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 링크앤드코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춤을 추고 있다. / 오광진 특파원

지난 1일 오후 베이징 국제모터쇼 동관 4호관의 한 부스는 10분간 디스코텍이 됐다. 2층에서 중남미 계열 여성이 몸을 흔들며 노래하고, 1층에선 중국과 외국인 모델이 관람객과 뒤섞여 춤을 췄다. 아이를 무대 안으로 미는 부모들도 보였다. 영문 이름 링크앤드코(Lynk & Co)인 중국 자동차 브랜드 부스다. 중국 지리(吉利)자동차가 인수한 볼보자동차와 손잡고 작년 11월 첫 출시한 고급 브랜드다. 부스엔 두 회사 이름은 물론이고 중문명 링커(领克)도 보기 힘들었다.

링크앤드코는 작년 11월 말 출시된 이후 4개월 만에 3만여대가 팔리고, 밀린 예약이 3만여대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판매량은 전달의 2배인 8500대로 늘었다.

건너편 현대자동차 부스엔 이번에 처음 공개된 중국 전용 준중형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 등 주위로 관람객들이 이따금 사진을 찍고 있다. 이탈리어로 축제를 뜻하는 라페스타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상하이모터쇼와 격년제로 번갈아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에서 2년 전 지드래곤을 초청해 관람객을 싹쓸이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안전 문제에 유의해달라는 주최측 요청이 있었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이 한풀 꺾인 듯했다. 환호에 휩싸였던 무대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쇼가 대신했다. 2년 전 베이징모터쇼와는 달리 늘씬한 옷차림의 외국인 모델들이 다시 등장했지만 현대‧기아차 코너에는 차분한 옷차림의 중국인 모델이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4월 25일 개막해 5월 4일 폐막한 베이징모터쇼는 노동절 연휴(4월 29일~5월 1일)가 겹쳐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연인이 많이 눈에 띄었다. 베이징모터쇼는 작년까지 9년 연속 자동차 판매량, 3년 연속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를 기록한 중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양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과 전기차에 이어 고급차 시장에서 토종의 부상과 중국시장 맞춤 모델을 내세운 다국적기업들의 공세가 맞붙고 있다.

지난해 토종 브랜드 가운데 판매량 1위에 오른 지리차는 볼보, 링크앤드코 등 3개의 부스를 별도로 운영했다. 2019년 이후 가솔린 엔진 모델을 내놓지 않겠다고 지난해 선언했던 볼보 부스에선 하이브리드 모델 XC40 등이 처음 공개됐다. 중국 최대 SUV 업체 창청(長城)은 독자브랜드 하발(HAVAL)과는 차별화된 고급 브랜드 전기 SUV 웨이(WEY) 부스를 별도로 설치했다.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 업체 중에는 토종 브랜드가 많았다. 출품된 174개 신에너지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차를 통칭하는 중국식 용어) 모델 가운데 71.3%인 124대가 토종 브랜드였다. 중국 신에너지자동차 1위인 BYD를 비롯, 텐센트가 투자한 웨이라이(蔚来‧NIO)와 바이두(百度)가 주주로 참여한 웨이마(威馬‧WM모터)처럼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쏟아졌다. 웨이라이와 웨이마 등은 벤츠 부스 등에서 볼 수 있는 가방 등 컬렉션도 선보였다. 고급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로 1958년 양산에 들어갔던 중국 최고의 리무진 훙치(紅旗‧붉은 깃발) 제조업체 이치(一汽)자동차는 녹색의 전기 스포츠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관용차 이미지가 강한 훙치의 변신을 보여준다.


훙치가 선보인 전기 스포츠 콘셉트카. / 오광진 특파원


초호화 SUV에 베팅하는 외국 자동차

중국에서 지난해 판매량 2890만대 중 약 40%인 1000만대가 SUV였다. 이러한 붐을 보여주듯 세단보다는 SUV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중국인만을 위한 전용 SUV를 처음 공개하는 해외 기업도 잇따랐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마이바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SUV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얼티미트 럭셔리’ 주위엔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외관의 붉은 색은 행운과 복, 부를 상징하고 내부를 고대 중국의 권세가가 탄 마차를 떠올리게 디자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뒷좌석 사이에는 중국 거실의 응접실처럼 다기(茶器)가 놓여있었다. 최고급 SUV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도요타는 자사의 새로운 설계철학인 TNGA(도요타 뉴글로벌 아키텍처) 기반의 소형 SUV C-HR과 아이조아(IZOA) 전기차 모델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향후 7~8년간 중국에서 48종의 신에너지차 모델을 양산하기로 한 폴크스바겐은 2020년부터 생산할 전기 자율주행 콘셉트카 I.D 비전(I.D. VIZZION)을 선보였다.


plus point

중국산 스마트카 ‘봇물’

‘바이두 아폴로 생태 협력 파트너’. 중국 장화이(江淮)자동차 부스에 세워진 팻말에 써있는 내용이다. 바이두의 자율주행시스템 ‘아폴로’에 기반한 스마트 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뜻으로 베이징자동차 등 부스 곳곳에서 이같은 팻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위주로 한 스마트카 개발이 큰 흐름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신형 전기 SUV 모델 탕(唐)을 공개하면서 ‘디링크 스마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디링크는 다른 스마트카 개발업체도 공유할 수 있는 개방 플랫폼이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Byton)은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해 손짓만으로 차량의 작동을 명령할 수 있는 스마트 SUV를 선보였다.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둥펑푸조시트로앵은 알리바바의 스마트카 운영체계인 알리OS를 탑재한 차량을 선보였다. 덥다고 얘기하면 에어컨이 작동하고, 비 온다고 말하면 와이퍼가 움직이는 음성인식 기능을 장착했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기능도 제공될 이 모델은 올 3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인공지능 스피커 알리지니를 벤츠·아우디·볼보의 미래 커넥티드카에 제공하기로 지난달 협력계약을 맺었다.

왕샤(王霞)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자동차위원회 주석은 “자동차와 인터넷의 결혼이 자동차의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2020년 신차 중 스마트카 비율을 50%로 높이는 스마트카 혁신 발전전략을 연초 마련한 데 이어 5월 1일부터 스마트 커넥티드카의 도로 테스트 업무지침을 각 지방정부에 내렸다. 자율주행차 사업을 뒷받침하는 정책의 기틀이 마련됐다.

바이두에 이어 알리바바와 텐센트까지, 이른바 인터넷 3인방이 모두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나서 BAT발(發) 스마트카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AT는 든든한 실탄으로 관련 스타트업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