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일본·대만·인도네시아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라인 미국 상장 당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세워진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 <사진 : 네이버>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일본·대만·인도네시아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라인 미국 상장 당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 세워진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 <사진 : 네이버>

“너 ○○이 뭔지 알아?” “몰라. 네이버에 물어봐.” 요즘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유머다. 친구에게 뭐만 물어보면 네이버에 물어보란다. 하지만 거짓은 아니다. 국민의 7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그들은 모바일 인터넷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 들어가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고 있다. 실제로 하루 평균 2700만명이 스마트폰을 통해 네이버에 방문한다.

국내 1위 인터넷 검색포털 네이버의 성장세가 무섭다. 네이버는 2016년 영업이익 1조102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59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조3884억원을 기록했다.

1999년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네이버는 지능 및 통합 검색을 서비스하며 성장했다. ‘지능 검색’은 검색어에 따라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파악하고, 적합한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검색 방법을 말한다.


매출 25% R&D에 투자

기존 한글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를 포함한 웹문서를 찾는 단순 검색이었다. 그러나 네이버의 지능 검색은 입력된 검색어별 검색 의도를 분석해 차별화된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통합 검색’은 하나의 검색어에 대해 웹사이트, 뉴스,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한 번에 보여주며 검색 내용의 유사도를 높이는 강점을 지녔다.

네이버는 질문하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지식iN’과 ‘블로그’ ‘카페’ 등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했다. 그 결과 2005년 인터넷 검색포털 1위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꾸준히 검색엔진, 플랫폼을 개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강조하는 기술 연구·개발(R&D)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인터넷 분야는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순식간에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로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며 “기술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해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조9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무려 매출의 25%에 달하는 금액이다.

네이버가 처음부터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후발주자로 뒤늦게 인터넷 산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사업 초기 네이버는 뚜렷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런 문제를 2000년 게임 업체 ‘한게임’과 합병하며 해결했다. 네이버의 무료 검색 서비스로 인한 손실을 한게임의 비즈니스를 통해 만회한 것이다.


네이버는 2015년 모바일 동영상 메신저 ‘스노우’를 출시했다. <사진 : 네이버>
네이버는 2015년 모바일 동영상 메신저 ‘스노우’를 출시했다. <사진 : 네이버>

모바일 동영상 메신저 ‘스노우’도 호조

이후 네이버는 검색엔진에 비즈니스 사이트를 유료로 등록하는 모델을 선보였다. 키워드와 매칭되는 검색 결과 페이지에 광고주 브랜드를 상단에 노출시키는 ‘검색 광고’다. 이 모델은 적중했고, 현재 네이버의 매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검색 광고 부문에서 52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46%에 달하는 수치다. 디스플레이 광고와 일본법인 ‘라인’ 광고 매출을 더하면 2분기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총 804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71%에 이른다.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모바일 검색이 늘면서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 시장의 문도 끊임없이 두드렸다. 네이버는 2000년 네이버재팬(현 라인)을 설립하고 일본에 진출했다. 초기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구글, 야후가 현지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네이버는 일본에서 검색 서비스, 한국에서 모바일 메신저 ‘네이버 톡’을 운영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네이버재팬이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개발했고 현지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신속한 연락 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라인이 그 역할을 하면서 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하는 일본인 감성에 맞춰 만든 이모티콘도 라인 성공에 한몫했다.

이후 라인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도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약 2억명(월간 이용자수 기준) 넘게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거듭났다. 네이버재팬은 지난해 7월 뉴욕증권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됐다.

현재 네이버는 모바일 동영상 메신저 ‘스노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2의 라인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015년 선보인 스노우는 동영상을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1억6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시장 평가도 좋다. 뉴욕타임스는 “네이버의 스노우가 새로운 메신저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 시장에 나온 1세대 메신저들이 텍스트 기반이라면 스노우는 보다 재밌고 역동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동영상 기반 메신저다.

같은 해 출시한 ‘브이 라이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브이 라이브는 스타의 일상부터 콘서트, 웹 예능, 토크쇼 등 다양한 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글로벌 동영상 라이브 서비스다. 현재까지 3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는데, 이 중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브이 라이브는 여러 각도에서 촬영된 스타 영상을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골라서 볼 수 있는 멀티캠 기능, 한 화면에서 두 가지 촬영 영상을 볼 수 있는 듀얼 라이브 기능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네이버>
네이버 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네이버>

자율과 책임 중시하는 기업 문화

네이버는 자율과 책임을 중요시한다. 동시에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네이버 직원이라면 누구나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소속, 연차 등과 관계없이 과제 발표회에서 서비스를 제안해 인정받으면 실제로 조직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특정 주제와 관련, 자신의 아이디어도 제시할 수 있다. 또 개발자들이 실무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구현하는 행사도 꾸준히 열고 있다.

