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한누리를 이끌고 있는 김상원(가운데), 김주현(오른쪽), 김주영 대표변호사. <사진 : 한누리>
법무법인 한누리를 이끌고 있는 김상원(가운데), 김주현(오른쪽), 김주영 대표변호사. <사진 : 한누리>

2000년 증권집단소송 전문 로펌으로 출범한 한누리는 일반인 금융투자 피해자를 대리한 소송에서 ‘국내 최초’라는 기록을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소송이 푸르덴셜투자증권(옛 현대투자신탁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9년 만에 200억원의 배상합의를 이끈 공모주 집단소송이다. 한누리는 2001년 은퇴자, 주부, 노인 등 일반 투자 피해자를 대리하고 공모주 집단소송을 냈다. 원고 수가 당시 최대인 1483명이었고 이들이 피해를 본 투자금은 325억원에 달했다.

이 사건은 2000년 당시 현대투자신탁증권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삼일회계법인이 주당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해 실권주 공모에 참여한 2만3205명(1억1500주)의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으며 시작됐다. 한누리는 푸르덴셜투자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의 대리인인 김앤장·태평양·바른 등 유수의 로펌들과 맞붙고, 7차에 걸친 ‘마라톤 소송’에서 피해자대책위원회 등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승리의 깃발을 잡았다. 이는 한누리가 다수의 투자 피해자를 대리해 받은 첫 공모주 소송 승소 판결일 뿐 아니라 회계법인의 주식가치 평가와 관련해 제3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첫 판례였다.

올해 초 한누리는 도이체방크,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집단소송에서도 각각 투자 피해자 500명에게 85억여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과 손해액의 110%를 배상하라는 화해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회계·재무 전문가와 협업 시스템

자본시장 소송과 관련해 한누리의 경쟁력은 김주영 대표변호사(52⋅사법연수원 18기)의 두터운 전문가 인맥에서 출발한다. 김 변호사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부소장)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 공정거래위원회 경제정책 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부 증권집단소송 개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누리는 분식회계, 주가조작, 증권신고서 허위작성, 펀드 부당판매 및 부당운용 등 투자자 소송과 관련해 김 대표변호사와 뜻을 같이 하는 서울대 김건식·안동현 교수, 고려대 김우찬 교수, 연세대 신진영 교수, 동국대 윤선중 교수, 한양대 김대식 교수 등과 협업하고 있다.  

회계와 재무 지식으로 무장한 변호사들도 한누리의 강점이다. 한누리는 출범 초기부터 ‘여의도투자자권익연구소’라는 부설연구소를 통해 변호사가 증권·금융 소송 리서치 업무에서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은 변호사 전원이 한국증권법학회·한국재무학회·한국상사법학회 등 외부 증권․금융 관련 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한누리는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증권·금융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한누리는 2000년 현대그룹이 ‘한국경제를 확신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12조원(당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5%)을 끌어모았던 ‘바이코리아펀드’의 부당운용 소송을 진행해 2년 만에 합의 판결을 받았다. 2000년 영남제분 주가조작소송을 제기해 17억원의 배상합의를 이끌어냈다. 2001년 현대투신 공모주집단소송에서 9년 만에 200억원대 배상판결을 받았다. 2000년 대우전자 분식회계소송을 시작해 8년 만에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도 했다.

한누리는 2005년 시행된 증권집단소송제도 소송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 한누리는 학계 연구 자료와 국내외 문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송 전략을 짠다. 한누리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도이체방크⋅로열뱅크오브캐나다⋅대우증권 등의 주가연계증권 기초자산 시세조종 소송에서 수천명의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한누리는 국내외 금융공학 교수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금융공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법(델타헤지)’이라는 대형 로펌의 주장에 대해 종가 결정 전 미리 판 것은 악의적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증권사 시세조종 소송도 승리

증권집단소송은 원고가 수백명이어서 품이 많이 들고, 집단소송 허가를 법원에서 받아야만 본안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등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마라톤 소송’인 경우가 많다. 한누리가 그동안 맡았던 증권집단소송 기간은 평균 42개월, 최장 9년까지 이어졌다.

1·2·3심에 거친 장기소송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패소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지만 한누리가 증권집단소송을 자신있게 특화하는 이유는 ‘가능성 있는 사건을 최소한으로 맡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내부 방침에 바탕을 둔다. 한누리는 사건 의뢰가 들어오면 내부 검증시스템을 거쳐 승소 가능성이 있는지, 승소해도 실제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다각도로 판례 연구(Case Study)를 한 후 수임 여부를 결정한다. 무분별한 사건 수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승소율을 높이는 게 궁극적으로 피해자를 위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누리가 맡는 집단소송은 연간 10건 미만이다.

일반 투자 피해자를 대리하는 원고소송은 자료 수집부터 어렵다. 모든 근거 자료는 피고인 금융회사가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내놓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누리는 전 구성원들이 매주 한번씩 모여 ‘일일공시’ 모니터링 회의를 갖고 증권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수집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한다.

한누리는 인터넷 홈페이지(www.hannurilaw.co.kr) 게시판에 피해자들과의 소통창구를 만들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무료사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무료로 사건 상담을 해주는 대신 최신 증권·금융 투자 피해 사례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것이다. 한누리는 기업 보도자료나 금융감독원 자료, 정정공시, 검찰청 등의 자료를 분석해 집단소송을 선제적으로 기획하기도 한다.

