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국제중재팀 박은영, 윤병철, 임병우 변호사(왼쪽부터). <사진 : 김앤장>
김앤장 국제중재팀 박은영, 윤병철, 임병우 변호사(왼쪽부터). <사진 : 김앤장>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국내 최고를 넘어 아시아 최강팀이란 평가를 받는다. 윤병철(55·사법연수원16기)·박은영(52·20기) 두 스타 변호사를 필두로 사내변호사 출신, 소송 경험이 많은 변호사, 프랑스·독일·영국 변호사 등 40명이 어느 나라에서 이뤄지는 중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의 국제 법조계 평판이 이를 입증한다. 이 팀은 로펌·변호사 평가 기관인 체임버스 아시아-퍼시픽(Chambers Asia-Pacific 2016 Guide)으로부터 10년 연속(2008~ 2017) 국제 중재 분야 국내 로펌 1위로 선정됐다. 국제 중재 전문지인 GAR(Global Arbitration Review)은 2012년 김앤장을 세계 30대 로펌(GAR 30) 중 24위로 평가했다. 이는 아시아 로펌 중 역대 최고 순위다.


국제 중재 부문 세계 24위 평가 받기도

김앤장 국제중재팀이 국내에서 유명세를 얻은 것은 2015년 하노칼과 IPIC인터내셔널이 한국 정부와 벌인 2000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 사건이었다. 하노칼과 IPIC인터내셔널은 아랍에미리트(UAE) 거부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일명 만수르)의 회사로 유명한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들이어서 국내외에서 관심을 모았다.

국제 중재는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성격이 강해 일방적인 승소와 패소가 어려운 데도 김앤장은 하노칼의 소송 취하를 이끌어 사실상 승소했다.

하노칼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 주식 50% (1억2254만주·6127억원)를 매입했고, 2006년 2월 보유한 주식 중 4900만여주를 IPIC인터내셔널에 양도했다. 하노칼은 한·네덜란드 이중과세 회피 협약에 따라 법인세를 제외한 증권거래세 11억원만 냈다. 또 하노칼은 같은 해 3월 현대오일뱅크의 주주인 현대중공업 등으로부터 4900만여주를 매수한 뒤 2010년 보통주 4900만여주와 우선주 7300만여주를 현대중공업에 1조8300여억원에 되팔았다. 현대중공업은 하노칼에 매매대금을 지급할 때 대금의 10%인 1838억원을 양도차익 원천징수 형태로 국세청에 대신 납부했다.

국세청이 법적으로 네덜란드 회사인 하노칼을 서류상 존재하는 법인일 뿐 UAE법인인 IPIC가 사실상 주인인 점을 들어 한·네덜란드 이중과세 회피 협약에 의한 면세 대상이 아니라고 제동을 건 데 따른 조치였다. IPIC인터내셔널도 법인세 582억원과 증권거래세 20억6000여만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하노칼과 IPIC인터내셔널은 현대오일뱅크의 주식을 양도하면서 한국 정부에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 중재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했다. 중재 결과에 따라 다른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유사한 투자자 중재를 제기할 수 있어 막대한 국부 유출의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김앤장 국제중재팀을 선택했다.

김앤장은 3인으로 구성되는 중재인 선임부터 기선 제압에 나섰다. 김앤장과 하노칼 양측이 추천한 중재인이 한 명씩 선임되고 법원의 주심 판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의장중재인 선임만 남은 상황이었다. 통상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중재에선 양측의 합의로 의장중재인을 선임한다. 김앤장은 하노칼 측이 의장중재인으로 추천한 인사가 하노칼이 선임한 로펌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판단, 합의를 거부했다. 양측의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의장중재인을 선임하게 되고, 이 경우 불리한 의장중재인이 선임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런 판단에는 김앤장이 20년 가까이 쌓은 중재인들에 대한 정보가 바탕이 됐다. 통상 한 두달 걸리는 중재인 선임 절차가 6개월 이상 걸렸다.


조선·건설·발전 분야 분쟁서 실력 발휘

중재인 선정에서 지연 작전을 쓴 김앤장은 샅바 싸움이 끝나자 심리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자며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중재인 선정 과정에서 시간을 벌어 다양한 자료를 준비한 김앤장은 심리가 시작되자 방대한 양의 증거를 중재인들에게 제출하고 신속한 심리진행을 요구했다. 하노칼 측이 자료 검토를 끝내기도 전에 다음 심리기일을 요청해 압박하는 전력이었다.

