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011년 준공한 카타르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사진 :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2011년 준공한 카타르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사진 : 현대건설>

“정유년(丁酉年)의 상징인 총명하고 기민한 붉은 닭처럼 올해 모든 업무나 시스템에 있어 한 단계 더 스마트해지는 것을 목표로 나아갑시다.”

현대건설 창립 70주년을 맞은 2017년 시무식에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이 꺼내든 화두는 ‘스마트(SMART) 경영’이었다. 스마트 경영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속도(Speed), 효과적인 위기관리(Measurable), 달성 가능한 목표 설정(Attainable),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한 현실화(Realize), 시간을 초월한 안전(Timeless)을 키워드로 한다. 현대건설은 2016년 매출 18조8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조1589억원을 기록, 6.4% 증가하며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성장비결 1 |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한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비결이다. 현재 건설 업계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저유가 기조의 장기화로 중동 지역 등 산유국의 건설 투자가 크게 위축됐고, 중국 등 후발 건설 업체의 약진으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국내 건설 경기 역시 수년째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건설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모든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고 리스크의 현실화는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회사의 수익성, 더 나아가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건설업은 프로젝트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수많은 종류의 리스크가 있는 대표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인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프로젝트 대규모화, 요구 공기 단축 등 발주처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사업 수행 전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체계적인 평가와 모니터링, 통제를 통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된 후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공사를 수주하지 않았다. 양이 아닌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대건설은 우선 사업본부별로 운영하던 수주심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했다.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단 회의를 신설해 실무 리스크의 사전 검토 기능을 강화하고, 수주심사위원회의 결의 요건을 명확히 해 실질적인 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경영진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전사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기획본부 내에 프로젝트 리스크관리(PRM)팀, 사업본부 기획실 내에 리스크관리(RM)파트를 설치해 각각 수주 리스크와 사업 수행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게 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의 수익성은 2014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2013년 7040억원에서 2014년 8291억원으로 17.8% 늘었고, 2015년에는 1조원을 돌파했다. 2016년 역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현대건설이 2016년 준공한 터키 보스포루스 대교. <사진 :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2016년 준공한 터키 보스포루스 대교. <사진 : 현대건설>

성장비결 2 | 건설 R&D 혁신과 공격적 투자

연구·개발(R&D)도 중요하다. 현대건설은 2012년을 기점으로 R&D 조직 정비와 투자 확대에 나섰다. 우선 R&D본부 산하의 연구개발실을 토목건축과 플랜트환경 두 개 조직으로 나눴다. 동시에 기술심의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각 사업본부와의 협업 체계를 강화했다. 이후 여러 차례 조직 개편을 거쳐 인프라, 에너지환경, 건축 연구개발실 등 3실 체제로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2011년 102억원에 불과하던 R&D 투자비용은 2016년 22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80명 수준이던 연구 인력은 180여 명으로 늘었다.

시설투자 측면에선 2013년까지 중장기 노후 실험 장비를 개선하는 데 주력했고, 2014년부터는 친환경·에너지 실증 연구시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GSIC)’를 세우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현재 ‘오염준설토 정화 실증시설’ ‘폐수 내 암모니아 기체 분리 실증시설’ 등 총 10개에 달하는 실증 연구시설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축정보모델링(BIM)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BIM은 건물의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모델을 뜻한다. 2차원(평면)에서 3차원으로 설계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면서 건물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담는 방식 또한 달라졌다. BIM은 건축물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 도구로 기능한다.

설계상 오류를 찾거나 각 공정 간 간섭 부분을 파악하고 대안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어 시공 중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탁월하다. 운영 중에는 설비 교환 시기를 알려주거나 에너지 소비량이나 단열 성능을 높여 건축물 관리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14년 완공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진주 신사옥은 설계와 시공은 물론 유지 관리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BIM 기법이 적용된 국내 최초의 건축물이다”며 “현재 약 30개 프로젝트에 BIM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글로벌 선진 연구기관과의 기술협력도 적극 추진해 2017년 현재 북미 5개, 유럽 12개, 아시아·태평양 5개 등 총 22개 해외 기관과 공동 R&D를 수행하고 있다.

