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자동차 분야의 핵심 사업인 렌터카. <사진 :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가 신성장동력으로 정한 자동차 분야의 핵심 사업인 렌터카. <사진 : SK네트웍스>

“SK그룹의 창업 정신인 ‘도전과 개척 정신’을 되살려 SK네트웍스를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 이제는 그룹 모태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되찾을 때다.”

2016년 4월 7일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며 던진 일성이다.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로 첫 출근한 최 회장은 1층 로비에 있는 부친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 동상을 향해 큰절을 했다. 그는 “SK네트웍스를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혁신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44년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

SK네트웍스는 고 최종건 창업주가 1953년 설립한 ‘선경직물’이 모태다. 이후 선경㈜, SK상사, SK글로벌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SK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하며 실적 악화일로를 걸었다. SK넥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18조4573억원, 영업이익 1673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창업주의 장남인 최 회장이 SK네트웍스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유다.

SK네트웍스는 1973년 최종건 창업주가 작고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최신원 회장이 복귀하며 44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로 돌아섰다. 오너 경영은 빠른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 그리고 미래 사업 강화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인수에 성공한 동양매직(현 SK매직)을 보면 잘 나타난다. SK네트웍스는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 업체 중 유일하게 임직원 완전 고용 보장을 제시했다. SK그룹과의 시너지 창출 효과를 강조한 것도 높은 점수를 땄다. 오너가 아니면 던질 수 없는 승부수였다. 결국 SK네트웍스는 6100억원에 동양매직을 인수했다. 2015년 롯데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올해 4월 자연과 사람, 미래 기술을 콘셉트로 새롭게 문을 연 워커힐호텔도 최 회장의 작품이다. 특히 워커힐호텔은 1977년부터 40년간 사용한 ‘쉐라톤’ 간판을 내리고, ‘워커힐’ 독자 브랜드를 쓰기 시작했다.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은 ‘그랜드 워커힐’로, W호텔은 ‘비스타 워커힐’ 브랜드로 독자 생존에 나섰다. 음성인식 기기 ‘누구’와 태블릿PC 등 첨단 기기를 전체 객실에 비치해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선택과 집중’, 최신원 회장 경영 복귀 후 SK네트웍스가 펼치고 있는 사업 전략이다. 과거 SK네트웍스는 광범위한 사업에 투자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 SK네트웍스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 지난해 매각한 패션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시에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은 집중 육성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사업 부문은 크게 6가지로 나뉜다. 에너지 마케팅 및 주유소, 상사, 휴대전화 유통(정보통신), 렌터카, 지분 100%를 보유한 SK매직을 통한 주방가전 렌털, 호텔 사업이다.

이 중 에너지 마케팅과 정보통신 사업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SK네트웍스의 성장을 주도했다. 정보통신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조달해 SK텔레콤 대리점과 그 밖의 휴대전화 판매처에 납품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마케팅은 SK에너지로부터 휘발유 등 석유 제품을 매입해 전국 2800개에 달하는 주유소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올해 자영주유소 2200여 개를 SK에너지에 양도했고, 현재는 약 500개 직영주유소 유통·판매를 맡고 있다.

에너지 마케팅과 정보통신 두 사업은 지난해 각각 매출 7조5417억원, 4조5213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40.8%, 24.4%에 해당된다. 영업이익 역시 948억원, 916억원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사진 :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사진 : SK네트웍스>

신성장동력 모빌리티와 홈케어

SK네트웍스는 에너지 마케팅과 정보통신 두 사업을 통해 창출한 현금을 기반으로 렌터카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렌탈 등 렌터카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쟁 업체들이 필요한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의 강점이기도 하다.

SK네트웍스는 렌터카와 주유·정비 서비스를 포괄하는 ‘모빌리티’와 주방가전 렌털 등 ‘홈케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은 전기차, 렌터카, 카셰어링 등 미래 카 라이프 시장을 아우르는 정비·충전·편의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SK네트웍스는 보유한 직영주유소 500여 개를 전기차·공유경제 차량의 주차와 주유·대여·충전·정비는 물론 식당과 편의시설을 결합한 토털 서비스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현대차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형태다.

홈케어 사업은 기존 하드웨어 인프라인 방문판매 인력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홈’ 비즈니스 모델이 핵심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SK매직의 사물인터넷(IoT) 기능 제품을 SK텔레콤의 스마트 홈 애플리케이션에 연동해 기기 제어, 헬스케어, 인공지능 등 다양한 생활 밀착 지능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가 과거 확장 정책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하며 사업 구조를 단순화했다”며 “렌터카, 주방가전 렌털 사업의 성장도 기대돼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2017년 SK네트웍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9조2763억원, 1703억원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4.4%, 1.8% 증가한 수치다.


Plus Point

Interview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혁신과 나눔은 기업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

박용선 기자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두 요소가 없다면 빠르게 변하는 현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최 회장은 나눔 활동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나눔은 사회 발전을 위한 변하지 않는 가치”라며 “기업가가 솔선수범하며 나눔을 행하고 사회 전반으로 퍼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패션 사업 매각, 동양매직(현 SK매직) 인수 등 사업 조정에 나섰다. 원칙이 있다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과 실행력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기업은 규모가 커지면 결정 속도가 느려진다. 보고 단계가 늘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동양매직을 인수한 이유는 공유경제라는 큰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시장은 ‘소유’가 아닌 ‘공유’로 흘러가고 있다. 렌털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주방가전 렌털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 동양매직과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기업을 이끌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중심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똑같다. 그래야 외부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중심이 잡혀 있으면 오히려 변화를 받아들이고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바로 혁신이다. 비즈니스의 기본인 신뢰도 중요하다. 기업은 조직원, 고객, 거래 기업 간 신뢰를 구축해야 성장할 수 있다.”

소통과 창의적 사고도 중요시 여긴다.
“임직원들의 눈에 잘 띄는 사무실 곳곳에 소통 강조 포스터를 붙여 놓는다. 또 임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주제는 다양하다. 이는 업무상 소통 향상과 연결된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리더의 역할이다. 창의적 사고도 중요하다. 과거 우리는 쓰레기를 단순히 쓰레기,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쓰레기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이 되기도 한다. 재활용해 새로운 원료를 만들기도 하고,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사물을 바라볼 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시각과 창의력은 경영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나눔 활동도 강조하는데 이유는.
“내가 하는 나눔 활동에 대해선 별다른 목표란 게 없다. 끊임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혼자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은 나눔 문화가 약하다. 과거부터 기업가가 솔선수범하며 나눔을 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실천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한국나눔교육포럼을 출범, 회장을 맡아 어떻게 나눔을 실천하는지, 나눔 문화를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교육하고 있다. 나눔은 사회 발전을 위한 변하지 않는 가치다. 행복을 위한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