결국 하노칼은 지난해 7월 중재 취하를 선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하노칼 측이 중재인 선임부터 의도대로 되지 않은 데다 김앤장이 제출한 다양한 문서를 보고 중재를 계속 진행한다고 해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투자자 중재는 스스로 취하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김앤장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ICSID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투자자 중재가 중도에 일방의 취하로 사건이 종결되는 비율은 9.7%에 불과하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건설, 조선, 에너지, 발전 분야 등 복잡한 기술 분쟁 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조선소가 2015년 말 외국 발주처로부터 계약 취소 및 그에 따른 선수금 반환 등을 요구받은 6000억원대 중재 사건이 대표적이다. 공사 초기에는 발주처가 우호적이었고 국내 조선사도 발주처와의 관계를 생각해 발주처의 구두 설계변경 요구 등을 들어줬지만 이를 문서로 남겨 놓지는 않았다. 조선사는 발주처가 요구한 사항을 성실히 반영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자금이 부족하게 된 발주처는 “서면으로 요청하지 않은 설계변경은 국내 조선사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에서 진행된 중재에서 조선사는 “발주처의 잦은 설계변경 요구로 공정이 지연됐다”고 주장했지만 구두로 이뤄진 설계변경 요구를 입증할 수 없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앤장은 발주처 측 잘못으로 공정이 지연된 사정을 입증하기 위해 영업, 계약, 계획, 설계, 구매, 생산, 시운전, 품질관리에 관여한 수십 명의 직원들을 조사했다. 특히 대형 조선사의 내부 업무는 공문과 이메일보다는 내부 시스템의 절차와 도면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기계공학을 전공한 변리사들과 함께 조선사 시스템 자료, 기본설계부터 상세설계, 생산설계에 이르는 2D 도면들과 3D 모델링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 발주처의 무리한 발주 및 공사변경 내용과 공정방해 요인들을 확인했다.

김앤장 관계자는 “당시 검토한 자료들은 웬만한 대학 도서관의 장서 분량에 맞먹는 용량이었다”며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영국·노르웨이·덴마크 등 다국적 전문가들과 협업해 발주처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결국 조선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발주처와 화해해 분쟁을 종결지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로펌을 마다하고 김앤장을 찾는 이유는 김앤장이 한국 기업의 업무처리 방법과 문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내 기업 간 계약에선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하면 그날부터 30일 내 설계변경에 따른 대금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30일 이후 청구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조항은 없다. 국제 계약에선 ‘30일 내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조항이 통용된다.

청구 기간이 지나 글로벌 로펌의 변호사들을 찾으면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승산이 없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하지만 김앤장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김앤장 관계자는 자세한 방법은 설명하지 않았다.

김앤장은 최근 기술 협력 등에서 글로벌 기업이 악용하는 ‘긴급중재명령’ 제도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국내 굴지의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회사는 기술협력 관계를 맺은 외국 회사가 프로젝트에 사용될 기술의 사용금지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요청, ICC가 긴급중재명령을 내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국제 업무 실무 경험 쌓은 전문가 보유

외국 회사는 수일 안에 중재 심리를 준비해야 하는 긴급중재명령 제도를 악용해 주말에 증거를 포함한 약 1000여쪽에 가까운 방대한 양의 신청서를 기습적으로 제출했다. 김앤장은 국내 회사와 연속 회의 등 주야로 작업한 결과, 1주일 만에 신청서보다 많은 양의 답변서와 증거를 제출했다. 김앤장의 우수한 변호사들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결집시킨 결과였다. 그로부터 4일 뒤 해외에서 심리가 열렸고, ICC 중재인은 심리 후 2일 만에 외국 회사의 기술사용금지 신청을 기각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1998년 외환위기 때부터 국제 중재 분야를 개척해 왔다. 당시 한국은 국제 중재 분야의 불모지였다. 하지만 김앤장은 국제 중재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국제중재팀은 세계적인 국제 중재 전문가로 인정받는 윤병철, 박은영 변호사를 필두로 40여명의 전문 변호사가 활약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윤 변호사와 박 변호사는 국제중재팀 공동 팀장을 맡고 있다.

판사 출신인 윤 변호사는 1992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그는 1995~96년 미국 로펌인 데이비스 포크 앤드 워드웰(Davis Polk & Wardwell) 홍콩 및 뉴욕사무소에서 국제 업무 실무 경험을 쌓고 돌아와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국제 중재 사건에 관여했다. 당시 한국은 국제 중재 분야에서 이름 없는 나라였지만 11년 뒤인 2009년에는 윤 변호사가 한국인 최초로 싱가포르 국제 중재센터(SIAC) 이사로 선임되는 등 국제 위상이 높아졌다.

