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협업 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협업 툴 시장이 커지고 있다.

7월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10월 8일 100일을 맞이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과도한 업무 시간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절대적인 업무량과 인력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줄어든 직장인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야근을 시켜서라도 기업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해가 지기도 전에 직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기업들 역시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들은 우선 ‘시간 낭비’ 줄이기에 나섰다. 직원들의 컴퓨터와 출입카드 정보를 수집,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업무 시간에서 제외하는 툴을 도입한 한 국내 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단순히 ‘근무 기강’을 잡는 것으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다. 주 52시간 시대의 성공법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릴 방법은 ‘협업’에 있다. 한국보다 앞서 근무시간 단축에 돌입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일찍이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고, 그 덕분에 직장 내 협업을 돕는 툴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업체 ‘리포트링커’는 올해 협업 툴 시장 규모가 345억달러(약 38조원)이며, 오는 2023년에는 599억달러(약 65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협업 툴의 1인자는 캐나다의 ‘슬랙’이다. 슬랙은 얼핏 보면 카카오톡 등 채팅 서비스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 방에 초대된 사람들끼리만 대화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개인용 메신저와 달리, 슬랙의 모든 채널(단체 대화방)과 대화 내용은 조직 내 모든 직원들에게 공개된다. 물론 비공개 채널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정보의 투명성과 그로 인한 협업을 위해 채널 공개를 권장한다.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 슬랙 최고경영자(CEO)는 “현대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 수 없고 내려진 결정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이 소외받는 느낌을 슬랙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1만명 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주요 수단으로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다면, 회사 전체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백분의 1 정도에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슬랙을 사용한다면 전체 커뮤니케이션의 최대 20%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말하고 흘러가버리는 개인용 메신저와 달리, 슬랙의 모든 대화와 자료는 영구적으로 저장되고 검색된다. 슬랙이 보편화되기 전, 미국에서는 업무 대부분을 메일로 처리해왔다. 기록으로 남고 검색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슬랙은 빠른 반응이 가능하다는 메시징앱 특유의 ‘속도감’에 메일의 저장 능력을 합했다.


글로벌 협업 툴 각축전

커뮤니케이션 기반 협업 툴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스(Teams)’가 슬랙의 대항마로 꼽힌다. MS는 협업 툴 시장이 성장할 기미를 보이자 80억달러(약 9조원)를 주고 슬랙을 인수하려 한 바 있다. 그러나 빌 게이츠 MS 창업자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MS는 자체 기업용 협업 툴 팀스를 만들어 지난해 1월 출시했다. 기존 MS의 기업용 메신저 ‘링크’를 모바일에 맞게 다듬은 뒤, MS가 보유하고 있던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팀스에 모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용 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 포 비즈니스’, 팀별로 인트라넷을 구축한 후 프로젝트에 관련된 파일과 문서를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문서중앙화 서비스인 ‘셰어포인트’, 공지와 의견을 남기고 토론할 수 있는 전사(全社) 커뮤니케이션 도구 ‘야머’ 등이 팀스에 담겨있다.

콘텐츠 기반 협업 툴로는 호주 IT 기업 ‘아틀라시안’이 개발한 ‘컨플루언스(Confluence)’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컨플루언스는 쉽게 말하면 ‘사무용 위키피디아’다. 업무마다 페이지를 만들어 업무 가이드라인부터 그 업무가 진행돼온 히스토리까지 여러 직원이 함께 기록하고 정리할 수 있다. 컨플루언스를 사용하고 있는 전자책 ‘리디북스’ 운영업체 리디 주식회사의 이정연 매니저는 “업무에 익숙지 않은 신입 직원은 컨플루언스를 통해 해당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관련 업무 공지 내용 등도 컨플루언스를 보면 모두가 한 번에 숙지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한국인에 최적화된 국산 협업 툴 3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결과물일 뿐이다. 한국에서도 이전부터 워라밸을 위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협업 툴이 개발돼 왔다.

토스랩의 ‘잔디(JANDI)’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며 협업 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잔디의 경우 부서나 프로젝트 등 주제별로 대화방을 구성해 목적에 맞는 빠른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슬랙 등과 같이 파일을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고, 다른 대화방에 공유도 가능하다. 방대한 대화의 흐름 속에서 원하는 파일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통합 검색과 스마트 필터 기능이 제공된다. 또 영상통화 기능이 있어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동료와도 협업이 가능하다. 기존 사내 시스템을 비롯해 구글 캘린더 등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온라인 뱅킹 수준으로 암호화해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점유율 상승에 한몫했다. 

네이버의 자회사 웍스모바일이 내놓은 ‘라인웍스’도 최근 한국 협업 툴 시장의 유망주로 꼽힌다. 라인웍스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네이버의 메일·드라이브·주소록과 동일한 사용자 환경(UI)을 제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라인 메신저와도 연동이 가능해 조직 내 구성원은 물론 외부 고객들과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콜라비팀이 내놓은 협업 툴 ‘콜라비’는 ‘일의 흐름’을 담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함께 해결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결과물을 공유하는 모든 과정을 한 페이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업무에 집중하는 동안 새로 도착한 소식들을 이슈별로 묶어 알려주는 ‘뉴스피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메신저 알람을 꺼놓더라도 자신에게 직접 오는 메시지와 꼭 알아야 하는 소식은 놓치지 않고 알려주는 기능을 포함했다.

최호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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