 뛰어들었고, IMF 외환위기로 다른 회사들이 부도 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한샘은 오히려 기회를 맞았다. 당시 출범 5년을 맞은 인테리어 가구 사업의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 업계 1위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회사들이 투자를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할 때 한샘은 온라인, IK 등 신규 유통을 론칭했다. 또 기존 직매장을 확대하고 기존 대리점도 대형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 유통은 ‘1조 한샘’을 만드는 데 일조했고, 한샘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최 회장은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둔 지금,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것들이 동북아 최강 기업 한샘을 만들어줄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최 회장은 등산으로 건강을 다진다. 주말이면 회사 임직원들과 산에 오르고, 한샘의 모든 행사에는 등산이 빠지지 않는다. 반기마다 진행되는 전사 팀장회의도, 격주로 진행되는 임원회의도 늘 등산이나 트레킹으로 마무리된다.

공채 신입사원도 입문교육 마지막 날 태백산 야간등반을 한다. 여기에는 직급과 부서를 넘어 상호 간의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최 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