한누리는 소송의 상황과 자료를 공개하는 ‘투명성’ 전략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로펌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증권 분야 사건 자료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김 대표변호사는 “투명하게 모든 것을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의뢰인들로부터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은 물론 법조계에서 증권·금융 집단소송 분야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누리는 평균 근속기간 15년 이상의 베테랑 직원들이 전화나 서신, 이메일 등을 이용해 수시로 고객들을 응대한다. 숙련된 직원(paralegal·법률사무보조원)들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주고 집단 의뢰인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진행 중인 소송’ 코너를 만들어 잠재적 투자 피해자들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사건 진행 상황, 관련 쟁점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최소 50명 이상의 원고가 참여하는 집단소송은 전문성과 팀워크를 갖춘 로펌에 의한 포괄적인 법률서비스가 필수다. 한누리는 변호사가 10명에 불과한 소형 로펌이지만, 전직 대법관 출신부터 젊은 변호사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구성원들이 모여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이들은 매주 모여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지난 17년간 주요 사건을 대부분 승소로 이끌며 증권·금융 소송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회계 전문 변호사들 큰 활약

송성현 변호사는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관련 손해배상법 전문가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에서 활동하다가 2011년 한누리에 합류한 송 변호사는 전자공시시스템의 정정공시를 보고 금융감독원에 직접 회계감리를 요청해 분식회계 단초를 잡기도 했다. 송 변호사는 GS건설·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집단소송 기획을 맡고 있다.

박필서 변호사는 소액주주 대리 주주대표소송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 변호사는 현재 현대증권 소액주주를 대리해 주주대표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누리는 2004년 이익치 전 현대증권 사장을 상대로 400억원대 배상판결을 받는 등 현대증권과 질긴 인연이 있다. 박 변호사는 2003년부터 현대증권이 취득했던 자사주의 평균 취득 단가(9700원대) 등을 근거로 제시하는 등 저가 배임 행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일회계법인에서 3년간 회계감사 업무를 했던 임진성 회계사 겸 변호사, 외국 투자자소송판례 리서치를 전담하는 김성훈 회계사 겸 미국변호사 등 회계 전문 법률가들의 역할도 크다.

임 변호사는 KB금융지주가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것과 관련, KB손해보험 소액주주들을 대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DW컨설팅, 프로티비티컨설팅에서 회계감사 및 재무자문업무를 한 경험을 살려 글로벌 금융 사기 현황을 발 빠르게 수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구현주⋅남덕희⋅조계창 변호사도 사건별로 팀을 이뤄 집단소송 업무에 투입돼 일당백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누리는 설립 초기부터 법률가와 법률사무보조원의 연합군을 통해 증권·금융 집단소송에 대응했다. 로펌 출범 초기부터 함께한 법률사무보조원들의 전문성도 한누리의 강점이다. 한누리 법률사무보조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15년이 넘는다. 베테랑 법률사무보조원들은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준사법기관 민원 제기, 각종 증거 탐색·수집, 민사소송 제기 등의 과정에서 중요한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누리는 앞으로 신입 변호사들이 들어와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김주영 대표변호사는 “파트너 변호사 수를 늘리고, 지분 소유 구조도 개방해 전문성 있는 후배 변호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로펌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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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제도 2005년 1월 도입된 증권집단소송제도는 증권거래 과정에서 5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대표 당사자의 소송 효과가 피해자 집단 전체에 미치도록 하는 민사소송 절차를 말한다. 증권집단소송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본안 심리가 진행된다.
법률사무보조원(paralegal) 변호사 자격은 없지만 법률사무를 보조하기 위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말한다. 변호 업무 보조자로서 형식적·질적 범위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 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 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 2010년 영국이 처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등 12개 국가가 이 규정을 준용해 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정했다.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근무하면서 조직 내부의 부정, 부패, 불법, 비리, 예산낭비 등을 알게 됐을 때 이를 시정하고자 내부책임자 및 감사 부서에 폭로하는 사람을 말한다. 조직의 이익보다 사회 공동체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공익적 행위로 평가받고 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주영 한누리 대표 변호사
“기관 투자가 피해소송 등 틈새 시장 공략 글로벌 소송 위해 해외 네트워크 확대”

김주영 한누리 대표변호사는 “2005년 국내에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 이래,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금융 집단소송 분야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은 상당한 성과로 본다”며 “앞으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 등 투자자소송 주체를 다각화시켜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누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기관 등의 투자자 소송을 비롯해 포상금 제도를 활용한 틈새시장을 잡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최근 연기금 등 기관도 투자자소송 주체로 참여하고 있고,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내부고발제도 등 여러 포상금 제도가 생기고 있다”며 “소송 주체별로 기관 투자가 소송, 내부고발자 법률지원센터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자자 피해소송을 기관 투자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움직임 등 기관 투자가들이 의결권,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에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모니터링을 수시로 해야 하는 등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관 투자가들의 주주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미진한 측면이 있었지만, 오늘날 집단소송제의 피해 대상에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가나 자산운용사가 포함되고 있어 이들을 위한 마케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누리는 올해 안에 내부고발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지원센터도 열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부고발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미비했지만 지금은 내부자거래, 미공개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기업의 위법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내부고발자를 독려하는 포상금 제도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들이 당당하게 경제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률지원센터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밖에도 증권·금융 분야의 사건이 보다 조직적이고 글로벌화되는 만큼, 대형 금융스캔들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협업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금융 카르텔이나 금융 스캔들을 협업해 해결하자는 외국 로펌들이 많다”며 “지난해 폴크스바겐 소송을 했던 KTMC와 함께 포럼도 개최했는데 이 같은 네트워크를 확장해 글로벌 소송에도 특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효진 조선비즈 산업부 법조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