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CJ CGV 용산아이파크몰 오감 체험 특별관 ‘4DX’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사진 : CJ CGV>
고객들이 CJ CGV 용산아이파크몰 오감 체험 특별관 ‘4DX’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사진 : CJ CGV>

지난해 12월 26일 CJ CGV 용산아이파크몰.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오감 체험 특별관 ‘4DX’에서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을 보고 나오고 있었다. 이 커플의 영화 관람 전후 동선을 살펴보자. 커플은 영화를 보기 전 영화관 바로 옆에 있는 ‘팝콘랩’에서 CJ CGV가 개발한 수제 팝콘을 샀다.

영화가 시작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커플은 ‘씨네펍’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V 버스터즈’에서 다양한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겼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 ‘씨네드쉐프’에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었다. 디저트로 영화 ‘로마의 휴일’을 모티브로 한 케이크도 먹었다. CJ CGV가 강조하는 복합 문화 공간 ‘컬처플렉스’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비. 영화를 보러 온 고객의 동선에 따라 카페, 오락, 쇼핑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 오른 쪽에 ‘팝콘 팩토리’가 보인다. <사진 : CJ CGV>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비. 영화를 보러 온 고객의 동선에 따라 카페, 오락, 쇼핑 등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 오른 쪽에 ‘팝콘 팩토리’가 보인다. <사진 : CJ CGV>

복합 문화 공간 ‘컬처플렉스’ 구축

CJ CGV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CJ CGV는 2016년 매출 1조4322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4%와 26% 증가했다.

CJ CGV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multiplex) CGV 강변을 개관했다. 멀티플렉스는 여러 개의 상영관(스크린)과 쇼핑, 식당, 카페 등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영화관을 말한다. 멀티플렉스는 CJ CGV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후 CJ CGV는 영화 상영 기술 개발에 나섰고, 고객 취향에 따라 최적의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을 만들었다. CJ CGV는 이를 멀티플렉스에 더 많은 문화(culture)를 결합한다는 의미로 ‘컬처플렉스(cultureplex)’라고 정의했다. 영화관을 ‘영화만 보는 공간’이 아닌 ‘노는 공간’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컬처플렉스, CJ CGV의 핵심 성장 전략이다.

CJ CGV가 컬처플렉스 개념을 내걸고 처음 만든 영화관은 CGV 청담씨네시티다. 2011년 개관한 CGV 청담씨네시티는 단순한 평면(2D) 위주의 상영관이 아닌 다양한 콘셉트와 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구성돼 있다. 영화 장면에 따라 바람, 향기, 좌석 움직임 등의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오감 체험 특별관 ‘4DX’, 스크린을 좌우 벽면까지 확대한 다면상영시스템을 적용한 ‘스크린X’는 물론 개인 공간처럼 영화를 볼 수 있는 ‘더 프라이빗 시네마’까지 다양하다. 베이커리, 카페테리아, 음식점, 편집숍 등 문화 공간도 들어섰다.

최근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CGV 용산아이파크몰도 CJ CGV가 공들여 개발한 컬처플렉스다. CGV 용산아이파크몰에는 가로 31m 세로 22.4m로 멀티플렉스 세계 최대 스크린과 고해상도 레이저 영사기를 도입한 ‘아이맥스 레이저’,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씨네드쉐프’,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템퍼 시네마’ 등의 프리미엄 상영관이 들어섰다. VR과 스포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 버스터즈’, 무료 노래방 ‘엠넷 스튜디오’, 영화 속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씨네숍’ 등 문화 공간도 있다.

문화를 핵심 가치로 한 CJ CGV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CJ CGV는 영화관에 지역 특성을 고려한 문화를 접목하고 있다. 영화관을 연극과 거리 공연 무대(CGV 대학로)로 만들고, 화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미술관(CGV 천안펜타포트),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을 위한 휴식 공간(CGV 여의도), 학생들을 위한 영화 전문 도서관(CGV 명동씨네라이브러리)으로 재구성했다.


해외 스크린 수 2000개 넘어

‘143 vs 299, 1070 vs 2257.’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2017년 12월 30일 기준 CJ CGV의 국내와 해외 현황을 비교한 숫자다. 앞의 수치는 영화관 수, 뒤는 스크린 수다. 정리하면 CJ CGV는 한국에 143개 영화관과 1070개 스크린을, 해외에 299개 영화관과 2257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훨씬 크다. 국내외를 모두 합할 경우 스크린 수는 3000개를 훌쩍 넘어섰고, 그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영화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크게 세 가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 평균 티켓 가격, 100만 명당 스크린 수다.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영화 시장이 성숙돼 있다. 1인당 관람 횟수는 4.2회로 미국 할리우드 시장보다 많다. 100만 명당 스크린 수로 보는 공급도 포화상태에 가깝다. CJ CGV가 또 다른 성장 전략으로 해외 사업 강화에 나선 이유다.

