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는 매출의 4%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화장품 신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 한국콜마>
한국콜마는 매출의 4%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화장품 신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 : 한국콜마>

한국콜마는 2014년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자에 ‘챕스틱’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당시 화이자는 챕스틱을 자체 생산했다. 그러나 한국콜마가 개발·생산하는 챕스틱의 품질에 매료됐다. 입술에 발라도 바르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고, 계절 변화에 따른 물성 변화도 없었다. 공급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콜마는 2017년 현재까지 화이자에 챕스틱을 공급하고 있다.

‘기술’은 한국콜마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다. 한국콜마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6674억원, 영업이익 73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23%, 21% 증가했다.

한국콜마가 개발·생산해 ‘카버코리아’에 공급한 ‘AHC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이 제품은 지난해 2300만개가 팔리며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사진 : 카버코리아>
한국콜마가 개발·생산해 ‘카버코리아’에 공급한 ‘AHC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 이 제품은 지난해 2300만개가 팔리며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사진 : 카버코리아>


성장비결 1 |
ODM 도입과 연구·개발 강화

한국콜마는 제조업체 개발 생산(ODM)을 도입하고, 연구·개발(R&D)을 강화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한국콜마는 1990년 윤동한 회장이 설립했다. 당시 한국콜마의 사업 형태는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단순 제조하는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 비즈니스였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선진 화장품 산업은 제조와 판매가 구분돼 있었다. 산업을 보다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눈여겨본 윤동한 회장은 1993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ODM을 도입했다. 그는 단순 제조만 해서는 한국콜마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ODM은 상품의 개발과 생산, 품질관리, 출하 등 개발·제조 분야에 집중하는 비즈니스다.

이후 한국콜마는 매출의 4%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4년 172억원이었던 R&D 투자비용은 2015년 213억원, 지난해 284억원으로 증가했다.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구성한다는 원칙은 창업 때부터 현재까지 지키고 있다.

그 결과 한국콜마는 국내 최초 스틱형 오일베이스 자외선 차단제를 개발했다. 한국콜마의 주름 개선과 미백 성분이 든 아이크림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카버코리아’에 공급한 ‘AHC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는 지난해 2300만개가 팔리며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이 제품의 콘셉트는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다. 미백, 세포 활성화, 주름 개선 효과가 뛰어난 천연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피부에 효과적으로 침투시키는 한국콜마의 신소재 추출, 피부 흡수 기술이 있었기에 개발이 가능했다.

한국콜마는 내년 하반기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한국콜마 통합기술원을 준공할 예정이다. 각 사업부문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던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연구소 11개를 한곳으로 모아 ‘통합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외에도 제약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 전체 매출(6674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다.

강학희 한국콜마 대표(기술연구원장)는 “통합기술원 체제를 구축해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 등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 기술’을 강화할 계획이다”며 “그러기 위해선 연구 조직 통합은 필수다”고 말했다.


성장비결 2 |
생산 규모 늘리며 고객사와 신뢰 쌓아

한국콜마는 기술력을 쌓으며 질적 성장을 일궜다. 그렇다면 생산량 확대, 거래처 관리 등 양적 성장 면에선 어떤 전략을 펼칠까. ‘26개국 500여개 화장품 기업.’ 한국콜마가 화장품을 공급하는 국가, 업체 수다. 한국에선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거의 모든 화장품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선 프랑스 로레알, 미국 에스티로더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글로벌 화장품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명을 모두 밝히기는 어렵다. 이는 ODM 업체(한국콜마)와 고객사의 ‘신뢰’로 연결된다. 물론 국내의 경우, 법적으로 제품 뒤에 제조사명을 적어야 해서 한국콜마가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콜마는 공급 물량이 늘자 2014년 세종시에 기초화장품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단일공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고 연 생산량은 2억4000만개다. 또 제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 표준 자동화 공정이 가능해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이 공장은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 교두보 역할도 한다. 유럽과 미국 화장품 기업들은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린다. 그러나 기술 유출 등의 리스크를 우려해 중국 ODM 또는 OEM 업체와 직접 거래하기를 꺼린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사업 역량도 갖췄다. ‘고품질 화장품을 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받아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세계 여러 국가의 화장품 업체들이 한국콜마와 거래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한국콜마는 경기도 부천에 연 생산능력 1억1000만개 규모의 색조화장품 공장도 가동 중이다.

