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이 5일 인터뷰에서 베트남 진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인원 기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이 5일 인터뷰에서 베트남 진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인원 기자

화장실을 집 안에 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1968년. 동네 사람들 모두 화장실을 공유해야 했고, 깨끗한 화장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게에 딸린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주인들은 돈 벌기 바빠 화장실 청소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음식 냄새와 화장실의 암모니아 냄새가 섞여 진동을 했다.

월사금을 못 내 국민학교 졸업장도 못 받고 아이스케키·메밀묵 장사, 구두닦이 등을 전전하던 한 청년은 이 더러운 화장실에서 기회를 봤다(국민학교 졸업장은 37년 뒤에 받았다).

누구도 손대기 싫어 하는 화장실 청소를 대신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세제의 혁명’으로 불리던 하이타이 한 봉지와 양은 바스켓(양동이)을 들고 소변 때문에 누렇게 변해버린 변기통을 박박 닦았다.

그랬던 청년이 이제 국내 최대 아웃소싱 업체를 운영한다. 삼구아이앤씨의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이 그 주인공이다. 1968년 설립한 회사는 매출이 1조원 규모로 커졌고 그사이 직원 수는 3만 명을 넘겼다. 그는 회장이나 사장이란 직함 대신 책임대표사원이란 말을 쓴다. 사원을 대표해서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낡은 건물의 화장실을 청소하던 삼구아이앤씨는 이제 국내를 넘어 미국과 중국, 베트남으로 진출했다. 6월 5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 삼구아이앤씨 사무실에서 구 책임대표사원을 만났다.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베트남 맛바오BPO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구아이앤씨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베트남 맛바오BPO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삼구아이앤씨

창립 50년여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연매출 1조원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한 게 아니다. 회사를 설립한 1968년부터 86년까지는 매출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규모가 매우 미미했다.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고객사와 구성원이 늘어나고, 구성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수고해준 덕분에 오늘처럼 성장했다. 모든 임직원들의 덕으로 오늘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웃소싱 산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웃소싱 산업이 주요 산업을 뒷받침해야 국가 전체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 각 기업은 핵심 업무에만 집중하고 건물 관리나 청소 같은 보조 업무는 아웃소싱 업체가 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웃소싱도 나름의 전문 분야다. 청소만 봐도 약품부터 기술까지 모두 해외 선진 기업에서 공부해 들여왔다. 전문 영역은 전문가들이 하는게 맞다고 본다.”

최근 베트남 아웃소싱 기업 ‘맛바오BPO’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베트남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현재 베트남에 한국 기업만 7000여 개가 진출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고도화한 한국식 아웃소싱에 익숙한 회사들이다. 그러나 베트남 아웃소싱 산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다 보니 현지 업체만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 인프라를 갖춘 현지 아웃소싱 기업에 삼구아이앤씨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베트남에 있는 한국 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삼구아이앤씨의 성장엔 적극적인 인수·합병(M&A)도 한몫했다. M&A 대상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돈이 된다고 모든 기업을 인수하진 않는다. 모르는 분야에는 섣불리 도전하지 않는다. 우리와 익숙한 업종이어야 한다. 그래야 양사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천천히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기업 문화다. 직원을 존중하지 않고 수익만을 좇는 회사는 오래갈 수 없다. 맛바오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는 코트라의 도움으로 알게 됐는데, 베트남 업체 중 이 회사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기업 문화 때문이다. 레 하이 빈 회장이 직원들을 동료처럼 대하는 모습,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는 모습 등을 보고 최종 인수를 결정했다.”

앞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사업 계획에 대해 소개해달라.
“베트남 시장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베트남 내에서는 단순 인력 공급뿐만 아니라 교육기관까지 설립하려 한다. 베트남 사람은 똑똑하고 부지런하다. 해외 어느 나라에 보내도 성공할 사람들이다. 이런 베트남 사람을 교육시켜 해외로 보내려고 한다. 특히 유럽 쪽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중에 기관을 설립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다음 진출 국가는 인도네시아다. 한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한국식 아웃소싱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50년은 일등 회사가 아니라 일류 회사가 되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일등은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류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임직원이 생각하는 방식, 업무 처리 절차, 결과물까지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단순히 실적 등에 조급해 하지 않으면서 그 어떤 기업과도 비교될 수 없는, 우아함이 묻어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이윤정 조선비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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