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건설장비 전시회 ‘콘엑스포 2017’에서 굴삭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건설장비 전시회 ‘콘엑스포 2017’에서 굴삭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의 최근 성장세가 눈에 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6조5175억원, 영업이익 658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8%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3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호실적은 단순히 시황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대형 장비(15t 이상) 등 주력 분야에 집중했고, 중국 등 신흥국의 장비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침체된 중국 건설 장비 시장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단행한 강력한 구조조정도 재도약에 한몫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했다. 중국과 유럽 등의 생산능력도 감축했다. 2016년 3월에는 공작기계 사업부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가량에 매각했다.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쓰였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통해 호황기에 맞춰진 조직을 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가운데 중국, 신흥국 시장 수요까지 받쳐주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잡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시장 직격탄 맞고 실적 급감

이러한 구조조정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의 전반적인 실적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중국 시장이다. 중국이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장비 교체 수요가 증가했고 그 결과 중국 중장비 판매량이 급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96년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굴삭기 시장에 진출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며 승승장구했다. 현지 딜러망을 급격히 늘리고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쳐 시장 점유율은 한때 20%까지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건설 경기는 2011년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2011년 17만 대에 달하던 중국 굴삭기 시장은 매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 2015년에는 5만 대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축소됐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중국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1년 8조463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5조9648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6796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30%대로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러한 시장 침체기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준비기로 삼았다. 중국 옌타이공장과 무핑공장의 생산라인을 통합해 생산효율을 개선했으며, 딜러 네트워크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특히 건설기계 교체 주기와 중국 내 높아진 배기가스 규제가 맞물리는 시기를 미리 내다보고 최신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중국 현지 맞춤형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한 DX-9C 제품은 기존 모델 대비 15% 이상 연비를 개선한 제품이다. 또 세분화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중형급 제품을 경제형, 연비형, 성능형으로 특화해 출시했다.

장비의 보증 기간도 연장했다. 기존 장비의 부품 보증은 1년 혹은 2년·3000시간이었으나 2014년 이후 출시한 중대형 기종 장비에는 기본 보증 조건에 더해 5대 주요 부품에 대한 보증 기간을 3년·6000시간까지 늘렸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면서 굴삭기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 굴삭기 시장은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중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6년 4분기부터 계속해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6.7%까지 떨어졌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8.3%까지 높아졌다.

수익성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수익성 높은 중대형 굴삭기 판매 비율은 2016년 29%에서 지난해 42%로 크게 높아졌다. 굴삭기 평균 가격 역시 50만2000위안(약 8460만원)에서 21% 상승했다. 저가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단순 판매 증가에 매달리지 않은 덕분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굴삭기 1만851대를 판매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2011년 이후 6년 만에 중국 내수 판매 1만 대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중국 굴삭기 시장은 올해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굴삭기 시장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중국 굴삭기 판매는 연 15만 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 신흥시장 고르게 성장

그리스 북부의 작은 도시 카발라 외곽에는 가스관 매설작업이 한창이다. 터키 국경지대에서부터 그리스, 알바니아를 거쳐 이탈리아 레체까지 가스관을 연결하는 ‘트랜스 아드리아해 파이프라인(TAP)’ 공사 구간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나무를 제거해 땅을 고르고, 도랑을 파 지름 1.2m짜리 가스관을 매설하는 장비가 바로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다. 모두 52대의 굴삭기가 이 공사 구간에서 활약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사업 호조는 중국 건설기계 시장 회복뿐만 아니라 유럽과 신흥시장의 고른 성장세가 바탕이 됐다. 2017년 3분기 기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의 건설기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이상 성장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의 판매 회복세가 뚜렷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3분기까지 신흥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6.8% 증가한 7010대의 건설기계를 판매했다. 그동안 중국 매출 비중을 낮추고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발굴에 주력한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네팔 시장에서 20%대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건설기계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에는 네팔 북부 리쿠강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투입될 중대형 굴삭기 39대를 수주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15년 5%였던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마다가스카르와 쿠웨이트, 에티오피아 등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판매량을 늘렸다. 특히 쿠웨이트에선 해외 경쟁사가 독점해 온 중유(heavy oil) 개발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장에서 직접 장비를 시연하고, 장비에 대한 보증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며 고객의 결정을 이끌어 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6년에 걸친 영업 끝에 경쟁사로 기울어져 있던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 확대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 대한 영업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네팔에 판매한 중대형 굴삭기. <사진 :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가 네팔에 판매한 중대형 굴삭기. <사진 : 두산인프라코어>

텔레매틱스 등 신성장 동력 발굴 주력

두산인프라코어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첨단기술을 접목한 최신 서비스 제공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스마트한 제품 및 솔루션 개발과 제공을 확대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업황이 부진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두산인프라코어와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건설기계 사업을 기존 ‘지역 관할’에서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두산밥캣이 미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운영한 중대형 건설기계 판매 사업을 올해 두산인프라코어로 이관하기로 했다.

