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락앤락 매장에서 한 고객이 텀블러를 고르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서울 서초구 락앤락 매장에서 한 고객이 텀블러를 고르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이신영>

7월 18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락앤락(LO-CK&LOCK) 매장. 락앤락의 대표 제품인 밀폐용기가 눈에 띈다. 친환경 플라스틱부터 내열 유리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바로 옆에는 50여개가 넘는 텀블러가 진열돼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프라이팬도 보인다. 주부 박주현씨는 “밀폐용기를 사러 왔다 분홍색 텀블러가 예뻐 함께 구매했다”고 말했다.

밀폐용기에 주력했던 락앤락이 제품 다양화에 나섰다. 현재 락앤락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6000종이 넘는다. 밀폐용기와 더불어 보온·보냉(텀블러, 도시락), 쿡웨어(프라이팬, 냄비), 주방잡화(도마, 양념통), 수납용품(수납함, 바스켓) 등 다양하다.

특히 텀블러가 인기다. 락앤락의 텀블러 판매량은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연평균 11%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선 텀블러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5년 만에 총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영업이익 602억원 기록

한동안 주춤했던 락앤락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락앤락은 2012년 매출 5084억원, 영업이익 720억원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했다. 그러나 2013년 국내 소비 침체와 중국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락앤락은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2015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호전됐다. 베트남 사업도 실적 증가에 한몫했다. 락앤락은 2016년 매출 4250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5%, 70.5% 증가했다.

1978년 설립된 락앤락은 4면 결착 밀폐용기로 유명하다. 1998년 3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개발한 락앤락 밀폐용기는 단숨에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주부들에게 없어선 안 될 주방용기가 됐다. 아예 밀폐용기를 ‘락앤락’이라고 부른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국물 음식을 즐겨먹는 한국인의 생활 습관을 고려하면 밀폐 능력이 뛰어나고 냄새 차단이 가능한 보관용기가 새로운 주방 시장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후 락앤락은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2004년이었다. 락앤락은 상하이(上海)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베이징(北京), 선전(深圳)에 법인을 세웠다.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2004년 산둥성(山東省) 웨이하이(威海)공장과 2007년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공장을 건설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매출(1740억원)이 락앤락 총매출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락앤락은 중국 진출 초기부터 직영 매장을 비롯해 고급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해 나갔다. 당시 중국에 불던 한류(韓流) 열풍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로 한국 음식과 음식 용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락앤락은 2005년 말부터 대장금에서 한상궁 역으로 출연한 배우 양미경씨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 습관을 고려한 제품도 개발했다.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차(茶)를 즐기며, 우려 마시는 잎차를 선호한다. 락앤락은 찻잎을 우려낸 후 곧바로 마실 수 있는 ‘차통’을 출시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상하이 직영점에선 하루 850개 이상 팔린 기록도 세웠다.


락앤락은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1740억원을 올렸다. 이는 락앤락 총매출의 41%다. <사진 : 락앤락>
락앤락은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1740억원을 올렸다. 이는 락앤락 총매출의 41%다. <사진 : 락앤락>

중국 유통채널 정비… 온라인 판매 강화

그 결과 락앤락은 중국 진출 2년 만인 2006년 ‘중국 소비자 만족 브랜드 조사’ 가정용품, 식품 신선도 유지 제품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동시에 나이키, 필립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함께 ‘상하이 인기 브랜드’로 선정됐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6년 연속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 밀폐용기 부문 최고 브랜드에 꼽혔고, 보온병 부문에선 2013년부터 현재까지 5년 연속 최고 브랜드에 올랐다.

하지만 부침도 있었다. 락앤락은 2013년 중국 특판(기업 간 거래) 매출 부진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 정책을 내세우면서 당시 기업 선물 등 중국 매출의 30%에 달했던 특판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져 영업효율도 떨어졌다.

위기였다. 그러나 락앤락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내실 강화에 힘썼다. 영업효율 제고를 위해 중국 법인 유통채널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약 2년 동안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장을 정리했고, 영업도 일정 마진율을 보장할 수 있는 간접 형태(딜러 판매)로 전환했다.

