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월 7일 준공된 광양제철소 내 탄산 리튬 생산 공장에서 처음 생산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포스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월 7일 준공된 광양제철소 내 탄산 리튬 생산 공장에서 처음 생산된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포스코>

포스코가 올해 안에 사업구조 혁신을 마무리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3월 10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 권오준 회장은 ‘스마트 포스코(Smart POSCO)’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겠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권 회장은 지난 3년간 철강 본원 경쟁력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그룹 구조재편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2014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그는 ‘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는 의미의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비전으로 내놨다. 

권 회장이 가장 주력했던 것은 철강사업의 경쟁력 강화였다. 이를 위해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와 기술 및 마케팅을 융합한 ‘솔루션마케팅’을 적극 추진했다. 이에 따라 WP 제품 판매량은 2014년 약 1000만t에서 2016년 1600만t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도 같은 기간 130만t에서 390만t으로 3배가량 늘었다.

사업구조 혁신을 가속화하며 취임 당시 세운 149건의 구조조정 목표를 차질 없이 진행해 지난해 말 기준 126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거둔 재무개선 효과만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포스코가 구조개편에 성공한 것이 실적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17%… 창사 이래 최저치

취임 직전인 2013년 2조20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6000억원으로 19%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7.3%에서 10.8%로 늘어 5년 만에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재무건전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지난 3년간 부채비율은 17.4%(별도 기준)까지 떨어졌다. 포스코 창사 이래 최저치다. 포스코의 주가는 지난해 약 60% 상승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글로벌 공급과잉, 주요 수요산업 부진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지난해 900만t 수준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해 전 세계 자동차강판의 약 10%를 공급했다.

올해는 950만t까지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2018년 이후에는 1000만t 판매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고유기술에 기반한 철강사업 고도화로 고수익 고급강인 WP 제품 판매를 확대해 경쟁사와의 수익력 격차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기존 자동차강판 대비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고장력강을 지속적으로 개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1㎟당 1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초고장력강판인 ‘기가스틸’ 확대에 주력한다. 현재 포스코가 개발 및 양산 중인 기가스틸은 총 17종이며 일반강보다 영업이익이 5~20% 더 붙는다. 향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경량화 소재 필요성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세대 고강도강을 지속 개발하고 포스코 고유의 판매기법인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성공한 포스코는 ‘스마트 포스코’로의 체제 전환을 통해 미래 50년 준비에 나선다. 생산 부문에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 판매 부문은 WP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월드 프리미엄 플러스(WP+) 전략으로 수익성을 한층 높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2조500억원을 투자한다.


탄산리튬 추출하는 기술 상용화 성공

에너지와 소재 분야의 차별화 역량을 기반으로 신성장 동력 마련에도 나선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 자동차·항공기용 경량 소재,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특히 올해 신소재 등 비철강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 글로벌 철강산업 위기에도 철강사업 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비철강 신사업 부문 사업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엔진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지난 2월 기업 설명회에서 “올해는 리튬·니켈·마그네슘·티타늄 등 각종 신소재 사업에 4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튬·니켈 등 에너지 소재는 포스코의 4대 중점 사업 중 하나다. 신성장 사업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차·노트북·휴대전화 배터리의 필수소재인 탄산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술 개발 7년 만에 성공해 지난 2월 광양에 리튬추출 공장을 세우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연간 2500t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다.  2500t의 탄산 리튬은 약 7000만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동안 국내 이차전지 제조업체는 국내 리튬 공급사가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했으나 포스코의 리튬 생산으로 원료 수급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전 세계 배터리용 탄산 리튬 수요는 2002년 6000t에서 2015년 6만6000t, 2025년에는 18만t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수요 증가로 인해 탄산 리튬 가격은 지난 2015년 t당 5500달러에서 지난해 상반기 2만2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4배 이상 뛰었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생산규모를 4만t까지 확대해 시장점유율 10%,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포스코는 이차전지용 고용량 양극재인 ‘PG(POSCO Gradient)-NCM’을 양산하는 데 성공해 LG화학과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니켈 80% 이상 고용량 양극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포스코를 포함해 두 곳뿐이다.

양극재는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소재 중 하나다. 리튬을 기본 원료로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섞어 만든다. 일반적으로 니켈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고용량 양극재로 분류한다. 포스코가 상용화한 기술은 양극재의 중심부와 표면부의 니켈 함량을 다르게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중심부의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여 일반 양극재보다 에너지 용량이 20% 이상 늘어났다.

