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 2018에서 새롭게 떠오른 키워드는 ‘스마트 시티’였다.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70%가 스마트 시티에 살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 현대차>
▲ CES 2018에서 새롭게 떠오른 키워드는 ‘스마트 시티’였다.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70%가 스마트 시티에 살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 : 현대차>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화재 경보기, 도난 경보기, 전기 계량기, 가전 제품 등 200억 개 기기가 서로 연결될 겁니다.”

세계 최대 차량부품·전장(電裝) 업체인 보쉬의 슈테판 하르퉁 부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 미디어 콘퍼런스에 등장해 “보쉬는 스마트 시티를 구현할 지식과 센서,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쉬는 이날 인텔과 함께 개발한 ‘클리모(Climo)’라는 기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개했다. 클리모는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온도·상대습도 등 공기 질을 결정하는 12가지 중요한 변수를 측정, 분석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기후 모니터링 시스템과 비교해 크기는 100분의 1로 줄이고 가격은 10분의 1로 확 낮췄다.

수년간 IT 업계 주요 화두로 자리잡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차 등이 여전히 CES 관람객들의 이목을 끈 가운데 ‘스마트 시티’가 올해 처음으로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스마트 시티는 사람과 사물·도로·자동차 등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연결되는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기존 무선 속도보다 최대 100배 빠른 5G(5세대 이동통신)를 통해 구현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G 국제 표준이 2020년쯤 정해질 예정이지만 이미 중국과 한국·미국 등에서는 5G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보도했다.


1 | 스마트 시티

CES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스마트 시티의 미래’를 올해 전시회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지난해 CES 화두가 개인의 스마트 기기와 생활가전을 연결하는 ‘스마트 홈’이었다면, 1년 만에 연결 범위가 도시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IT 업계 축제로 불리는 이 전시회 개막식에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의 짐 해켓 신임 최고경영자(CEO)와 음료 업체 펩시의 크리스틴 패트릭 수석부사장이 기조 연설자로 올라 스마트 시티에 대한 업계 준비 상황을 밝히는 등 산업계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CTA는 오는 2025년까지 88개의 스마트 시티가 만들어지고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70%가 스마트 시티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가 전체 부스의 3분의 1을 할애해 만든 싱큐존에서 모델들이 AI가 적용된 스마트 가전을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 : LG전자>
LG전자가 전체 부스의 3분의 1을 할애해 만든 싱큐존에서 모델들이 AI가 적용된 스마트 가전을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 : LG전자>

2 | 5G

스마트 시티의 핵심 인프라는 5G다. 5G는 전송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반경 1㎞ 이내 IoT 기기 100만 대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속도 지연 현상도 0.001초가 안 된다. 팀 백스터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은 CES 개막 하루 전 기자들과 만나 “5G를 한마디로 말하면 주머니에 광케이블을 넣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5G 시장 선점을 위한 한국과 중국·미국 등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시회를 찾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시대에 대비해 자율주행차용 초정밀지도 전문 업체 독일 히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통신사 AT&T는 올해 말까지 12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5G 기술이 실제 적용된 제품들이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3 | 인공지능

“빅스비(Bixby), 집에 왔어.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TV에서 계속 보여줘.”

삼성전자는 지난해 개발한 AI 비서 빅스비가 모바일을 넘어 각종 전자제품과도 연결되는 것을 강조했다. LG전자는 AI가 적용된 집 내부를 그대로 연출한 ‘LG 싱큐(ThinQ)존’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AI를 경험할 수 있는 스마트 홈을 꾸몄다. 싱큐존은 624㎡(약 188평)로 LG전자 전체 부스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CES에 처음 부스를 만들며 데뷔한 구글은 LG전자·소니·레노버 등의 스피커·청소기·세탁기 등을 전시했다. 여기에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안드로이드싱스 등 구글의 AI 플랫폼이 탑재됐다. 지난해 CES에서는 아마존이 부스 없이 AI 비서 ‘알렉사’로 주목받았는데, 올해는 구글이 주인공이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Aibo)’도 12년 만에 신제품으로 부활해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아이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재롱을 부려 관람객들의 ‘귀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 <사진 : 블룸버그>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 <사진 : 블룸버그>

4 | 자율주행차

현대차·포드·BMW·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자율주행차 충돌 방지 기술, 스마트 주차 비서 등을 선보였지만 실제 무인차 수준으로 가기에는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긴 시간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차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만간 CES에서 공개된 일부 새로운 기술들이 차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부품이 급격히 전장(전자장비)화되면서 CES를 찾는 부품 업체들도 늘었다. 전장부품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 이미지 프로세싱칩 개발사 모빌아이 등의 솔루션이 적용된 차량 시승 행사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5 | 중국

올해 CES에 참여한 중국 기업은 전체 참가 기업(3900여 개사)의 3분의 1이 넘는 1379개사에 달했다. 주요 중국 기업들의 키워드는 역시 AI였다. 바이두는 미디어 콘퍼런스를 열고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아폴로 2.0’과 대화형 AI 플랫폼 ‘듀어OS’를 공개했다. 바이두는 별도 부스를 꾸미고 듀어OS가 적용된 휴대전화, TV, 웨어러블 기기를 대거 선보이기도 했다.

루치 바이두 부회장은 “중국은 AI 산업의 핵심인 자본·시장·기술·정책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지금부터 세계 AI 혁신을 ‘차이나 스피드(중국의 속도)’로 끌고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