2016년 1월에는 싱가포르 최고의 이공계 명문대학인 난양공과대학교(NTU)와 공동 R&D 협약을 체결, 공동연구소를 열었다. 현대건설은 현재 난양공과대학교와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에서 주관하는 5개 핵심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산업부산물을 활용한 오염 준설토 재활용 기술, 부유식 해상플랫폼 모듈 및 계류시스템, 에너지 절감형 담수화 기술, 지하 공간 공사를 위한 초기 설계 기술 등이다.


성장비결 3 | 수주 다각화, 해외 사업 강화

현대건설은 69조원가량의 풍부한 해외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수주 확대보다는 수익성 기반의 선별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지역별로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사업 부문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인프라·환경, 건축·주택, 플랜트·전력 등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2016년 기준 해외 매출 비율을 보면, 플랜트·전력 부문이 34.9%(6조6780억원)로 가장 높고, 인프라·환경과 건축·주택 부문은 각각 9.3%(1조7730억원), 7.7%(1조4753억원)로 안정적인 구조를 보인다.

특정한 사업에 치중하지 않는 것은 일시적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현대건설이 세계 건설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현대건설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동 지역 집중 수주 전략에서 탈피해 중남미, 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도 적극 공략했다. 그 결과 2012년 우루과이 푼타 델 티그레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공사, 2013년 우즈베키스탄 탈리마잔 복합화력 발전소 공사, 우간다 진자 교량 공사, 2014년 베네수엘라 페트콕 발전소 기본 설계, 칠레 차카오 교량 공사, 2015년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약화 처리공장 공사, 2016년 인도네시아 찔레곤Ⅱ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등을 수주했다.

기존 도급 위주의 수주 패턴에서 벗어나 금융 연계, 개발 사업 등 수주 방식 다각화에도 나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라크루즈 정유공장 공사 등 신흥 시장에서 금융과 연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을 파트너로 확보하는 등 금융 소싱 다각화 작업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하노이 하동 복합주거단지에선 국내 개발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힐스테이트(Hillstate)’ 브랜드로 5개동 950가구 주택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Plus Point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서울 삼성동에 국내 최고 높이(569m) 빌딩 건설
“첨단 공법 적용해 스마트 업무공간 만들 것”

박용선 기자

서울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사진 : 현대차>
서울 삼성동 현대차그룹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사진 : 현대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8일 옛 한국전력공사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두고 있는 서울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현장을 방문했다.

GBC는 자동차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넘어 건설·철강 부문을 아우르는 자원순환형 기업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다. 현대차그룹은 7만9341㎡(약 2만4000평) 부지에 105층 569m 높이를 자랑하는 통합 사옥을 중심으로 공연장, 호텔, 전시시설, 판매시설 등 총 5개 건물이 어우러진 MICE(Meeting Incentive Conference Exhibition) 메카를 조성,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통합 사옥은 집중과 몰입, 소통과 협업, 유연성 등의 요건을 원칙으로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최신 업무 공간으로 구현된다. 최상층부 2개층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된다. 지붕과 옆면이 투명하게 처리돼 서울시 전경과 하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선 신차 출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GBC가 현대차그룹 꿈의 결정체라면 현대건설은 그 꿈을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세계의 건축 현장을 누비며 축적해온 첨단공법과 기술을 GBC에 구현함으로써 현대건설 70년 역사를 넘어 세계 건축사에 길이 빛나는 기념비적 건축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내풍 구조설계 노하우를 비롯해 풍진동 저감 기술, 초고층 콘크리트 장거리 압송 기술, 초고층 정밀계측 기술을 적용해 초고층 빌딩 건설의 정수를 선보이고자 한다.


호텔, 전시시설이 어우러진 MICE 메카 조성

정몽구 회장은 GBC 현장 관계자들에게 “GBC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이자 초일류 기업 도약의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며 “해체는 물론 건설에 있어서도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GBC를 건설하기 위해 2014년 9월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천문학적인 가격 때문에 고가 매입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GBC 건설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한다. 한국도시행정학회 자료에 따르면 GBC 준공 이후 20년간 업무·숙박·문화시설이 낼 생산 유발 효과는 253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고용 창출 효과는 5만7000여 명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2021년 말 GBC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