포스코는 배터리용 리튬 등 에너지소재 사업뿐만 아니라 마그네슘 판재 분야도 육성한다. 마그네슘 판재는 실용금속 가운데 최경량 소재이면서 높은 강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자동차 및 가전제품 경량화 추세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마그네슘 판재는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기존 해외 업체의 마그네슘-리튬 판재의 경우 가공성은 좋지만 외부 충격에 의한 찍힘에 취약한 단점을 갖고 있었다. 포스코는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강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인 에어마그네슘(Air-Mg) 판재를 개발했고, 지난 2015년부터 공급하고 있다. 이 마그네슘 판재는 0.5㎜ 내외의 최종 두께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단련과 특수 열처리를 거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판재는 높은 가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사 판재 대비 경도는 20%, 강도는 50% 이상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포스코는 기존 자동차강판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고장력강을 지속적으로 개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기존 자동차강판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강한 고장력강을 지속적으로 개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 제철소로 탈바꿈 추진

포스코는 르노삼성자동차와 마그네슘 판재 차체부품을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SM7 뒷좌석 시트와 트렁크가 맞닿는 부분에 이 판재를 적용해 기존 부품 대비 무게를 60% 줄였다.

포스코는 철강업체로는 처음으로 생산공정 과정에 AI를 도입, AI 제철소로의 탈바꿈을 추진하고 있다. 광양제철소에는 조업·품질·설비를 모두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고 각종 이상징후를 사전 감지하거나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선행 분석체계를 구축했다.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도 레이저 센서와 AI를 활용한 스마트화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강판 생산의 핵심기술인 용융아연도금을 AI를 통해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도금량 편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AI 기반 도금량 제어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저수익·비효율 사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그룹사 간 강점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포스코가 시급히 준비해야 할 과제다. 철강업 등 제조업이 디지털화의 영향을 가장 빨리 받기 때문이다. 정은미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철강산업은 급변할 것”이라며 “설비 고도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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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마케팅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에 대한 기술 지원과 마케팅 활동을 통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고객사를 참여시켜 그들의 의견을 제품에 적극 반영한다.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거나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제품,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모두 높은 제품을 말한다. 포스코는 총 2000여개 WP제품의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Plus Point

포스코 주요 경영진

포스코는 3월 1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회장을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경영진도 확정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2기 체제를 이끌 경영진으로 오인환 사장과 최정우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장인화·유성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철강사업 운영을 책임지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체제를 도입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철강 부문 운영은 COO가 책임경영을 하는 대신 권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비철강 부문 경쟁력 강화 등 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철강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던 오인환 사장이 COO를 겸임하고 있다. 최정우 사장은 재무실장, 정도경영실장, 포스코대우 부사장을 거쳐 가치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다.

새로 사내이사로 선임된 장인화 부사장은 철강생산본부장으로 포항·광양제철소 등 철강생산 현장을 지휘한다. 유성 부사장은 기술투자본부장으로 고부가 제품 기술과 리튬, 양극재 등 신사업을 맡고 있다.

Plus Point

연임 성공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포스코 위기에서 구한 철강기술 전문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철강 전문가로서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회장에 오른 것은 철강산업의 경기부진으로 포스코 영업이익이 2008년 7조2000억원에서 2013년 2조2000억원까지 떨어지는 등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을 때였다. 2015년엔 창업 이래 처음으로 순손실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포스코는 완전히 달라졌다. 권 회장이 주도한 강도 높은 경영쇄신으로 기업 체질과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다. 권 회장은 지난 3년간 철강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했다. 혁신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가 있어 이를 뛰어넘는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선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꾸준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돈 버는 기틀을 마련하고, 신성장동력 발판을 다졌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포스코 핵심기술 개발 주도

권 회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다니면서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졸업할 무렵 그는 미국 피츠버그대로 유학을 꿈꿨다. 피츠버그는 미국 철강산업의 본산인 US스틸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아 유학 계획을 미뤄야 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국방과학연구원에서 3년 정도 근무하며 유학비용을 마련했다. 이후 그가 유학을 간 곳은 피츠버그대가 아니라 캐나다의 윈저대였다. 장학금 제안을 받아서였다. 윈저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다시 피츠버그대에 도전했고, 그곳에서 금속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유학시절 US스틸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피츠버그의 경제가 쇠락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츠버그는 US스틸이 있는 철강도시였다. 기업이 없어지면 도시가 망하고, 결국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말하곤 한다. 그가 산업의 존재 이유가 국가와 도시를 살리는 것이라고 깨달은 것도 이때였다.

그는 1986년 포스코에 입사했다. 몇몇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도 받았지만 생산 현장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스코를 택했다. 생산과 연구는 서로 시너지를 갖고 병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포스코의 연구·개발 기반을 다진 인물로 유명하다.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을 거쳐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을 역임하면서 포스코의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포스코가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도 권 회장의 손을 거쳤다. 성품은 온화하고 차분하지만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외유내강형 인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