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출판시장 속에서도 리디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리디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출판시장 속에서도 리디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리디

한국 출판산업은 만성 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출판 시장 규모는 2013년 7조9613억원, 2014년 7조8862억원, 2015년 7조5896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2016년엔 7조7294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2013년 수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올해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소리를 매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점들의 수익이 좋을 리 없다.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의 지난해 매출은 5450억원에 그쳤다. 2015년 5235억원, 2016년 5255억원 등에 비하면 미미한 성장세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2015년 83억원에서 지난해 56억원으로 30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온라인 전문 서점 ‘yes24’는 지난해 4568억원을 벌었지만,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열악한 업황 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 전자책 업계 1위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 주식회사(이하 리디)’다. 리디는 2014년까지만 해도 매출이 18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65억원까지 끌어올리며 3년간 약 260% 성장했다. 지난해 16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4년(27억원)에 비하면 손실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8년 법인 설립 이후 갓 10년을 넘긴 리디의 견고한 성장세 비결은 무엇일까.

리디는 신규 고객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여 덩치를 키우는 대신, 이미 리디북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리디의 사내 문화인 ‘TOC(Tears of Customers·고객의 눈물)’가 이를 뒷받침한다. 고객은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분노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뛰어난 서비스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데, 이 두 가지 눈물을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리디는 매일 아침 그 전날 고객센터에 들어온 요청사항을 취합해 대형 슬라이드에 띄워놓고 모든 직원들이 함께 읽어본 뒤에야 그날의 업무를 시작한다. 이동진 리디 최고비즈니스관리자(CBO)는 “TOC 문화는 고객의 요청사항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매일 되새기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 리디북스 고객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키다 보니 신규 고객도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고 말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집중하게 됐다. 최근 출시된 무제한 도서 월정액제 ‘리디셀렉트’가 그 결과물이다. 리디셀렉트는 월 6500원만 내면 베스트셀러를 포함한 1000여권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리디는 책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 리디북스 평점 4.0 이상의 검증된 책으로만 리디셀렉트 서비스 대상을 구성했다. 책의 선택과 구매 등 독서 경험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간단하게 구성해 고객들이 콘텐츠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줄거리 읽어주는 ‘책 끝을 접다’ 인수

리디가 콘텐츠 채널 ‘책 끝을 접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디노먼트’를 최근 인수한 것도 책 읽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책 끝을 접다’는 책의 중심 줄거리를 카드뉴스 형태로 제작해 소개하는 서비스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팔로어 수는 60만명에 달한다. 이동진 CBO는 “‘굿즈(사은품) 사니까 책이 왔다’는 농담 섞인 말이 있을 정도로 기존 서점들은 사은품을 증정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주로 사용해 왔다”며 “이러한 마케팅은 책을 실제로 읽는 행위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돈 내고 산 책을 읽지 않는다면 다음 책 구매를 망설일 수 있고 이는 결국 출판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단순히 파는 데 집중하는 마케팅보다는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며 “‘책 끝을 접다’ 서비스와 같은 내용 중심의 마케팅이 책을 소비하는 영역인 리디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디의 또 다른 성장비결로는 디지털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이 꼽힌다. 리디는 2008년 법인을 설립하고 2009년 11월 국내 최초 스마트폰 전자책 서비스인 리디북스를 론칭했다. 국내 첫 아이폰인 ‘아이폰 3GS’ 판매가 시작됐을 때였다.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책을 소비하는 방식 역시 이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는 점을 내다본 것이다. 리디북스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PC,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지만, 리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5년 리디북스 전용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PAPER)’를 출시했다.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만으로는 책을 읽는 데 한계가 있고, 태블릿PC는 스마트폰만큼 보급화되지 않은 만큼 전자책 단말기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리디의 페이퍼가 특별한 것은 리디 개발자들이 직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리디의 전 직원 150여명 중 연구·개발(R&D) 직군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plus point

[Interview] 이동진 리디 최고비즈니스관리자(CBO)
“출판 시장 불황은 소비의 위기 때문…책이 주는 가치에 집중해야”

이동진한양대 경영학과, 현대카드 마케팅부
이동진 한양대 경영학과, 현대카드 마케팅부

이동진 리디 최고비즈니스관리자(CBO)는 리디가 본격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무렵인 2012년 리디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출시된 리디의 무제한 도서 월정액제 서비스 ‘리디셀렉트’의 기획을 비롯해 콘텐츠 소싱, 마케팅 등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동진 CBO를 7월 3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리디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한국 출판산업이 만성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출판 생산 자체는 늘어나고 있고, 출판사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소비의 위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지만 기존 전통 출판업체들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출판산업 내에서도 디지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분야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웹툰, 웹소설 등이 대표적이다.”

출판산업의 성장세가 정체된 것은 독서 인구의 감소 영향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간 국내 성인이 읽은 종이책과 전자책은 1인당 평균 9.4권에 불과했다. 2011년 4.5권에서 2013년 10.2권으로 반짝 증가했지만, 2015년(9.9권)부터 다시 하락 추세다.

전자책 시장을 지금보다 더욱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자책의 성장을 위해 종이책 고객을 뺏어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이책 시장도 이미 줄어들고 있는 만큼,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쟁은 무의미하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점점 줄고있지만, 그렇다고 ‘텍스트’ 소비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텍스트 소비는 블로그,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은 이 텍스트를 소비하는 고객들을 1차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리디의 사업 방향은.
“리디북스는 출판 회사가 아니라 콘텐츠 회사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를 막론하고 콘텐츠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고품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책은 영상과 음악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더욱 고품질이라는 인식이 있고, 이에 따른 깊은 신뢰감을 준다. 리디는 이처럼 책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경쟁력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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