한국콜마는 고객사와 거래할 때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1사 1제품 공급’ 원칙이다. 한국콜마는 한 고객사에 공급한 제품을 다른 기업에 제공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고객사와의 신뢰가 무너져 한순간에 업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한국콜마가 화장품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제품 A를 개발했다고 가정하자. 한국콜마는 A를 한 고객사에 공급했다. 한국콜마의 예상은 적중했고 A는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콜마와 거래하던 다른 화장품 업체 역시 그 제품을 원했다. 그러나 한국콜마는 고객사와의 신뢰 때문에 거절했다. 그래서 한국콜마는 한 제품을 개발할 때 수많은 고객사가 그 제품을 요구할 것을 감안해 20~30개의 제품 개발 플랫폼을 만든다. 물론 고객사와 협의한 후 그들이 지향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층, 제품 가격, 유통 경로 등을 고려해 제품을 개발·생산한다.


성장비결 3 |
한국과 미국, 중국 연결한 개발·생산 시스템

한국콜마는 2007년 베이징(北京) 공장을 건설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중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와 바이췌링(百雀羚) 등 중국 현지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연간 화장품 생산량은 1억200만개다. 한국콜마 베이징법인의 매출은 지난해 52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43%라는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힘입어 한국콜마는 2018년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 연 생산량 4억개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베이징법인이 중국 북부지역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면, 남동부 지역은 상하이(上海) 인접 지역에 위치한 우시법인이 담당한다. 우시공장이 완공되면 한국콜마는 중국에서 연 5억200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콜마는 우시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9년 중국 매출이 22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북미 지역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색조 전문 화장품 ODM 업체 ‘프로세스 테크놀로지 앤드 패키징(PTP)’을 인수했고, 올 1월에는 캐나다 화장품 ODM 업체 ‘CSR’을 사들였다. CSR은 미국콜마의 자회사인 캐나다콜마가 전신으로, 스킨케어·퍼스널케어 영역에 강점을 지녔다.

강학희 대표는 “중국 고객사가 ‘메이드 인 미국(Made in USA)’ 제품을 원하면 미국 PTP가 개발·생산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반대로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원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요구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한국과 중국·미국·캐나다를 잇는 R&D, 생산 구조를 효과적으로 설계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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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 개발 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상품의 기획·개발부터 완제품의 생산, 품질관리, 출하에 이르기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다. ODM 업체는 제품 개발·생산에, 제품을 공급받는 판매업체는 마케팅·판매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lus Point

interview 강학희 한국콜마 대표
“최고 품질 확보위해 매출의 4% 이상 R&D 투자”

박용선 기자

“연구·개발(R&D), 고객과의 신뢰.” 강학희 한국콜마 대표(기술연구원장)가 꼽은 한국콜마의 성장비결이다. 강 대표는 “제조업체 개발 생산(ODM) 기업으로서 품질은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며 “앞으로 ‘융합 기술’ 개발에 주력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경영 이념에서 찾을 수 있다. 먼 길을 꾸준히 간다는 뜻이다. 한국콜마는 큰 그림을 그리고 사업을 하는 문화가 강하다. 동시에 R&D를 중요시한다. ODM 기업으로서 품질은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기술력은 어떻게 높였나.
“매년 매출액의 4%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R&D 인력 비율도 높다. 또 매주 연구소에선 ‘테크 포럼’을 연다. 연구원들이 논문을 조사해 발표하는 형태다. 중요한 것은 화장품·의약품 등 연구 분야별로 나눠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야 서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기술 융합’이 일어난다. 한국콜마의 화장품·제약·건강기능식품연구소 11개를 한곳으로 모으는 통합기술원(2018년 하반기 완공 예정)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 융합을 통해 개발한 상품은.
“자외선 차단제를 꼽을 수 있다. 위장약 제제의 유효물질을 고분자 속에 삽입하는 기술을 활용해 자외선 차단 효과와 지속력을 향상시켰다. 현재 국내 자외선 차단제 시장에 출시된 ODM 제품 중 50% 이상은 한국콜마가 만든 제품이다. 연고제도 피부 깊이 스며들게 하는 화장품 기술이 적용됐다. 화장품과 제약 부문의 기술 융합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분야를 더 늘려 나갈 계획이다.”

수많은 화장품 업체와 거래하며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는 요구 사항이 상당히 까다롭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수준으로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자. 그러면 고객사가 수많은 테스트를 한다. 이후 개선해야 할 부분, 더 강화하고 싶은 부분을 말한다. 우리는 이를 적극 받아들여 다시 제품을 수정, 개발한다. 이런 과정에서 쌓는 기술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연구 과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나.
“제품을 1개월 뒤에 받길 원하는 고객사도 있고, 3개월의 연구 기간을 주는 고객사도 있다. 우리가 시장 트렌드를 예상하고 개발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약 1년의 연구 기간을 갖는다. 물론 단기 과제가 현금 창출에 효과적이지만, 회사의 지속 성장을 이끄는 것은 시장 트렌드를 바꿀 수 있는 장기 과제다. 단기·중장기 과제를 잘 조율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