윤 변호사는 ICC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SIAC,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대한상사중재원(KCAB)의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서울국제중재센터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국내 중재산업 발전에도 힘을 쏟았다.

1994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박 변호사도 1997년 김앤장에 합류해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부패방지협약 협상대표단 자문을 맡는 등 국제 법률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는 이후 국제 중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2015년 한국인 최초로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부원장에 선임됐다. 최근 2년 임기로 연임됐다. 1891년 설립된 LCIA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ICC 국제중재법원과 함께 대표적인 국제 중재 기관으로 꼽힌다. 박 변호사는 국제변호사협회(IBA)의 중재위 부의장과 LCIA 아시아·태평양평의회 의장, 아시아·태평양 중재그룹(APAG) 창립의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SIAC 중재법원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특히 국제 중재 중에서도 스포츠 중재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도핑검사 절차를 위반해 선수 자격 1년 정지’를 통보받았던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선수 사건을 맡아 이 선수를 구제하는 데 성공했다.

김앤장에선 나란히 방을 쓰는 두 변호사의 회의를 ‘국재 중재 고위급 회의’라고 부른다.


화려한 라인업, 강한 허리도 강점

국제중재팀의 정교화(45·28기) 변호사는 IBA 중재분과의 규칙 및 가이드라인 소분과 위원, 뉴욕협약 관련 소분과 위원, IBA 반부패 분과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국제 상사 및 투자자 중재, 해외 소송, 해외 당국의 조사 등 다양한 국제분쟁 영역에서 국내 최고의 여성 중재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변호사들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카이야네스 베그너(Kay-jannes Wegner) 영국·독일 변호사, 리처드 메너드(Richard Menard) 미국 변호사, 조엘 리처드슨(Joel E. Richardson) 미국 변호사, 베로니크 무토(Véronique Moutot) 프랑스 변호사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 변호사가 국제중재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체임버스 아시아-퍼시픽’이 올해 발표한 한국 국제 중재 분야 개인 랭킹에서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국내 로펌 중 최다인 6명의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해외법무실장을 역임해 조선, 건설 분야의 법률지식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오동석(48·25기) 변호사와 국내 로펌의 해외건설 분쟁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병우(46·28기) 변호사, 해상·조선 전문가로 영국변호사 자격증까지 있는 이철원(44·28기)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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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재 국제 중재는 국가나 기업 사이의 분쟁이 발생할 때 한 국가의 사법부가 아닌 별도의 중재기관에서 판사 역할을 하는 중재인을 선임해 분쟁을 해결하는 당사자 간 계약이다. 일단 판정이 내려지면 법원의 확정 판결과 마찬가지로 당사자들은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국제 중재는 법정 소송보다 단기간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Plus Point

interview 윤병철 김앤장 국제중재팀 공동 팀장
“활발한 국제 중재 일자리 창출 도움 한국 중재 산업 발전에 디딤돌 될 것”

윤병철 김앤장 국제중재팀 공동 팀장은 “한 로펌의 팀을 넘어 한국 국제 중재 산업 발전에 디딤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국제중재센터 사무총장직을 맡아 정부가 국제 중재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중재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중재진흥법)’ 제정에 참여했다. 그는 “한국의 중재 산업이 발전하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법률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로펌들이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국제 중재 시장에서 국내 로펌의 성장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로펌이 아닌 국내 로펌을 선임하면서 수입대체 효과를 얻고 있다”며 “싱가포르처럼 정부 차원의 국제 중재 지원이 이뤄져 국내에서 국제 중재가 활발해지면 만성 적자인 법률수지의 흑자 전환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국제 중재는 2013년 서울국제중재센터가 설립되면서 첫발을 내디뎠지만, 아시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2009년 설립한 맥스웰 체임버스(면적 3000㎡)의 8분의 1(면적 433㎡) 수준이어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팀원들이 한국의 국제 중재 발전에 기여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카이야네스 베그너(Kay-jannes Wegner) 독일·영국변호사는 국제중재팀에서 맡고 있는 업무가 많지만 국제중재인협회 한국지부 이사로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의 중재 서비스를 국제사회에 홍보하는 등 중재 서비스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올해 3월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김앤장은 스포츠 국제 중재를 프로보노(pro bono·전문가들이 벌이는 봉사활동)로 활용해 국제 중재를 국내에 알리는 데에도 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중재팀 공동 팀장을 맡고 있는 박은영 변호사는 2014년 세계배드민턴연맹의 이용대·김기정 선수 자격정지 처분에 대한 국제 중재를 무상으로 지원해 징계취소 결정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