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2018 프로야구 개막전. / 조선일보 DB

팬들의 성원을 받는 프로야구팀에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야구 성적과 실력이다. 하지만 야구만 잘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프로야구팀도 하나의 기업으로 매출, 영업이익 같은 경영 지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야구를 잘한다고 경영까지 잘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KBO리그(한국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사례에서 드러난다. 기아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했지만 1억2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기아에 우승 트로피를 내준 두산은 72억363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야구는 기아가 이겼지만, 경영에서는 두산이 앞섰다.

KBO리그는 야구팬들의 인기에 힘입어 매년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스스로 걷지 못하는 갓난아기와 다를 바가 없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갓난아기처럼 대부분의 한국 프로야구단도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

그렇다면 10개 프로야구단의 경영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야구단의 2017년 경영 실적을 살펴봤다. KT는 야구단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아 KT에서 운영하는 스포츠단인 KT스포츠의 실적으로 비교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KBO리그에 있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넥센타이어가 2010년부터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를 맡고 있지만, 모기업은 아니다. 실제로 히어로즈를 운영하는 건 이장석 전 대표가 세운 서울히어로즈다. 이 전 대표는 해체 위기에 몰렸던 현대 야구단을 2008년 인수했다. 이후 네이밍 마케팅과 적극적인 비용 절감 등 다른 야구단에서 신경 쓰지 않던 다양한 경영 기법을 도입해 실적을 냈다.

2016년에는 박병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이적에 따른 이적료 수입 덕분에 201억8698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8년 창단 이래 첫 흑자였다. 히어로즈는 지난해에도 19억3909만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년 연속 흑자 경영에 성공했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는 “다른 야구단과 달리 히어로즈는 모기업 지원이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2년 연속 흑자를 낸 건 히어로즈의 방식이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히어로즈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의견 거절은 기업 재무제표에 문제가 있거나 기업 존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표명하는 의견이다. 히어로즈의 감사를 맡은 리안회계법인은 “히어로즈가 연루된 소송사건 및 횡령·배임 사건의 최종 결과에 따라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히어로즈의 발목을 잡은 소송은 이장석 전 대표와 재미교포 사업가인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간의 송사다. 이 전 대표는 히어로즈 야구단을 창단할 당시 KBO에 내야 할 창단 가입금 1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 전 대표를 도와준 사람이 홍 회장이다. 이 전 대표는 홍 회장에게 20억원을 투자하면 히어로즈 지분 40%를 주겠다고 하고 투자를 받았다. 홍 회장은 2011년부터 약속한 지분을 달라고 했지만, 이 전 대표는 거절했다. 이 전 대표의 히어로즈 지분율은 67% 정도인데 여기서 40%를 주면 최대주주가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홍 회장은 2016년 사기 혐의로 이 전 대표를 고소했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이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가 추가로 밝혀졌다. 현재 이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KBO리그 매출, 메이저리그의 20분의 1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840만명을 넘었다. 2015년 이후 3년 연속 최다 관중 기록을 돌파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4.6% 많은 879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중수로만 보면 세계 최고 야구 리그인 메이저리그(미 프로야구)에 못지않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관중수는 7267만명으로 KBO리그(한국 프로야구)의 8.6배 정도였다. 한국과 미국의 인구수를 감안하면 야구 열기는 미국 못지않다.

하지만 프로야구단의 매출액을 비교하면 미국에 명함을 내밀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 KBO리그 10개 야구단이 기록한 매출액은 5200억원을 조금 넘었다. 삼성이 701억원으로 가장 많고, LG(620억원), 두산(556억원), 기아(544억원)의 순이다. 반면 메이저리그 30개 팀의 지난해 연 매출액은 100억달러(약 10조8000억원)에 달했다. KBO리그의 20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흑자를 내는 야구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영업이익을 낸 건 히어로즈와 두산뿐이다. 두산은 2016년(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LG 트윈스(-28억원), 삼성 라이온즈(-11억원), 한화 이글스(-7억원) 등 다른 야구단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의 영업적자는 123억원에 달했다.

모기업의 지원금을 제외하면 각 구단의 재무제표는 더 열악해진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다른 야구단은 대부분 모기업의 지원금이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물론 모기업 지원금도 공짜로 주는 건 아니다. 홈구장이나 유니폼, 헬멧 등에 광고를 붙이고 그 대가로 받는다. 하지만 모기업의 광고비는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매출액 1위 야구단인 삼성의 경우 모기업 지원금이 포함된 광고수입이 370억원으로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이에 비해 메이저리그나 NFL(미국 미식축구리그) 같은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은 대부분 흑자 경영을 한다. 강 교수는 “관중수 800만명을 넘어서면서 KBO리그도 시장 규모는 충분히 커졌다”며 “이제는 리그 차원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개편,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lus point

입장수입 1위는 두산

입장료 판매로 얻는 입장수입은 광고 다음으로 야구단의 큰 수익원이다. 특히 입장수입은 해당 야구팀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입장수입으로 보면 지난해 최고 인기 구단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119억원의 입장수입을 올렸다. LG(111억원)와 기아(102억원)도 100억원대였다.

KT스포츠의 입장수입이 56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고, NC(57억원)도 50억원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입장수입이 크게 요동친 구단도 있다. 롯데는 2016년 62억원에 그쳤는데 지난해에는 9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효과를 누렸다. 반면 삼성은 2016년 90억원이던 입장수입이 지난해 7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시즌 개막 직후 26경기에서 1할대 승률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출발을 하면서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은 탓이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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