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뉴델리에 있는 휴대전화 매장에서 한 시민이 신형 스마트폰을 조작해보고 있다. 인구 13억명의 인도는 스마트폰 시장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곳이다. <사진 : 조선일보 DB>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시장이다. 현재 인도의 통신 가입자는 10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2억명이 넘는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바일 서비스가 인도의 취약한 금융 인프라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경제가 모바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수한 모바일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 진출도 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모바일 금융서비스로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밸런스히어로’다.


누적 다운로드 5000만건 넘어

밸런스히어로는 2014년 설립된 한국 스타트업으로 데이터 사용량 등 요금 정보를 표시해주는 앱인 ‘트루밸런스’를 인도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트루밸런스는 선불요금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남은 데이터를 표시해주거나 잔량, 무료 통화 시간 등을 알려주는 앱이다. 인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마트폰 사용자 중 90% 이상이 선불요금제를 사용하며, 충전과 잔액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 트루밸런스는 2014년 출시된 이래 총누적 다운로드 5000만건을 넘었고 활성 사용자만 1000만여명을 확보했다.

이 같은 인기 비결로는 인도 현지 사용자들에 대한 맞춤형 개발과 네트워크 마케팅이 꼽힌다. 현지 통신사가 만든 데이터 확인 앱도 있지만 확인 과정에 오히려 데이터를 요구하거나 잔량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앱도 많다. 또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며, 평균소득이 낮아 통신 요금에 매우 민감하다. 트루밸런스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잔액 정보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잔액 안내 텍스트 메시지를 인포그래픽으로 전환하고, 사용자가 앱에서 데이터 사용량 등을 손쉽게 확인하도록 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도입한 ‘친구 추천 보상 시스템’도 인도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추천을 통해 앱을 다운로드하고 서비스에 가입하면 10루피(약 170원)의 포인트를 추천자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이는 약 30분 동안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금액에 해당한다. 통신 비용에 민감한 트렌드와 입소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것이다. 이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다운로드가 급증했다.

밸런스히어로는 인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여러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 메가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 6개사로부터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약 200억원이다.


핀테크로 사업영역 확대

밸런스히어로는 최근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핀테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인도 전자결제사업자 허가를 받았으며, 트루밸런스 내에 모바일 지갑 기능을 추가했다. 모바일 월렛(전자지갑) 추가 사용자는 트루밸런스를 은행 계좌처럼 이용할 수 있다. 앱을 통한 입출금과 송금이 가능하고, 사이버머니를 은행 계좌로 입금하거나 이체할 수도 있다. 사이버머니로 통신료 충전도 할 수 있다.

인도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중 하나가 바로 전자지갑이다. 최근 인도에서 1년 사이 출시된 전자지갑 서비스만 40여개에 이른다. 대표적으로는 현재 인도 최대 모바일 결제 기업인 ‘페이티엠’ ‘모비퀵’ ‘프리차지’ 등이 모두 이런 모델을 가지고 있다. 전자지갑으로 결제가 가능한 품목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화 요금이나 모바일 쇼핑의 상품 결제는 기본이고, 지하철이나 택시 등 교통요금·전기료 등 공과금 납부, 오프라인 구매 시 결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는 조만간 인도 현지 대출사업자와 협력해 소액 대출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트루밸런스의 가입자를 1억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쉽고 다양한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인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이철원 대표는 “중국의 모바일 결제를 알리페이가 장악한 것처럼 신규 시장인 인도·동남아 지역의 모바일 핀테크 선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이철원 대표
“인도 모바일 시장 급성장, 기회 무궁무진”

밸런스히어로를 설립한 이철원 대표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나스닥에 상장됐던 통신 솔루션 개발사 와이더덴에서 2002년부터 해외영업을 담당한 영업통이다. 공동 창업자인 이재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국내에 사용자경험(UX)을 본격적으로 들여온 PXD 대표 출신이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KT 출신인 김이식 상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영태 전 위모스 대표다. 이들은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다. 이철원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인도에서 창업한 이유는.
“처음부터 한국보다 넓은 시장을 목표로 했다. 그러다 2014년 당시 폭발 직전에 있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시장의 스케일이 달랐다. 인구수가 13억명에 이르고, 무엇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무서울 정도였다. 트루밸런스 앱 정식 출시 당시 매달 1000만~1500만명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넥스트 차이나라는 말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경제 성장 속도도 빠르다. 이러한 높은 성장성 때문에 인도를 선택했다.”

트루밸런스를 만든 배경은.
“인도 사람들이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할까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가 인도에선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료를 선불로 구매해 사용하는데, 데이터가 얼마 남았는지 자주 확인하고 필요할 때에는 충전을 빨리 해야 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를 빠르고 쉽게 그리고 데이터 소비 없이 바로 앱에서 할 수 있게 해주면 인도 사람들이 많이 쓰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사용자 분석에 들어갔고, 이건 소비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도에서 기업하기는 어떤가.
“인도는 해외 기업이 진출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인도 현지 기업과 외국 기업이 사업 허가를 받는 데 차이가 없다. 인도인들이 외국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현재 인도 상위 10개 앱 개발사 국적은 인도 3개, 미국 3개, 중국 3개, 한국 1개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상품과 서비스만 좋다면 국적은 상관없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라 아이디어와 기술력에서 한발 앞서 있는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다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 단 시장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고 들어와야 한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인도는 사실 환경이 아직 낙후돼 있고, 또 거짓말을 많이 하는 문화가 있어 한국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인도인들로부터 ‘sorry’와 ‘thank you’를 듣기가 참 힘들다. 잘못했다고 하면 바로 처벌받는 카스트 계급 문화로 인해 잘못을 했을 때 솔직히 인정하고 넘어가기보다는 거짓말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 그래서 현지인들과 사업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다. 또 부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꼼짝 못하는 불평등한 문화도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대처방법을 알지만 초반에는 어려웠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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