중국 온라인 시장 확대에 발맞춰 온라인 영업을 강화했다. 특히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와의 파트너십 구축에 주력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1, 2위인 알리바바(阿里巴巴) 티몰(Tmall), 징둥(京東)닷컴과 기획 행사를 열며 중국 온라인 채널을 확대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락앤락은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光棍節)에서 단 하루 동안 티몰에서 3100만위안(약 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결과 중국 매출 중 19%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36.5%로 급등했다. 올해 1분기에는 43.1%를 기록, 온라인이 중국 제1 유통채널로 올라섰다.

중국 이후 락앤락의 도전지는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은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매력적인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락앤락은 2008년 호찌민에 첫 직영점을 열었고, 2009년 하노이 법인을 설립하며 베트남 공략에 나섰다.

우선 현지 생산기지를 건설했다. 이를 위해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했다. 락앤락은 2009년 동나이에 플라스틱 공장, 2011년 붕따우에 내열유리 공장, 2012년 주방용품 공장을 차례로 완공했다. 특히 동나이 플라스틱 공장은 가격 경쟁력과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동남아는 물론 유럽, 북미 등에 제품을 수출하며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고급 브랜드’ 전략 성공

고급화 전략도 펼쳤다. 락앤락은 베트남 진출 초기부터 프리미엄 주방생활용품 회사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팍슨(Parkson), 빈콤(Vincom) 등 고급 백화점과 쇼핑몰에 락앤락 직영 매장을 열었다. 타깃은 상류층 여성들이었다. 전략은 통했고, 락앤락은 베트남에서 2015년 ‘Top 20 유명 브랜드’ ‘최고 신뢰성 브랜드’에 선정됐다.

2016년에는 5년 연속 ‘소비자가 신뢰하는 100대 브랜드’에 올랐다. 락앤락은 쿱마트(Coop Mart), 빈마트(Vin Mart) 등 베트남 전 지역을 아우르는 대형 할인마트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소비재 기업인 비나밀크(Vinamilk)와 같이 규모가 큰 특판 거래처도 확보했다.

이외에도 락앤락은 유니레버, 존슨앤드존스, P&G 등 300여개 업체에 특판 사업을 하고 있다. 특판은 베트남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한다. 락앤락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매출 366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첫해인 2009년(34억원)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락앤락 관계자는 “현재 호찌민, 하노이 등 제1선 도시에 집중된 영업망을 다낭, 하이퐁 같은 2선 도시로 넓히고 있다”며 “할인점, 도매상, 홈쇼핑, 특판 등 700여개의 유통채널을 향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Plus Point

김준일 락앤락 회장
한 달 중 3주 이상은 베트남에 머물며 현지화 추진

박용선 기자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조한다. 그의 현장은 주로 해외다. 락앤락이 2004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김 회장은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중국 사업 초기 김 회장은 중국 현지에서 주재원들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시장 조사부터 유통채널, 거래처 확보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기며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김 회장은 항상 “해외 사업 성패는 철저한 현지화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2007년 설립한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 법인은 김 회장의 현지화 전략이 잘 드러난다. 김 회장은 쑤저우 법인 설립 전, 그 지역 주민들이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위인 오자서(伍子胥)를 가장 존경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 회장은 쑤저우 공장 준공식에 오자서 동상 제막식을 추가했다. ‘락앤락은 지역 주민들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과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현재 김 회장은 베트남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한 달 중 3주 이상을 베트남에 머문다. 지난해 기준 락앤락 전체 매출(4250억원)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8.6%(366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베트남은 중국(41%)에 이어 락앤락이 제2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지역이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김 회장은 베트남에서 프리미엄 주방용품 브랜드라는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감각적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을 내세운 생활용품 매장 ‘P&Q(Price & Quality)’도 열었다. P&Q는 2012년 락앤락이 선보인 브랜드로, 베트남 대형 할인점 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했을 당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아이디어 강조… 매년 700여 종 신제품 출시

김 회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도 중요시 여긴다. 그는 1998년 4면 결착 밀폐용기를 개발한 후 현재까지 제품 연구·개발(R&D)에 소홀한 적이 없다. 환경유해물질 검출 우려가 없는 친환경 소재부터 편의성과 항균 기능을 겸비한 밀폐용기 ‘비스프리(Bisfree)’, 냉장고 문짝 전용용기 ‘인터락(Interlock)’ 등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했다.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등 소재도 다양화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R&D는 락앤락이 국내 밀폐용기 시장을 리드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김 회장은 “급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매년 700여종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제품 아이디어, 지속적인 R&D, 차별화된 디자인,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 오늘의 락앤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