그동안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삽밥캣은 지역 중심의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두산밥캣은 주로 선진 시장에서 소형과 중대형 건설기계 사업을 맡았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신흥시장에서 중대형 건설기계 중심의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 재편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건설기계 사업의 전 세계 단일 경영 체계를 확보하게 돼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신성장 동력으로 자체 개발한 친환경 소형 엔진 ‘G2엔진’의 매출처를 늘리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G2엔진을 두산밥캣 제품에 탑재해 상호간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또 농기계·지게차·발전기 시장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를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1월 중국 농기계 업체인 ‘로볼’과 합작 법인 설립 계약을 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 농기계 수요처인 중국 시장을 확보함과 동시에 신흥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IT를 건설기계에 접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 ‘두산커넥트(DoosanCONNET)’도 지속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커넥트는 굴삭기 등 장비의 위치와 가동 상황, 엔진 등 주요 부품의 데이터를 활용해 작업장 관리 및 장비 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1월 노르웨이에서 굴절식 덤프트럭 20대를 수주한 것도 두산커넥트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 계약으로 굴절식 덤프트럭 20대를 수주한 것은 역대 최대 성과로, 노르웨이 연간 판매량을 한 번에 달성한 것이다. 회사 측은 장비 수십 대의 작업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길 원하는 고객에게 두산커넥트를 맞춤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건설기계 한 우물로 세계 6위

두산인프라코어의 역사는 한국 기계 산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조선기계제작소는 1937년 6월 4일 인천에서 설립된 뒤 광산기계와 주물 등을 주로 생산해왔다. 1958년에는 선박용 디젤엔진 생산에 뛰어들며 국내 최초로 엔진 사업을 시작했다.

1975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디젤엔진 공장을, 1977년 굴삭기 생산공장을 세우며 건설기계 시장에 진출한 뒤 독자 기술로 굴삭기 개발에 성공해 1987년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그 뒤 한국기계공업, 대우중공업, 대우종합기계를 거쳐 2005년 두산그룹에 편입돼 두산인프라코어로 새롭게 출발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한 굴삭기와 휠로더 등 건설기계는 약 21만 대에 달한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 생산한 것을 포함하면 약 38만 대에 이른다. 최근에는 자회사 두산밥캣의 성장과 중국 굴삭기 시장 회복, 신흥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매출 기준 세계 6위로 올라섰다.

Plus Point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기술·프로세스 혁신해 재도약 발판 다진 기술 전문가

장시형 부장대우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도약을 이끈 주역은 손동연 사장이다. 손 사장은 중국 시장 침체 등으로 고전하던 2015년 대표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이후 두산인프라코어의 몸집을 줄이고, 공작기계 사업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력을 높이고 프로세스를 혁신해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 사장은 기술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한양대 정밀기계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엔진 개발 선임연구원, 부품시험팀 수석연구원 등을 거쳤다.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된 이후 그는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소형·경차 개발기지로 선정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한국GM의 기술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던 그는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박용만 회장이 그를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추진력 특징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지금까지 손 사장에게는 ‘고릴라’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연구원과 임원 그리고 부사장·사장직을 수행하면서 항상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거침없이 추진하는 모습이 고릴라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성격은 소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에는 스스럼없이 다가가 함께 일하다 보니 현장 인력들로부터 ‘진짜 박사가 맞냐’는 놀림 아닌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동안 작업장에 박사학위 졸업장을 붙여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한국GM 부사장을 지내던 그가 두산인프라코어에 합류하자 자동차 전문가가 건설장비 분야를 책임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가장 먼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도록 체질을 바꿨다. 회의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보고는 이메일로 대체했다. 보고나 회의가 경직된 문화를 만들고, 실무자와 경영자 간을 단절시켜 긍정적인 아이디어의 통로를 차단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실무진과 경영진, 실무진 간의 소통을 책임지는 ‘코어 에이전트’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30여 명의 코어 에이전트는 실무진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수집되도록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소통의 장벽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임무다.

손 사장은 기업의 체질을 바꾼 것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는 친환경 소형 엔진인 G2와 무선인터넷 등을 활용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두산커넥트’ 개발을 주도했다. G2는 경쟁사에서도 구매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우수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두산커넥트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성능을 인정받아 주목받고 있다. 손 사장은 우수한 제품 기술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세계 최정상 회사가 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