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시스템즈의 베트남 TTP 공장에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 동원시스템즈>
동원시스템즈의 베트남 TTP 공장에서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 동원시스템즈>

전 세계 식품 시장은 약 7000조원, 의약품 시장은 약 1200조원으로 추정된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이러한 식품·의약품을 비롯해 생활용품·전자기기까지 수많은 소비재를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포장재 역시 10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종합포장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이러한 1000조원 글로벌 포장재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 가운데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이다. 지난해 동원시스템즈의 포장재 사업 부문 매출은 1조217억원으로 전년(8720억원) 대비 17.2%, 영업이익은 1149억원으로 28.9% 성장세를 기록했다. 4년 전인 2012년 대비 매출액은 5.6배, 영업이익은 8.3배가 성장했다.


30여 개국 글로벌 기업에 포장재 공급

동원시스템즈는 커피믹스나 어묵·라면 포장 등에 사용되는 연포장재부터 페트병·유리병·캔·알루미늄·종이·산업용필름 등 식품·화장품·생활용품·전자기기를 비롯해 거의 모든 소비재의 포장재를 생산하는 종합 포장재 기업이다.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코카콜라·유니레버·네슬레·P&G 등 전 세계 30여 개국의 글로벌 기업에 다양한 포장재를 공급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의 LCD(액정 표시장치)용 유리 보호필름은 전 세계 점유율 1위다. 유리병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국내 생산량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다.

1977년에 설립된 동원시스템즈는 광학기기, 건설 등의 사업을 운영했다. 초기에는 일본 카메라 회사의 하청을 받아 카메라를 조립했으며, 1984년에는 카메라를 직접 생산하기도 했다. 포장재 사업 진출은 1993년부터다. 동원F&B에서 생산하는 식품의 연포장재와 통조림 등의 포장재를 생산하던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5년 새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최대 종합 포장재 회사로 성장했다. 기존 사업본부로 운영하던 건설과 통신 부문은 2013년 별도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M&A 통해 외연 확대

그동안 M&A를 통해 외연을 확대한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내부 경영효율 제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9월 1일 자회사인 한진피앤씨를 흡수합병했다. 2014년 1월 인수한 한진피앤씨는 산업용 특수필름 등에 강점이 있는 포장재 회사로, 이번 합병을 통해 두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적 운영과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원시스템즈는 2014년 인수한 테크팩솔루션과의 합병도 검토 중이다. 테크팩솔루션은 연 매출 약 4000억원대의 국내 최대 유리병·알루미늄캔·페트병 제조사다.

동원시스템즈의 포장재 사업은 2012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 1000억원대에 불과한 중견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5건의 M&A를 통해 거의 모든 소비재의 포장재를 제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종합 포장재 회사로 성장했다.

이 기간의 M&A를 단순히 양적 성장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M&A된 자회사들 간 사업 포트폴리오가 중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인쇄 및 수지, 유리병 등 각각 다른 분야의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포장재 분야에서 사업 카테고리를 넓힌 것이다.

2012년 5월, 대한은박지 인수가 그 시작이었다. 1971년에 설립된 대한은박지는 알루미늄호일 등을 만드는 알루미늄 분야 전문기업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대한은박지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향후 알루미늄을 비롯한 포장소재 연구·개발(R&D)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보고 M&A를 추진했다. 1년여 후인 2014년 1월에는 산업용 필름, 상업용 인쇄, 판지상자 생산에 관한 특허를 갖고 있는 한진피앤씨를 인수했다. 한진피앤씨는 미국과 대만·한국의 코닝에 유리보호 필름을 납품하는 포장재 회사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테크팩솔루션(前 두산그룹 계열사)을 인수했다. 테크팩솔루션은 국내외 유명 주류 회사와 식음료 업체가 사용하는 유리병·캔·페트병 등을 제조하는 회사다.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유리병 분야에서는 국내 수요의 40%를 공급하고 있고, 캔 수요는 25%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테크팩솔루션의 경우 연 매출이 당시 동원시스템즈 포장 사업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국내에 이어 해외 시장 역시 M&A를 통해 적극 진출했다. 동양시스템즈는 2014년 10월, 태평양 사모아섬에 있는 포장재 업체 탈로파시스템즈(前 아르다 사모아)를 인수했다. 이어 2015년 9월에는 베트남의 최대 포장재 업체인 TTP(딴 띠엔 패키징·Tan Tien Packaging)와 MVP(미잉 비에트 패키징·Minh Viet Packaging)를 인수하며 글로벌 포장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특히 베트남은 원자재와 인건비 등이 저렴해 원가 경쟁력이 뛰어나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포장재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M&A로 공장도 대폭 늘었다. 기존 동원시스템즈의 충북 진천, 충남 아산·천안, 경남 함안 공장 외에 테크팩솔루션 4개, 한진피앤씨 2개, 탈로파시스템즈 1개, 베트남의 TTP 2개와 MVP 공장 등이 더해져 총 14개의 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동원시스템즈의 해외 수출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동남아와 인도·일본·중남미 등 30여 개국에 포장용 캔, 파우치, 알루미늄 박스 등 다양한 포장재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 국가별로 보면, 미국 북중미 지역에 애완동물용 사료 포장재와 연어, 게 등 수산물용 진공 포장재를 수출하고 있다. 에콰도르, 페루, 멕시코 등에는 참치캔 뚜껑 등을 수출하고 있다. 필리핀에는 델몬트 농수산물 캔용 뚜껑, 러시아에는 꽁치캔 뚜껑 등을 수출하고 있다.


