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국내 중소기업 로보빌더가 개발한 ‘5G 로봇’의 구동 모습. 연동 센서를 부착한 인간의 움직임을 로봇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재현한다. SK텔레콤은 로봇에 5G 기술을 접목해 반응 속도를 높였다. <사진 : 블룸버그>
SK텔레콤과 국내 중소기업 로보빌더가 개발한 ‘5G 로봇’의 구동 모습. 연동 센서를 부착한 인간의 움직임을 로봇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재현한다. SK텔레콤은 로봇에 5G 기술을 접목해 반응 속도를 높였다. <사진 : 블룸버그>

‘환자를 실은 무인 구급차가 병원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전방 교차로에 신호가 바뀌면서 좌회전해 들어오는 차가 있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 사고를 내고 만다. 일시적인 통신 지연 때문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5G 기술은 현재 무선통신에 광범위하게 사용 중인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5G는 4세대(LTE)보다 최소 1000배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주파수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5G 기술이 인터넷과 무선통신 속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5G기술을 적용하면 ‘실감통신’도 가능해진다. 무선으로 풀 HD보다 4~8배 선명한 초고화질(UHD)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을 결합해 다양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화질 홀로그램으로 수술 방법 논의

예를 들어 암에 걸린 환자의 장기를 고화질 홀로그램 영상으로 수술 시 허공에 띄워놓고 360도 돌려보면서 수술 방법을 논의할 수도 있다. 해외지사 직원들과 마치 곁에 있는 것처럼 실감나게 화상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사실 5G 기술 없는 ‘4차 산업혁명’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TE의 최대 10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전송 속도와 반경 1㎞ 내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100만개를 동시에 연결하는 광범위한 연결성, LTE의 50분의 1 수준인 짧은 반응 속도(Latency)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와 VR, 드론 등 첨단 기술이 광범위하게 상용화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자율주행차의 경우처럼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에 짧은 시간에 시의적절한 명령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VR을 통한 원격 의료나 드론을 이용한 환경 감시 등 정밀한 조작을 요구하는 미래 기술은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5G 시장의 경제 규모가 2035년 12조3000억달러(약 1경4200조원), 연계 산업 시장 규모는 3조5000억달러(약 404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만 해도 2200만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초 5G 상용화 가능 시점을 2020년 이후로 보고 있다.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는 2018년 6월까지 5G 관련 1단계 표준화 작업을 완료하고, 2019년 12월까지 2단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통신장비 업체들과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5G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뛰어들면서 상용화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상용화 위한 막대한 투자가 걸림돌

얼마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최대 화두는 ‘이동통신’이었다.

삼성전자는 단말기부터 장비까지 한데 아우르는 원스톱 5G 솔루션을 공개했고, 중국 국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ZTE는 세계 최초로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노키아와 도이치텔레콤 등 5G 기반으로 구동되는 산업용 로봇을 전시한 업체들도 있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워싱턴D.C.와 애틀랜타, 휴스턴, 시애틀, 덴버 등 미국 11개 도시에서 5G 이동통신망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다. 당분간은 통신용이 아닌 가정과 사무실의 인터넷 연결 속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 퀄컴, 인텔 등과 함께 5G 생태계 조성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버라이즌의 애덤 케피 네트워크 기획 담당 본부장은 “5G 기술 혁신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네트워크 분포가 촘촘해졌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5G 확산을 위한 기반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5G 기반의 차세대 광대역 서비스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5G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5G 통신은 30~300㎓의 고주파인 밀리미터 웨이브(㎜Wave) 대역을 사용한다. LTE에 사용되는 저주파와 비교하면 속도는 훨씬 빠르지만 전송 거리가 짧고 건물 등 장애물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 이 때문에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신 안테나 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이 5G의 미래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Plus Point

영화 한편 다운로드에 3G는 7분, 5G는 1초

국내에 1세대(1G) 이동통신이 시작된 시기는 1984년이다. 3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어느덧 네 번째 세대 교체를 앞두고 있을 만큼 통신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1G 이동통신 기술은 아날로그 기반의 기술이었다. 데이터 전송 기능 없이 음성(통화)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음성을 전기적인 신호로 전달했기 때문에 잡음이나 혼선도 심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이동전화 수요를 1세대 방식으로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한꺼번에 많은 통화량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이동통신 시대인 2G 시대(1990~2000년대)가 시작된다.

2G 시대에 이르러 전송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음성 신호를 전기 신호가 아닌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여 사용하게 됐다. 음성통화 외에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졌다.

3G 시대(2000년대~2010년대)에 와서는 전송속도가 144K~2.4Mbps로 텍스트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도 전송할 수 있을 만큼 향상되면서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열었다. 4G(LTE) 시대(2010년 이후)에는 정지 상태에서 1Gbps까지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고화질의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됐다.

곧 다가올 5G 시대에는 4G보다 1000배 빠른 최대 100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800Mb의 영화 한 편을 기준으로 3G는 7분 24초, 4G인 LTE는 1분 30초 정도 걸리지만, 5G 폰은 1초 만에 다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