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이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 . K팝·드라마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사진 : CJ그룹>
CJ E&M이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 . K팝·드라마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사진 : CJ그룹>

CJ그룹이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 플랜(Great CJ Plan)’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 확대에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창의적 발상에 기술을 더한 콘텐츠를 무기로 고성장이 전망되는 신흥국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CJ그룹은 지난해 매출 30조9979억원, 영업이익 1조35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0.5%, 6.3% 증가했다.

CJ는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자경영체제를 유지하다가 1997년 법적으로 공식 분리됐다. 이후 2007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고, CJ㈜의 제조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CJ제일제당을 세웠다. CJ㈜는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했다. 2016년 말 기준 CJ㈜는 CJ제일제당 지분 36.73%, CJ E&M 지분 39.36%, CJ푸드빌 지분 96.02%, CJ오쇼핑 지분 40%를 보유하며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CJ가 삼성 계열사 중 하나였을 때는 한계 사업으로 여겨지는 식품업에만 종사한다는 점 때문에 삼성그룹 내에서 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러나 삼성에서 독립, ‘성장 장벽’을 없앤 CJ는 1994년 본격적으로 외식서비스, 문화·미디어, 물류,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독립경영 첫해인 1994년 1조4300억원에 불과했던 CJ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30조9979억원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성장 전략 1 |
22년 전부터 ‘문화의 산업화’ 추진

CJ의 성장을 이끈 건 문화 산업이다. CJ는 1995년 미국 드림웍스와 합작 이후 ‘문화의 산업화’를 추구했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산업화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은 할리우드를 앞세우며 전 세계 문화 산업을 제패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 영화계는 산업화를 이루지 못했고, 존재감조차 없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전통 제조 산업에만 열중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문화 산업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차세대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이 회장은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선 먼저 문화 강국이 돼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문화 상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J는 2011년 CJ엔터테인먼트(영화 부문), 엠넷미디어(음악), 온미디어(방송), CJ인터넷(게임) 등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기업을 통합해 CJ E&M을 설립했다. 이후 국내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펼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합친 말이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현지 국가의 기업이나 사업의 풍토를 존중하며 현지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는 경영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3년 중국에서 개봉한 한·중 합작 영화 ‘이별 계약’이다. 한국 영화 ‘선물’을 리메이킹했다. 영화의 기본적인 사랑 이야기는 원작에서 그대로 따오되 전개하는 방식은 중국 현지 정서에 맞췄다. 영화 중반까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을 유지하다 뒷부분에서 멜로로 전환했다. 중국 관객들이 원작의 ‘잔잔한 드라마’식 전개를 지루해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전략은 통했고, CJ E&M은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1억9190만위안(약 300억원)을 벌어들였다.

CJ E&M은 2020년 글로벌 톱10 문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2거점인 동남아시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태국 합작법인 ‘CJ 메이저 엔터테인먼트(영화)’ ‘트루 CJ 크리에이션스(미디어)’와 베트남 법인 ‘CJ 블루’를 출범했다.

한국 문화를 확산하고, 대중문화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해외 전용 한류 채널 ‘tvN 아시아’에 이어 세계 최초 한국 영화 전문채널 ‘tvN 무비스’도 개국했다. tvN 무비스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올해 안으로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홍콩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은 올해 신규 지역 진출은 물론 행사 규모와 콘텐츠를 확대해 K팝·드라마·뷰티·푸드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대표 컨벤션의 면모를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최대 음악 축제 ‘MAMA(Mnet Asian Music Awards)’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최첨단 기술에 예술을 융합한 화려한 무대로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성장전략 2 |
차별화된 R&D와 소비자 테스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육개장·사골곰탕·두부김치찌개·된장찌개 등 ‘비비고 가정간편식(HMR)’ 9종을 출시하며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비결로 차별화된 연구·개발(R&D)이 꼽힌다.

비비고 가정간편식은 우선 마케팅부서에서 신메뉴 기본 콘셉트와 방향을 잡는다. 동시에 CJ제일제당 식품연구원과 셰프가 여러 맛집을 돌며 음식을 맛보고 결정한다.

이후 1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메뉴 평가를 거쳐 제품화에 들어간다. 특히 상온에서도 유지되는 차별화된 맛은 비비고 가정간편식 R&D의 핵심이다. 재료의 맛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고온 가열 위주의 기존 제품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도 9~12개월이라는 유통기한과 맛을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다. 살균 방법도 소스·건더기·육수 등 모든 재료를 함께 포장한 뒤 동일 온도에서 살균 처리하는 방식이 아닌 분리 살균 방식을 적용해 육수의 풍미와 건더기의 원물 조직감을 향상시켰다. 

CJ제일제당의 대표 히트 상품 ‘햇반’도 R&D의 산물이다. CJ제일제당은 1989년 ‘즉석밥’ 시장 진출을 검토했다. 경영진은 즉석밥 시장 안착을 위해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냉동밥 등은 소비자가 바쁜 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 측면은 충족시켜줄 수 있었지만  떨어지는 맛과 품질로 ‘즉석밥은 저품질’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밥’과 같이 고슬고슬한 밥맛을 유지하는 것은 보존도 중요하지만 1차적으로 좋은 쌀로 지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CJ제일제당 햇반 전담 연구원들과 생산기술팀원들은 전국의 미곡처리장 1만여곳을 다녔고 좋은 쌀을 찾아 하루에 4번 이상 밥을 지으며 최상의 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의 미곡처리장에서 20~30종의 쌀을 가져와 300여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소비자 조사를 수차례 반복해서 실시했다. 소비자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햇반에 사용될 최초의 쌀로 경기도 이천쌀을 결정, 1996년 12월 국내 최초의 상온 즉석밥 ‘햇반’을 선보였다.


