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넥센타이어는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넥센타이어의 경남 창녕 공장 생산라인. <사진 : 넥센타이어>
2017년 넥센타이어는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넥센타이어의 경남 창녕 공장 생산라인. <사진 : 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는 2016년 2월 독일 스포츠카 제조 업체인 포르셰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에 ‘엔페라 RU1’ 타이어를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2013년부터 꾸준히 포르셰 임직원들을 만나며 준비한 결과였다. 특히 엔페라 RU1의 고속 주행 시 안정적인 핸들링 성능과 최저 수준의 소음,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력 등이 포르셰 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넥센타이어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2016년 매출 1조8947억원, 영업이익 24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3.1%, 10.2% 증가했다. 특히 2012년 매출 1조7006억원, 영업이익 1769억원을 기록한 후 한 해도 빠짐없이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성장 비결 1 |
중국 공장 건설 등 생산 능력 확대

넥센타이어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생산 능력 확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넥센타이어는 2004년 1100억원을 투자해 경남 양산에 제2공장을 완공했다. 이를 통해 연간 700만개의 타이어 생산 능력을 1900만개로 확대했다. 초고성능(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하며 수익성도 높였다.

이후 넥센타이어는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연간 1100만개의 타이어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칭다오(靑島) 공장을 건설했다. 동시에 상하이를 거점으로 베이징·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에 지점을 설립했다. 2012년에는 경남 창녕 공장(생산 능력 1100만개)을 세웠다.

이로써 넥센타이어는 2017년 현재 연간 4100만개의 타이어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00년 8%에 불과하던 내수 시장 점유율을 2016년 25%로 끌어올렸다. 전 세계 140여개국에 타이어를 판매하며 해외 매출 비중도 75%로 높였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2018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체코 자테츠(Zatec)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약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칭다오 공장을 건설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면, 체코 공장은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체코 공장을 통해 ‘유럽 생산, 유럽 판매’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다. 체코 공장(생산 능력 1200만개)이 가동되면 연간 타이어 생산 능력도 5300만개로 늘어난다. 2004년 700만개와 비교하면 657% 증가한 규모다.

체코 공장 건설은 생산 능력 확대 외에 생산 지역 다변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넥센타이어의 지역별 생산 현황을 보면 양산·창녕 등 국내 공장이 전체 생산의 73%를, 중국 칭다오 공장이 27%를 차지하고 있다. 총매출 중 수출은 75%이고, 주요 판매 지역은 북미·유럽·중국이다. 수출 가운데 유럽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인데, 체코 공장을 가동해 유럽 매출 비율을 북미(29%)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2017년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2018년 체코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이후 매출이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 비결 2 |
꾸준한 R&D 투자,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

꾸준한 연구·개발(R&D)도 넥센타이어의 성장을 주도했다.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이다. 품질에 승부를 걸어라.”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높은 품질은 R&D에서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R&D 인력 확보에 나섰다. 2000년 30여명에 불과하던 넥센타이어의 R&D 인력은 2017년 현재 450명으로 늘었다.

2006년 홍종만 전 삼성자동차 사장과 2010년 이현봉 전 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사장 등 삼성 출신 인력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며 경영 시스템도 구축했다.

또 넥센타이어는 마모도, 주행 소음, 핸들링 등 타이어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최신 시험 설비를 갖춘 경남 양산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애크런,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국 칭다오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R&D 비용도 꾸준히 늘렸다. 2005년 63억원이었던 넥센타이어의 R&D 비용은 2010년 202억원, 2016년 599억원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넥센타이어는 세계 최초 20시리즈 타이어 상용화, 판상 필러와 고무 나노복합체 제조 방법 개발, 고성능·고강도 산업용 폴리에스테르(PET) 섬유 개발, 타이어 소음 저감 방법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 실란트(Sealant) 타이어 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란트 타이어는 주행 중 이물질이 바닥 면을 관통해 펑크가 났을 때 타이어 자체적으로 손상 부위를 봉합해 공기 누출 없이 정상 주행하게 하는 신기술 타이어다.

UHP 타이어의 생산 비중도 2010년 32%에서 2016년 43%로 높였다. UHP 타이어는 노면의 극한 조건에서도 최상의 안전성을 확보해 고속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타이어다. 일반 타이어보다 제동력, 조종 안정성, 접지력, 순간 가속력 등이 뛰어나다. 수익성도 높다. 넥센타이어의 대표적인 UHP 타이어 브랜드로는 ‘엔페라’가 있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중앙연구소를 건설하고 있다. 넥센 중앙연구소는 대지 면적 1만7105㎡(약 5174평)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2019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저연비·고효율의 친환경 타이어 개발, 전기차용 타이어 등 첨단 타이어 설계 기술을 연구한다. 동시에 국내외 4곳의 기술연구소를 통합·관리하는 넥센타이어의 R&D 허브 역할을 한다.

