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연구원이 LCD 패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연구원이 LCD 패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1조클럽’에 가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 1조2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95억원) 대비 약 26배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7조621억원, 6794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의 90%가량은 수출에서 거뒀으며, 순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11억원) 대비 600배 이상 늘었다.


대형 LCD 시장 30분기 연속 세계 1위

LG디스플레이는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LCD·OLED 등) 시장에서 2009년 4분기 이후 30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에 3542만대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출하해 점유율 21.4%를 기록했다.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는 TV, 모니터, 노트북PC, 태블릿PC 등에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의 이러한 성적은 디스플레이 업체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산업 성장 정체와 공급 과잉이 겹쳐 어려움을 겪던 2012년 이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무엇보다 시장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 대형 및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1월, 세계 최초로 OLED TV용 패널을 양산하면서 대형 OLED TV 시대를 열었다. 대형 OLED TV 진출 여부를 고민하던 당시 한상범 부회장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OLED가 아니면 1등은 없다”며 단호하게 미래 준비에 착수했다. 생산성 극대화에 힘쓰면서 LCD에서 10년 걸리던 ‘골든 수율(80%)’을 불과 2년 만에 OLED TV용 전 모델에서 달성했다. 이 덕분에 2013년 20만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지난해 90만대로 4배 이상 늘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금도 미래 기술 개발을 통한 차별화 제품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OLED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크리스탈 사운드 OLED’ 패널을 최초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사운드 시스템을 패널에 적용해 OLED 화면에서 사운드가 직접 울려 퍼지게 만든 혁신적인 제품이다. 별도의 스피커를 통한 반사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실제와 똑같은 화질의 화면 속 등장 인물의 입에서 소리가 직접 나오는 듯한 사운드로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불량품 전시회 여는 등 고품질 확보 주력

최근에는 77인치 투명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가 42곳의 산·학·연 기관과 함께 59개월 동안 연구·개발을 진행한 결과물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하는 것 외에도 중국, 대만 등 경쟁 국가와의 기술력 차이를 확실하게 벌려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고품질 확보 노력도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기반이 됐다. 6월 8일부터 23일까지 LG디스플레이 파주·구미 사업장에는 ‘역발상’ 전시회가 열렸다. 생산 과정에서 실제 품질 문제가 발생한 제품을 전시한 ‘불량 양산 제품 사내 전시 및 품평회’가 그것이다. 화면에 가로줄이 생기거나 특정 부분의 색상이 명확하지 않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불량 제품이 전시됐다. 각 제품에는 생산 공장, 불량 원인, 모델명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제품을 담당하는 임직원들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며 “불량품 전시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임직원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행사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비해 품질 및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후발주자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완벽한 품질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05년 당시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구본준 부회장은 품질 문제가 여러 번 반복되자 전 임직원이 보는 앞에서 불량 LCD를 지게차로 부수라고 지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한상범 CEO 직속으로 품질센터를 두고 전사 품질 관련 조직을 일원화하고 품질 관리 협의체 운영, 품질 사고 제로 서약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LG그룹사 최초로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품질 교육도 하고 있다. 이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라는 동반성장 전략의 일환이다.

LG디스플레이의 이색 채용 설명회인 ‘테크니컬 톡(Technical talk)’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6월 1일 구미 사업장에서 한상범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직접 나선 가운데 이공계 학부 및 석·박사 학생 400여명을 초대해 테크니컬 톡 행사를 개최했다. 2013년 시작해 매년 2회씩, 올해로 5년째 이어지고 있는 테크니컬 톡은 미래 엔지니어인 이공계 학생에게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최신 트렌드와 직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약 2000여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50% 정도가 실제로 LG디스플레이에 입사 지원했다.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은 LCD에서 OLED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애플이 올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8에 OLED 패널을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OLED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HS마킷은 중소형 OLED 시장 규모가 지난해 142억달러(약 15조9500억원)에서 내년 284억달러, 2020년에는 353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도 3~4년 뒤면 프리미엄 제품은 휘어지는 OLED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77인치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지털 영상 장치. <사진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77인치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디지털 영상 장치. <사진 : LG디스플레이>

