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빼앗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까지 나서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가입자 빼앗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까지 나서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음악 마니아’ 장진수씨는 요즘 출근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신난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너도 나도 무료 프로모션을 내놓는 통에 서비스를 갈아타면서 음악을 듣고 있다. 한 달에 9900원을 내고 듣던 음악을 공짜로 듣는다.

시작은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플로’였다. 서비스 시작과 함께 3개월 무료 이용권을 뿌리며 공격적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위협을 느낀 멜론, 지니도 곧이어 2개월 무료 이용권 등의 프로모션으로 응수했다.

가입자 빼앗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에 최근 세계 1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까지 나섰다. 스포티파이는 2008년 스웨덴에서 첫선을 보였다. 돈을 내거나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아 음악을 듣던 방식이 일반적이던 때, 언제든 사이트에 접속해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어 인기였다.

현재 스포티파이는 한 달에 9.99달러만 내면 광고 없이 무제한으로 고음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곡과 곡 사이에 광고를 시청하면 무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법인 설립을 앞두고 국내 저작권 신탁 단체들과 저작권료 배분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가입자 수 1억9100만 명을 확보한 최대 음원 공룡의 한국 진출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G 시대에 어떤 대박 터질지 몰라…한국을 시험무대로

이미 ‘레드오션’인 한국 음원 시장에 스포티파이가 진출하는 것은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본 투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장의 주도권은 통신사가 소유한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쥐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카카오가 소유한 멜론이 시장 점유율 44.9%로 부동의 1위다. 이 뒤를 KT와 CJ ENM이 지분을 가진 지니뮤직(22.3%), SKT의 플로(17.3%)가 잇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까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스포티파이가 들어올 여지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한국은 스포티파이가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국제 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한국의 음원 유통 시장 규모는 3억3000만달러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에 이어 8번째로 크다. 이 중에서 디지털 음원(이하 음원) 시장 비중은 59%로 실물 음반 비중(35%)보다 훨씬 크다. 음원 비중으로만 따지면 미국(70%), 호주(64%), 캐나다(63%)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나라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2017년 68억8500만달러에서 2020년 110억6300만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음원 업계와 증권 시장 관계자들은 스포티파이를 비롯한 음원 스트리밍 업체가 5G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병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스트리밍 플랫폼 등 IT와 5G 기반이 잘 갖춰진 시장”이라며 “스포티파이 역시 한국을 5G 서비스의 시험대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5G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LTE (4세대 이동통신)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른 5G가 상용화되면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과 음원이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6년 전 사모펀드를 거쳐 카카오에 멜론을 매각했던 SKT도 지난해 플로로 음원 시장에 재진입했다. 배정민 SKT 매니저는 “5G 시대에 어떤 분야에서 어떤 킬러 서비스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는 음악’ 같이 신개념 서비스로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 국내 업체와 다른 비즈니스모델 노릴 수도

스포티파이에 앞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업체는 세계 2위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애플뮤직이다. 하지만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로도 국내 업체 틈바구니에 끼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가 음원 유통 사업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한국 음원 시장의 특성 때문에 애플뮤직에서는 한국 가요 음원을 듣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뮤직에서 가수 아이유의 노래를 검색하면 17곡이 검색된다. 아이유 소속사 카카오가 운영하는 멜론에서 아이유로 검색하면 200곡 이상이 뜨는 것과 비교된다. 이런 이유로 애플뮤직은 서비스 초창기부터 국내 가요 음원이 별로 없는 ‘반쪽 짜리’ 서비스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 시장 진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장 점유율 1%대에 채 못 미치고 있다.

스포티파이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음원 저작권을 가진 유통 업체들이 이번에는 스포티파이와 저작권 관련 합의를 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음원 업계도 유튜브가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한 것에 자극받았다”면서 “음원 이용료를 받지 않고 음원을 확산시키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광고 수익 배분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스포티파이의 무료 구독 모델이 한국에 등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에서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스포티파이는 2017년부터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Spotify for Artist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나 유통 채널과 계약하지는 못했지만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스포티파이를 통해 대중과 더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음악가들은 자신의 음악을 소비한 이용자들에 대한 정보, 시간대별 청취율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무료로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음원이 플랫폼에서 소비된 만큼 저작권료도 지불한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획사와 계약하는 등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도 이용자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셈”이라며 “음원 유통 플랫폼 역할에서 벗어나는 시도로 산업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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