넥센타이어는 꾸준히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려왔다. 넥센타이어 경남 양산연구소에서 직원들이 타이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 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는 꾸준히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려왔다. 넥센타이어 경남 양산연구소에서 직원들이 타이어 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 넥센타이어>


성장 비결 3 |
신차용·교체용 타이어 판매 비율 조절

신차용 타이어(OE·Original Equipment) 판매에 집중한 것도 넥센타이어의 성장 비결로 꼽힌다. 신차용 타이어는 완성차 업체가 신차를 개발·생산할 때 들어가는 타이어로, 타이어 업체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로 통한다.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좋은 차량에 들어가는 타이어라면 품질이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신차에 들어간 타이어를 다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신차용 타이어 공급량이 늘어야 교체용 타이어(RE·Replace Equipment) 매출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 전까지만 해도 교체용 타이어에 집중했다. 그러다 2011년 기아자동차의 중형차 ‘K5’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면서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2012년 미쓰비시의 중형차 ‘랜서’, 2013년 콤팩트 크로스오버차량(CUV) ‘아웃랜더 스포츠’에 타이어를 공급했다. 2014년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중형차 ‘올 뉴 200’과 중대형 픽업트럭 ‘램 3500’, 르노그룹 계열 다치아 브랜드의 소형 다목적차량(MPV) ‘로지’와 레저용차량(RV) ‘도커’, 2015년에는 FCA의 최초 CUV ‘500X’와 대표 상업용 밴 ‘듀카토’, 폴크스바겐의 상용차 ‘캐디’에 타이어를 공급하며 영역을 넓혀나갔다. 2016년 들어서도 FCA의 미니 밴 ‘퍼시피카’, 포르셰의 SUV ‘카이엔’에 타이어를 공급했다.

이를 통해 넥센타이어는 신차용 타이어와 교체용 타이어의 판매 비율을 2010년 10% 대 90%에서 2016년 24% 대 76%로 조절했다. 넥센타이어는 추후 신차용 타이어 비율을 30%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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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성능(UHP·Ultra High Performance) 타이어 노면의 극한 조건에서도 최상의 안전성을 확보해 고속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타이어. 일반 타이어보다 제동력, 조종 안정성, 접지력, 순간 가속력이 뛰어나다. 일반 타이어에 비해 수익성도 높다.

Plus Point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40년 넘게 ‘타이어 외길’ 걸어온 전문가

박용선 기자

“무슨 일이 생기면 오랫동안 숙고하는 버릇이 있다. 생각을 정리한 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서면 무조건 부딪친다. 그래서 해답을 찾아내고 밀어붙인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이다. 그는 40년 넘게 ‘타이어 외길’을 걸은 타이어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강 회장의 ‘뚝심’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강 회장은 “사업은 자기가 잘 알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한다. 또 그는 해외 시장에서 ‘타이어 강’으로 불린다. 세계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타이어 관련 국제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이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분야는 운수업이었다. 그는 1967년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화물운수 회사인 옥정산업을 설립했다. 이후 운수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소모품이 타이어인 점에 착안, 1973년 재생타이어를 생산하는 흥아타이어공업(현 넥센)을 설립했다. 미래 타이어 산업의 성장성을 읽은 것이다.


옛 ‘우성타이어’ 인수해 사업 확대

1999년에는 우성타이어(현 넥센타이어)를 인수했다. 당시 우성타이어는 부채와 낮은 생산성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기업이었다. 고전하는 회사를 인수했다가는 같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강 회장은 우성타이어가 세계적인 타이어 기업인 미쉐린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술 제휴를 한 경험과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주목했다. 무엇보다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강 회장의 의지가 강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당시 넥센은 신차용 타이어를 제외한 재생 타이어, 타이어 튜브, 지게차·화물차에 사용되는 솔리드(산업용) 타이어 등을 생산했다”며 “강병중 회장은 기회가 되면 신차용 타이어 공장을 운영해 타이어 관련 제품 전부를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그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우성타이어 인수 다음 해 사명을 현재의 넥센타이어로 변경했다.

타이어 산업 성장에 대한 강 회장의 예견은 적중했다.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2000년 2064억원에서 2010년 1조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1조894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강 회장은 성공 비결로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마음을 비우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뜻을 지닌 ‘심청사달(心凊事達)’이란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긴다. 강 회장은 가끔 골프를 즐기는데, 사업이 골프와 같아 너무 서둘러도 안되고, 잘났다고 으스대도 안된다고 말한다. “골프를 칠 때는 낮은 자세로 마음을 비우고 쳐야 점수가 잘 나온다. 그래서 ‘천고마비(천천히, 고개를 들지 말고, 마음을 비운다)’ 타법이라 이름을 지었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