네이버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14년에 직급제를 폐지했다. 서비스 기획 직군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순의 직급을 없애고, 역할에 따라 콘텐츠·서비스 매니저 등으로 분류했다. 수평적 문화 속에서 개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15년부터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를 ‘프로젝트’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회사 내에 수십개의 프로젝트 조직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원 구성과 분야도 검색·기술·디자인 등으로 다양하다. 이 프로젝트 조직은 추후 사내 독립 기업(CIC·Company-In-Company)으로 성장한다.

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의무적으로 할당된 업무 시간을 없애고, 직원의 자율성과 책임을 높인 책임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조직별로 업무 성격과 방향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할 수 있는 책임예산제도 시행하고 있다.


Plus Point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

검색 광고는 네이버의 주요 수익 모델이지만 부정적 측면도 지니고 있다. 검색 분야의 막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과도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그 대상이 개인사업자가 많아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검색 광고는 돈을 많이 내는 업체를 검색 화면 상단에 노출시킨다. 문제는 광고주끼리 경쟁이 붙어 광고료가 치솟는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2008년 700만원대였던 네이버 최상단 꽃 배달 검색 광고 단가는 올해 2600만원으로 급등했다. 물론 네이버에 광고를 한 만큼 이익을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경제 논리라는 의견도 많다.

Plus Point

한성숙 네이버 대표
“기술로 변화 이끌고, 네이버-사용자 연결 강화”

“개인이 성공을 꽃 피우는 기술 플랫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제시한 네이버의 성장 키워드다. 그는 현재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네이버 서비스에 접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AI 추천 시스템 ‘AiRS(AI Recommender System)’, 대화형 엔진 ‘네이버i’가 대표적인 예다. 이 기술들은 최근 네이버와 라인이 공개한 AI 비서 애플리케이션 ‘클로바(CLOud Virtual Assistant)’에 모듈로 들어간다.

한 대표는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사업자(스몰 비즈니스)의 성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이 성장해야 네이버의 검색 광고 실적이 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사업자들도 이익을 챙긴다. 네이버는 현재 개인사업자의 창작, 창업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플랫폼에 올릴 수 있는 사진·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 대표는 “IT업계에 몸담은 분들이라면 한 번의 성공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네이버는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 속에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우리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꿔가며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기술로 변화를 이끌고, 서비스로 기술과 사용자를 연결하고, 사용자 앞에 당당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유럽 스타트업과 협력하며 현지 시장 공략 준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현재 그는 유럽 시장 공략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현재 그는 유럽 시장 공략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2002년 야심차게 내놓은 ‘지식in’ 서비스가 시장에 통했다. 당시만 해도 검색 시장에서 한국어 데이터와 콘텐츠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도록 했다. 네이버에 가면 재미있다는 인식을 사용자들에게 심어준 것도 큰 효과를 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밝힌 네이버의 성장 비결 중 하나다. 소비자의 요구를 파헤치고,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사용자가 재미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은 기본이다. 이 창업자는 업계에서 꼼꼼하고 치밀한 것으로 유명하다. 네이버 사업 초기에는 사용자가 보는 웹 사이트 페이지에 오타가 나면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적할 정도였다.

이 창업자는 지난해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현재 그는 유럽 시장 공략을 구상 중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유럽 현지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은 좋은 협력 상대가 된다”며 “네이버의 인프라, 자금, 서버, 기술력과 합쳐 해외로 진출하는 비즈니스를 더욱 많이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털의 유럽 투자펀드에 출자했고, 현지 음향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에도 투자했다.

이 창업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 성공 모델에서도 네이버의 성장 비결을 찾고 있다. 그는 “네이버는 라인으로 글로벌 진출 모델을 만들었다”며 “제2의 라인을 찾고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브랜드,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네이버가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네이버 서비스 자체도 성장한다.

그는 미국, 중국 인터넷 기업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18년 동안 인터넷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했는데 미국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올 때 가장 두렵다. 인터넷은 국경도 없고 시간적 제한도 없어 이용자는 써보고 좋으면 바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정부가 시장을 보호하고 중국 기업을 내부에서 성장시키고 있다”며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 인터넷 공룡으로 표현되는데 구글이나 중국 인터넷 기업은 그 보다 큰 고질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창업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산학 석사를 거쳐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후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 형태로 웹 검색 개발에 나셨고, 1999년 네이버를 설립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