연구 인력 세 배로 늘려 R&D 박차

동원시스템즈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1573억원이다. 이는 2012년 수출 실적(654억원) 대비 2.4배 증가한 액수다. 특히 산업용 특수필름(수지) 부문에서는 수출이 내수를 앞지를 정도로 수출량이 늘고 있다. 기존 위생용 필름 제품의 고급화와 기능성이 향상된 제품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또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보호필름의 개발에 성공해 이 분야 전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약 2200억원의 수출과 함께 해외 계열사 매출을 포함해 해외에서만 약 4000억원의 매출을 거둔다는 목표다.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 인근 박닌성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2015년 10월 베트남 TTP, MVP 인수 이후 안정화와 효율화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현지 투자에 나선 것이다. 박닌성 공장은 내년 상반기 중 완공 예정으로, 연 매출 약 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약 1000억원인 베트남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베트남 남부 지역인 호찌민에 있는 1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에 이어 북부 지역인 하노이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함으로써 베트남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포장재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인 아시아 전역(41%)에 효율적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출영업 부문에 대한 투자 강화와 함께 해외 현지 기업의 M&A를 지속적으로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시스템즈는 해외 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R&D를 강화하고 있다. 2015년 8월, 한진피앤씨·테크팩솔루션 등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연구 및 기술 조직을 통합해 중앙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중앙기술연구소는 신제품 개발과 더불어 트렌드 및 성장 산업에 대응하는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캔이나 유리 용기를 대체하는 레토르트 파우치(식품 등을 넣고 압력과 열을 가해 살균하는 진공 포장 용기), 종이 질감 등의 심미성과 위조 방지 기능이 적용된 반려동물 사료용 포장재 등을 개발해 북미의 대형 업체에 대대적으로 공급 중이다. 또 간편 식품이 늘어남에 따라 전자레인지에서 직접 조리가 가능한 다양한 증기 배출 방법을 개발·적용해 판매 중이며, 개봉이 용이하고 재포장이 가능한 포장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LCD용 유리 보호필름 세계 1위

그리고 알루미늄 소재 분야에서는 2차전지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고강도 알루미늄호일 개발과 접착력을 높이고 충∙방전 시 전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전지 업체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또 IT 제품용 코팅 사업을 확대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봉지재(封止材) 관련 사업에 진출했으며, 방열 시트를 개발해 OLED TV, 모바일 기기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OLED 조명용 시트나 모바일 기기용 방수 테이프 등 고기능 코팅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세계 최대 LCD용 유리 보호필름 공급업체다. 유리 보호필름 개발을 통해 획득한 자기점착 필름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보호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하드코팅용 보호필름의 국산화에 성공해 기존 코팅 제품을 대체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R&D 역량 확대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과 기술영업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30여 명 수준의 연구 인력을 향후 3년 내에 100여 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우수한 연구 인력 확보와 육성을 위해 각 공장에 있는 연구소를 서울 양재동 본사로 통합할 예정이다.


Plus Point

세계 포장재 시장 1000조원

동원시스템즈가 생산하는 다양한 포장재. <사진 : 동원시스템즈>
동원시스템즈가 생산하는 다양한 포장재. <사진 : 동원시스템즈>

세계 포장재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약 877조원이었던 세계 포장재 시장은 2015년 950조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약 4% 정도씩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개발 여력이 풍부한 아시아 시장이 포장재 시장의 중심이다. 아시아 지역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36%, 내년에는 41%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포장재 시장이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은 동원시스템즈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포장재 기업인 호주 암코어(Amcor)의 매출은 약 10조원이며, 유럽 판매 비율이 약 50%다. 글로벌 시장 독점 기업이 없는 만큼, 품질 기술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만 갖고 있다면 어떤 회사든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이러한 세계 포장재 시장의 현황과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에 비춰 볼 때, 한국과 베트남을 기반으로 R&D와 수출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동원시스템즈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Plus Point

