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여수 정유공장은 하루 27만4000배럴의 고부가가치 제품(휘발유·등유·경유)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사진 : 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 정유공장은 하루 27만4000배럴의 고부가가치 제품(휘발유·등유·경유)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사진 : GS칼텍스>

“국내 2500여개 주유소를 통해 자동차 운전자에게 석유 제품을 제공하고, 각종 공장과 철도, 항공 등 산업 및 운송용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정유, 석유화학 제품 생산의 71%를 수출하며 국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GS칼텍스의 2016년 사업보고서 중 한 대목으로, 회사의 사업 내용을 잘 보여준다.

GS칼텍스의 사업은 크게 정유와 석유화학, 윤활유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특히 정유 부문이 매출의 약 77%를 차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GS칼텍스는 2016년 매출 25조7702억원, 영업이익 2조1404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해 매출은 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4% 증가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GS칼텍스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2000년 들어 원유 정제 고도화 설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고도화 설비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값싼 중질유(벙커C유)를 재처리,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등·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설비를 말한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비율 35%

원유를 배럴당 100달러에 수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정유사는 이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를 110달러에 판매한다. 그런데 벙커C유의 경우 판매가가 90달러로 원가보다 낮다. 10달러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벙커C유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러나 고도화 시설을 통해 벙커C유를 다시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할 수 있다. 

과거 세계 시장에 석유 제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정유 업체가 고도화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 1차적인 정제 시설만으로는 정유 업체가 수익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2008년 국제 유가가 폭락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GS칼텍스는 이런 흐름을 읽고 빠르게 대응했다. 1969년 전남 여수 정유공장을 가동한 GS칼텍스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1조원을 투자하며 중질유 분해(고도화) 등의 시설을 확대했다. 1995년 제1 중질유 분해시설(RFCC)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제4 중질유 분해시설(VGO FCC)까지 건설했다. 그 결과 2017년 6월 현재 하루 27만4000배럴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전체 원유 정제량(1일 생산 79만배럴) 대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율을 뜻하는 고도화 비율은 35%에 달한다.

GS칼텍스가 저유가 상황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사적 차원의 수익 개선 활동인 ‘V 프로젝트’ 덕분이다. 2017년 6월 14일 현재 국제 유가는 배럴당 46.84달러.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던 2014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원재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해 제품을 만드는 정유 산업 특성상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매출이 감소한다.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정유 업계엔 ‘저유가 = 실적 악화’라는 공식이 있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원유 도입부터 정제·판매에 이르는 사업 전반에 걸친 원가 절감, 수익 확보 프로그램인 ‘V 프로젝트’를 만들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우선 GS칼텍스는 원유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고품질 원유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싱가포르 법인과 영국 런던,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지사를 설립했다. GS칼텍스는 현재 동남아·중동·호주·유럽·중남미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약 80종의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고도화 시설 공정도 최적화했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정 시스템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고, 휘발유·경유 등의 제품 생산 비율은 물론 내수와 수출 적정 판매량을 조절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GS칼텍스는 저유가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도 2015년 1조3055억원, 2016년 2조14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내수 중심에서 수출 기업으로 변신

GS칼텍스는 2016년 전체 매출의 71%(18조2440억원)를 수출에서 올렸다. 그러나 처음부터 GS칼텍스의 수출 비중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GS칼텍스의 수출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GS칼텍스는 1981년 2차 석유파동 등으로 원유를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GS칼텍스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국내 정유 업계 최초로 유휴 정제 시설을 활용해 ‘임가공 수출’에 나선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임가공 수출을 통해 원유를 확보하는 동시에 제품 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석유 제품 수출 국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1983년 국내 정유 업계 최초로 2억달러(약 2260억원) 수출을 달성했고, 수출 비중을 점차 늘려나갔다. 1991년 5억달러 수출을 기록했고, 1997년에는 업계 최초로 미국과 일본에 휘발유를 수출하며 품질과 생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GS칼텍스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을 2002년 26%, 2006년 50%, 2011년 63%, 2016년 71%로 확대했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의 비전을 한발 앞서 인식하고, 1988년 연산 12만t 규모의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시작으로 1990년 국내 최초로 파라자일렌(PX) 공장을 건설하며 석유화학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이후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2017년 현재 연산 135만t의 파라자일렌 공장을 포함, 단일 공장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280만t의 방향족 화학제품(벤젠·톨루엔·자일렌 등) 생산 능력을 갖췄다. GS칼텍스의 석유화학 부문 매출 중 수출은 89%에 달한다.

GS칼텍스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케미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바이오부탄올 연구·개발(R&D)에 돌입했고, 현재 양산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폐목재나 폐농작물 등 버려지거나 폐기된 비식용 재료를 원료로 생산하는 미래 바이오에너지 중 하나로 꼽힌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사진은 GS칼텍스의 바이오부탄올 연구실. <사진 : GS칼텍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사진은 GS칼텍스의 바이오부탄올 연구실. <사진 : GS칼텍스>

올 하반기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 완공

GS칼텍스는 10년간 연구 끝에 바이오부탄올 양산 기술을 확보했고,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2016년 9월에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시범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연산 400t 규모의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올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데모플랜트는 상업생산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량생산 등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시범단계 생산시설이다. GS칼텍스는 바이오부탄올 데모플랜트가 본격 가동되면 국내 바이오화학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코팅제·페인트·접착제·잉크 등에 사용되는 기존 석유계 부탄올을 대체해 사용할 수 있다. 또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휘발유와 혼합 사용할 때 연비 손실이 적고, 엔진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 가능하다. 물에 잘 녹지 않고, 부식성도 적어 기존 연료의 수송, 저장 인프라 변경 없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차세대 바이오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GS칼텍스는 미래 혁신 방향을 검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미래전략팀을 올 1월 신설했다. 2016년에는 ‘우리가 더하는 아이디어’라는 의미인 위디아(We + Idea)팀을 만들었다. 위디아팀은 GS칼텍스가 영위하는 사업과 더불어 전기차·자율주행차·카셰어링 등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사업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생활에 접목되고 있다”며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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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정제 고도화 설비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값싼 중질유(벙커C유)를 재처리,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등·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설비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