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층 라운지 ‘더라이브러리’에서 파는 ‘애플망고빙수’. 사진 신라호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1층 라운지 ‘더라이브러리’에서 파는 ‘애플망고빙수’. 사진 신라호텔

올해도 어김없다. 여름은 바야흐로 빙수의 계절. 곳곳에서 갖은 과일과 재료를 넣은 빙수가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빙수 마니아들이 최고로 치는 전통의 빙수는 따로 있다. 그중 하나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애망빙’이다. 애플망고빙수의 줄임말로 신라호텔 1층 라운지 더라이브러리에서 판다.

지난해 신라호텔에서는 애망빙을 판매한 94일 동안 총 1만5000그릇을 판매했다. 5만4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하루 평균 160그릇이 팔린 것이다. 올해 출시 초기 판매 성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 더 좋다고 한다. ‘여름=애망빙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망빙이 신라호텔의 시그니처 디저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애플망고빙수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신라호텔 요리사들은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디저트 메뉴를 개발 중이었다. 때마침 제주 현지에서는 기후 변화에 맞춰 고소득 아열대 작물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농가가 막 확산되던 참이었다. 껍질이 빨간 애플망고는 태국산 등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오는 노란색 망고보다 씨가 작아 과육이 많고 당도가 높았다. 이 과일은 곧바로 제주신라호텔의 빙수 메뉴로 낙점됐다.

제주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서울신라호텔에도 같은 메뉴 출시 요청이 이어졌다고 한다. 제주신라호텔에서 애망빙을 맛본 사람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3년 후인 2011년 서울신라호텔에서도 애망빙을 내놨다. 당시엔 생소했던 과일인 애플망고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제주도 호텔의 산지 특산 디저트 메뉴가 특급호텔 고급 빙수 열풍을 몰고온 전국구 여름 보양식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애망빙 ‘인증샷’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널리 퍼진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애망빙 ‘인증샷’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널리 퍼진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신라호텔 애망빙의 가장 큰 강점은 제주산 애플망고에서 찾은 맛과 향이다. 애플망고 특유의 진하고 밀도 있는 단맛에 단단한 식감, 은은한 사과 향까지 어우러졌다. 깍둑썰기로 한가득 쌓인 애플망고를 걷어내면 나타나는 켜켜이 쌓인 눈꽃 우유 얼음도 미식가 입맛을 사로잡았다. 같이 나오는 수제 망고아이스크림과 팥도 맛이 좋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애플망고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신라호텔은 원자재 공수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매년 서울의 구매팀 담당자가 제주로 날아가 열매를 체크한다. 기본 당도는 13브릭스(brix·당도 측정 단위) 이상이지만, 실제로는 17~18브릭스 정도를 쓴다. 특히 수입산 망고가 후숙, 증기 소독 과정을 거치며 향이 날아가는 것과 비교해 제주산은 완숙 후 수확해 신선도와 풍미가 좋다고 한다. 같이 제공되는 팥은 매일 아침 당일 판매할 양만큼만 만들어 신선함을 유지한다.

출시 즈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음식 사진 찍기 열풍이 불었다. 특히 사진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먹스타그램(먹다+인스타그램 합성어)’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비주얼을 가진)’이라는 단어가 식음료 업계의 키워드가 됐다. 애망빙이 전국구 수퍼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다. 빙수대접에 산더미처럼 쌓인 애플망고 이미지는 이런 트렌드에 딱이었다.

럭셔리 고가 마케팅도 신라호텔 애망빙의 성공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애망빙의 가격은 서울신라호텔 출시 당시 2만7000원에서 시작해서 2019년 5만4000원으로 두 배 올랐다. 시중 빙수 가격이 8000~1만원대인 것과 비교해 비싸다. 그래서 초창기부터 빙수 한 그릇에 수만원이라는 사실이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다.

그러다 기류가 바뀐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나타난 20·30대의 소비 행태다. ‘스몰 럭셔리(식료품·화장품 등 비교적 작은 제품군에서 사치를 부리는 것)’ ‘가심비(가성비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따지는 소비)’가 소비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 서너 명이 함께 애망빙을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SNS에서는 수많은 아크릴 조각이 천장에 매달려 은하수 같은 분위기를 내는 ‘비공식 포토존’ 로비에서 인증샷을 찍고 바로 옆에 있는 더라이브러리에서 애망빙을 주문해 찍어 놓은 게시물이 넘쳐난다. 인스타그램에서 #더라이브러리를 찾으면 1만8000개의 사진이 뜬다.

이렇게 ‘인증샷’ 찍기 좋은 모양과 특급호텔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 ‘작은 사치’ 소비 행태까지 더해져 신라호텔 애망빙은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출시 이후 다른 특급호텔과 프랜차이즈 디저트 업계 등에서 ‘망빙’ 열풍이 불었지만, 지금도 원조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우리 애망빙을 찾는 여성 손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고가 논란에 대해 신라호텔 측은 개당 2만원이 넘는 과일 가격을 든다. 한 그릇에 애플망고 1개 반~2개(410g) 정도가 들어가는 것을 따지면 원가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지 작황에 따라 과일 가격이 오르내린 탓에 2017년에는 처음으로 원가가 판매가를 웃돌기도 했다. 신라호텔은 이후 애플망고 가격 연동제를 도입해 원가에 따라 가격을 조절하기로 했다.


plus point

올해 최고가 빙수는 한 그릇 5만7000원

그랜드하얏트 서울 ‘초콜릿 볼 아이스크림 빙수’. 사진 그랜드하얏트
그랜드하얏트 서울 ‘초콜릿 볼 아이스크림 빙수’. 사진 그랜드하얏트

2011년 신라호텔 ‘애망빙’의 성공은 곧바로 다른 특급호텔의 고가 빙수 열풍을 몰고 왔다. ‘원조’처럼 애플망고, 일반 망고 등을 쓰기도 하지만, 다른 과일이나 재료를 넣어 변형을 시도하기도 한다.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서울은 토마토, 체리를 넣은 빙수를 3만3000원에 내놓았다.

과일 외에 독특한 재료를 넣은 빙수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가 내놓은 ‘헬시모링가빙수(4만5000원)’다. 녹차 맛이 나는 모링가라는 인도의 콩과(科) 열매를 넣어 만들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만든 쑥을 넣은 ‘레트로 쑥 빙수(3만8000원)’도 있다.

호텔 빙수들은 특히 ‘인증샷’ 찍기 좋게 꾸민 ‘만듦새’에 공을 들인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베리류를 얹은 빙수에 초콜릿 뚜껑을 덮어 부숴먹을 수 있게 만든 ‘초콜릿 볼 아이스크림 빙수(4만2000원)’, 콘래드 서울은 그릇 아래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빙수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37빙수(4만2000원)’를 내놔 화제를 모았다.

모양과 원재료는 다 다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하나, 높은 가격대다. 올해 호텔 시그니엘 서울이 내놓은 ‘망고 코코넛빙수’는 3만5000원,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제주의 ‘애플망고빙수’는 3만9000원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애플망고빙수’는 5만7000원으로 호텔 업계 빙수 중 최고가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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