CJ CGV는 최소한 한국보다 인구가 많고, 1인당 관람 횟수(연간 1회 미만)가 적은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에 집중했다. 2018년 1월 현재 CJ CGV는 중국·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터키·러시아 등 해외 7개국에서 영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CJ CGV는 한국에서 효과를 본 ‘컬처플렉스’를 해외 시장에 도입, 프리미엄 극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CJ CGV가 베이징에 있는 종합 쇼핑몰 인디고(頤提港)에 문을 연 ‘CGV 베이징 인디고’는 중국 최초 컬처플렉스로, CJ그룹의 외식 브랜드 투썸플레이스, 비비고, 뚜레쥬르 등이 함께 입점해 있다. CJ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CGV 베이징 인디고는 중국 현지에서 ‘리틀 CJ타운’으로 불린다. 이런 모습은 중국만이 아니다. CJ CGV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컬처플렉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CJ CGV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 역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준다. CJ CGV는 중국에서 오감 체험 특별관 ‘4DX’, 초대형 디지털 상영관 ‘스타리움’ 등을 운영하고 있다. CJ CGV는 중국에서 베이징·상하이·우한·톈진·푸순 등 주요 도시에 총 100개 영화관, 793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매출은 3043억원을 기록했다. CJ CGV 해외 총매출의 58.8%에 달하는 규모다.


CJ CGV는 중국에서 2016년 30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 CGV 해외 총매출의 58.8%에 달하는 규모다. 사진은 CGV 베이징 인디고(頤提港). <사진 : CJ CGV>
CJ CGV는 중국에서 2016년 304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 CGV 해외 총매출의 58.8%에 달하는 규모다. 사진은 CGV 베이징 인디고(頤提港). <사진 : CJ CGV>

M&A 통한 몸집 불리기

CJ CGV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는 영화관 사업자가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전략이다.

2017년 말 스크린 수 기준 ‘글로벌 톱(top) 5 극장 사업자’는 완다시네마(중국), 리갈시네마(미국), 시네마크(미국), 시네폴리스(멕시코), CJ CGV순이다. ‘노(no) 투자, 현 상황 유지’ 전략을 고수하다 완다시네마에 1위 자리를 내준 리갈시네마를 제외한 4개 업체 모두 대규모 M&A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CJ CGV 역시 2016년 터키 최대 영화 사업자 ‘마르스(MARS)’를 인수했다. 마르스는 앙카라·이스탄불·이즈미르 등 주요 도시에 총 96개 영화관, 840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는 터키 1위 극장 체인이다.

CJ CGV는 2011년 베트남 1위 멀티플렉스 ‘메가스타(Megastar)’를 인수했다. CJ CGV는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고,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층이란 것에 주목했다. 게다가 영화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CJ CGV의 예상은 적중했다. 베트남의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2011년 0.15회에서 2016년 0.41회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간 관람객 수는 440만 명에서 1363만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2.34개에 불과했던 100만 명당 스크린 수도 6.54개로 증가했다.

CJ CGV는 메가스타를 인수한 후 약 2년 6개월간 기존 브랜드를 유지했다. 메가스타가 현지 1위 업체인 만큼 기존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초점을 맞췄고 서서히 CGV의 색깔을 입히는 데 집중했다.

CJ CGV는 2014년 호찌민 에이온 셀라돈(Aeon Celadon) 쇼핑몰에 CGV 신규 영화관 입점을 기점으로 베트남 내 브랜드를 ‘CGV’로 전환했다. 2014년 브랜드 전환 이후부터 2017년 9월까지 CJ CGV의 누적 관람객 수는 약 4500만 명에 달한다. 베트남 전체 인구 9600만 명 중 절반가량이 CJ CGV에서 영화를 본 셈이다.


Plus Point

interview 서정 CJ CGV 대표
“국내 영화 시장 정체, 결국 답은 해외에 있어”

박용선 기자

서정 CJ CGV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CGV 성장의 길을 찾고 있다. 서 대표는 “한국 영화 시장은 정체됐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학습과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전체 직원이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 영화 시장 어떻게 보나.
“2016년은 촛불 정국 등으로 관객 수가 역신장한 해였다. 2017년은 기저효과로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6년 국내 영화 관람객 수가 2억1700만 명이었는데, 2017년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점은 국내 영화관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관객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영화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로 볼 때 과거에는 영화관이 늘면 관객도 증가했다. 그런데 3~4년 전부터 영화관이 늘어도 관객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한국 영화 산업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고객도 변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시장 확대, 1인·소셜 미디어 영향력 확산 등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환경 변화로 영화관을 찾는 고객들의 기대 수준이 확연히 달라졌다. 영화를 많이 보는 고객층도 변하고 있고, 영화를 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확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하나의 전략이 영화관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을 결합한 ‘컬처플렉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각 지역별 특색에 맞게 보다 편리하고, 즐거운 영화 관람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해외 사업 전략은 무엇인가.
“CJ CGV가 해외에 진출할 때 고려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설립 투자’로 부지 확보, 영화관 설립 등 모든 과정을 CJ CGV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현지 영화관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전략적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직접 설립 투자 방식으로 진출했고, 베트남과 터키는 M&A를 택했다. 물론 국가마다 영화 산업에 대한 규제 정도가 달라 직접 설립 투자나 M&A 방식 모두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시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지 영화 사업자 위탁 경영 방식으로 진출한 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현지 업체 지분을 인수했다. 미얀마는 현지 영화 사업자와 합작 법인을 설립한 후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항상 배우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CEO나 직원이나 모두 공부해야 한다. 시장의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힘은 배우고 변화할 때 나온다. 서점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설계한 일본의 ‘츠타야서점(蔦谷書店)’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 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그 책에 담긴 내용(제품 등)을 함께 파는 컬처 인프라를 구축하며 저성장기를 극복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