포장에 숨어 있는 과학

주름을 넣어 포장재를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골판지. <사진 : 블룸버그>
주름을 넣어 포장재를 튼튼하면서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골판지. <사진 : 블룸버그>

두꺼운 상자나 여러 종류의 캔 등 포장은 이미 생활의 일부다. 하지만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포장에 놀라운 제조 과정이 숨어 있다. 골판지는 포장재 중 최고 발명품으로 불린다. 미국은 골판지를 만드는 데 매년 200억달러를 쓴다. 수화물의 90%가 골판지로 만든 상자로 배달된다. 골판지는 튼튼하고 가벼우며,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골판지 상자의 재료는 종이와 접착제다. 종이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종이보다 조금 강한 정도지만 상자가 가진 진짜 힘은 바로 종이 사이에 있다. 종이에 힘을 더하기 위해 주름을 넣는 것이다. 이 주름이 금속 트러스와 같은 원리로 강력한 구조적 힘을 불어넣어 준다.

우유, 주스 등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은 테트라팩이 개발되고 나서부터다. 테트라팩은 폴리에틸렌수지, 종이, 알루미늄 코팅 등을 차례대로 겹쳐서 만든 식품 포장재다. 테트라팩은 자외선, 산소, 수증기의 투과를 막아 천연 음료를 방부제 없이 최장 6개월간 보관할 수 있게 한다. 테트라팩을 개발한 스웨덴의 테트라팩은 연간 16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색깔도 식품 포장에서는 과학적으로 사용된다. 라면봉지가 대부분 빨간색인 이유는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서지만 산화 방지 목적도 있다. 빨간색 계열은 파장이 길어 청색 계열에 비해 빛을 덜 흡수하기 때문이다. 라면은 기름에 튀겨 지방 함유량이 높기 때문에 외부 빛에 의해 맛과 색상이 나빠진다.

Plus Point

소재 기술력을 활용해 화장품 시장 진출

동원시스템즈가 최근 선보인 마스크팩. <사진 : 동원시스템즈>
동원시스템즈가 최근 선보인 마스크팩. <사진 : 동원시스템즈>

동원시스템즈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소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B2C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기존 마스크팩 포장재를 통해 B2B 화장품 포장재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B2C 제품을 직접 출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도전에는 소재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화장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동원시스템즈는 2년 전, 글로벌 고객사에서 탄성부직포 개발 요청을 받았다. 탄성부직포는 피부가 민감한 아기들의 기저귀 제조에 사용될 정도로 탄성과 통기성, 방수성이 우수하다. 이 탄성부직포 소재를 활용해 신규 시장을 개척해보자는 논의 끝에 화장품 시장에 시선이 닿은 것이다.

최근 국내 마스크팩 시장은 일반 부직포 시장에서 면이나 셀룰로오스 시트와 같은 천연소재로 발전하고 있다. 특허 소재인 탄성부직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던 동원시스템즈에 화장품 시장 진출은 도전일 뿐 아니라 기회였다. 탄성부직포 기술은 탄성(彈性)과 통기성(通氣性)·방수성(防水性)을 가진 부직포 제조기술로, 이를 통해 시중 마스크팩과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원시스템즈는 탄성부직포를 활용한 마스크 원단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공기는 통하고 에센스는 마르지 않는’ 과학적인 설계를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동원시스템즈의 기술력이 집약된 ‘순면 감촉의 3중 쫀쫀 원단’이 탄생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자체 브랜드인 ‘쌩크드보떼’를 통해 손과 발, 헤어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시중 마스크팩은 고정 스티커를 사용해야 하는 등 착용이 불편했다. 이에 반해 동원시스템즈의 쌩크드보떼 고급 마스크팩은 쫀쫀하게 늘어나는 탄성부직포 원단을 사용해 장갑이나 양말을 신듯이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 또 조밀한 구조로 이뤄진 마스크팩 원단의 특성상 피부 밀착력이 뛰어나 유효 성분이 빈틈없이 흡수되고, 피부를 꼼꼼하게 감싸기 때문에 속부터 차오르는 수분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기성을 지닌 소재의 특성상, 공기가 잘 통해 착용 중에도 답답하지 않다. 피부에 직접 닿는 내부는 에센스로 촉촉하지만 겉면은 보송해 착용 상태에서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즐기면 된다.

동원시스템즈는 2012년 처음 화장품 포장재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주요 화장품 업체들의 마스크팩 포장재를 생산하고 있다. 2014년 20억원에 불과하던 화장품 포장재 매출은 올해 약 17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번에 출시한 마스크팩을 통해 향후 화장품 시장에서의 매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