10조원 들여 파주에 세계 최대 공장 건설

LG디스플레이도 이에 맞춰 변신에 나서고 있다. 주력 제품을 LCD에서 OLED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6월 15일 오전, 한상범 부회장과 계열사 임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파주에 건설하고 있는 신공장 ‘P10’ 최상층에 건축용 빔을 올리는 상량식(上樑式)을 열었다.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하는 P10은 축구장 14개 면적에 높이 100m가 넘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공장이다. 이 공장 건설에는 10조원가량이 투자된다. 2007~2008년 LCD 공장 증설 이후 10년 만에 이뤄지는 가장 큰 규모의 투자다.

P10은 7개 층으로 나눠지며, 층마다 생산 라인이 들어선다. 1~2층은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3~4층은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턱밑까지 추격해온 LCD 시장과 달리 OLED는 아직 한국 업체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던 대형 TV 패널에서 중소형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성장성이 높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진입은 경쟁사 대비 한발 늦었다는 판단에 전장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약 10%인 2조원가량을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장에서도 OLED 패널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와 자동차 업체에 플렉시블 OLED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며 “OLED TV 공급량도 지난해보다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LED TV 패널 사업은 초기 고성장 국면에 진입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이 연평균 55%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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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 스스로가 빛을 내기 때문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달리 화면 뒤에서 빛을 쏴주는 광원(백라이트)이 필요 없어 스마트폰과 TV 등 각종 IT 기기를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휘어지는(플렉시블) 성질이 있는 것도 특징이다.

Plus Point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지난해 80일 해외 출장… 20분기 흑자 달성 주도

장시형 부장대우

한상범 부회장(맨 오른쪽)이 협력사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보고 있다. <사진 :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맨 오른쪽)이 협력사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보고 있다. <사진 :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은 35년 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종사하며 제품 및 장비 개발, 생산 공정, 영업·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경험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2000년까지 LG반도체에서 공정기술개발그룹을 이끌었던 한 부회장은 2001년 LG디스플레이의 생산기술센터장으로 부임해 해외에 의존하던 주요 액정표시장치(LCD) 핵심 장비들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2009년에는 TV사업본부장(부사장)을 맡으며 3D TV의 대중화 시대를 주도했다. 2012년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으며,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한 부회장이 CEO에 오른 2012년 이후 5년 연속 흑자를 이어 가고 있으며, 증권가에선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회장의 경영철학은 ‘현장·소통’이다. 특히 현장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주일 중 서울 본사로 출근하는 하루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파주와 구미 사업장으로 간다. 개발과 생산 현장을 직접 살피며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관련 전문가와 토론을 통해 답을 찾는다. 지난 한 해 80여 일간 북미, 유럽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을 20여 차례 방문하며 OLED TV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그 덕분에 현재 OLED TV 고객사는 1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특히 한 부회장은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협력사를 방문해 현장에서 생생한 의견을 듣는다.

한 부회장은 시장을 앞서 가는 혁신적인 기술 전략과 고객사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향후 3년, 5년을 대비하는 미래 기술과 차별화 제품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미래를 대비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12년 세계 최초로 TV용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2013년에는 커브드(Curved) OLED, 2014년 18인치 플렉시블(Flexible) 및 투명 디스플레이, 원형 플라스틱 OLED 등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주도했다.


“목표 달성 위해 끝장 보자”며 북돋워

또 새로운 투자 없이 기존의 설비만으로 공정별 작업시간을 단축하고 낭비요소를 철저하게 제거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맥스캐파(Max Capa) 활동’으로 생산성을 매년 10% 이상 향상시켰다.

한 부회장은 5월 17일 ‘2017년 혁신목표 필달(必達·기필코 이룬다) 결의대회’에서 “그동안 잘해왔지만 ‘전승불복 응형무궁(戰勝不復 應形無窮)’의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승불복 응형무궁’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내용으로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반복되지 않으므로, 끝없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승리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환경에 늘 깨어 있어야 한다”며 “어떠한 한계 상황에서도 반드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끝장을 보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