CJ푸드빌의 ‘비비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매장. <사진 : CJ그룹>
CJ푸드빌의 ‘비비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매장. <사진 : CJ그룹>

성장전략 3 |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식 세계화

CJ그룹의 한식 세계화도 주요 성장 전략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CJ푸드빌이 있다. CJ푸드빌은 고객의 니즈, 트렌드에 맞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며 한국 외식 시장을 이끌었다. 1994년 패밀리레스토랑 ‘스카이락’으로 출발해, 1997년 독자적인 양식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를 개발·론칭에 성공하면서 전문 외식업체로 기반을 다졌다. 당시만 해도 국내 외식 시장에서 내세울 만한 외식 기업이나 브랜드가 없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CJ는 미래 성장성을 내다봤다.

독자 브랜드 개발은 오랜 준비와 많은 투자비로 초기 수익성이 낮지만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CJ푸드빌은 현재 빕스·뚜레쥬르·투썸플레이스·비비고·계절밥상·제일제면소 등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뚜레쥬르의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비비고·투썸플레이스·빕스 등 4개 브랜드가 미국·중국·영국·베트남·싱가포르·인도네시아·몽골 등 9개국에 진출했다. 현재 해외에 3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은 2020년 해외 15개국, 해외 점포 4000개 이상, 해외 매출 비중 50%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톱 10 외식 전문기업’에 오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해외 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중국이다. 해외 360여개 매장 중 중국의 매장 수가 약 절반을 차지한다. 중국에서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는 ‘맛있고, 건강함이 느껴진다’는 고객 평가에 힘입어 올해에만 매장 6개를 오픈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도 주요 거점을 마련하고 베이징·상하이·톈진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브랜드 중 중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에 진출하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베이징·톈진·상하이·웨이하이·쑤저우 등 중국 6개 대표 도시는 물론 쓰촨·허난·산시 등 중국 11개 성 및 자치구에 진출했다.

미국에서도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비비고는 미국 시장에서의 에스닉 푸드(Ethnic food) 인기와 기호대로 골라 담을 수 있는 ‘Build your own’ 콘셉트로 현지인에게 ‘건강한 패스트 캐주얼(Fast casual)’로 인식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에스닉 푸드는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제3세계의 고유한 전통 음식을 뜻한다.

뚜레쥬르는 2004년 진출 후 초기 직영 형태로 발판을 다져오다 2009년부터 가맹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뚜레쥬르는 LA·뉴욕·뉴저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한식 브랜드로는 최초로 영국에 진출한 비비고 1호점(소호점)은 4년 연속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됐다. 이 매장은 2013년 10월 ‘2014 미슐랭가이드’ 런던판에 처음으로 올랐다. 국내 브랜드 레스토랑이 해외에서 미슐랭가이드에 등장한 것은 비비고가 처음이다.


Plus Point

이재현 CJ그룹 회장
4년여 만에 경영 복귀… 바이오·물류 사업 강화 전망

박용선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4년여 만이다. 이 회장은 비자금 조성 및 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된 뒤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CJ의 바이오·문화·물류 사업 부문 강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선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전망한다. CJ는 이 회장 부재 기간 동안 연이은 M&A 실패를 경험했다. 지난 3년간 코웨이, 대우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 맥도날드, 동양매직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중도 포기하거나 탈락했다.

이 회장의 경영 성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 산업에 대한 ‘뚝심’이다. 식품 산업과 전혀 다른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을 당시 CJ 내부에선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특히 1995년 미국 드림웍스 투자 때는 내부 반발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당시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직후인 데다 식품회사였던 CJ가 영화 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무엇보다 전체 자산의 약 23%에 해당하는 3억달러를 생소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데 대해 내부 동요가 적지 않았다.

강변CGV 공사가 한창이던 1998년에는 IMF 외환위기가 터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대우·SK 등도 모두 시장을 떠났다. CJ 역시 내부에서 영화·미디어 사업에 투자해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사업을 포기하자는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런 반발에 부딪힐 때마다 “자동차·철강·중공업·화학 등은 이미 국내 대기업이 많이 하고 있다”며 “CJ가 적어도 아시아 글로벌 넘버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산업 분야는 바로 문화 콘텐츠가 될 것”이라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내부 반대에도 문화 사업 뚝심으로 밀어붙여

CJ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설립했다. 공교롭게도 공사가 한창이던 1997년 당시 IMF 사태로 좌초 위기에 처했지만 공사를 강행했고, 이듬해인 1998년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 국내 최초로 11개의 스크린을 갖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개관할 수 있었다.

기존 단관 중심의 영화관 시장에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도입하면서 1999년 3000억원 수준이던 한국 영화 시장은 8배 가까운 2조3000억원(2016년 기준)까지 성장했다. CJ는 이에 그치지 않고 극장 사업에 IT기술을 융합한 오감체험특별관 4DX를 개발, 전 세계 48개국(375개 스크린)에 진출시키는 등 끊임없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문화에 대한 강한 애착은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영향이 크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생전에 “문화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며 “문화는 창조되고 수용돼 국민의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