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한 일본인 먹방 유튜버가 상당히 매워 보이는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다. 한 입 먹자마자 “엄청 맵다. 목에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다”라며 바로 음료수를 마셨다. 그는 “입술이 얼얼해진다. 우유 없이는 못 먹을 것 같다”며 얼굴이 붉어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
500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한 일본인 먹방 유튜버가 상당히 매워 보이는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다. 한 입 먹자마자 “엄청 맵다. 목에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다”라며 바로 음료수를 마셨다. 그는 “입술이 얼얼해진다. 우유 없이는 못 먹을 것 같다”며 얼굴이 붉어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

삼양식품에서 출시한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에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키워드로 영상을 검색하면 수백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지금도 동영상이 쉴 새 없이 업로드되고 있을만큼, 세계적으로 ‘매운 라면 먹기’ 도전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국내 소매점의 라면 매출액 순위에서 작년에 8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은 봉지라면만 100여 종류가 넘는데, 인기 라면은 대부분 국물이 있는 라면이다. 볶음라면으로 10위 안에 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제품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라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시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이다. 신라면·진라면 등의 스테디셀러 제품은 출시한 지 30여 년이나 지난 반면, 불닭볶음면은 출시한 지 겨우 7년에 불과하다.

또 국내 판매 비율이 높은 다른 제품들과 달리, 불닭볶음면은 해외와 국내 판매 비율이 각각 61%, 39%로 해외 판매 비율이 월등히 높다. 불닭 브랜드의 작년 매출 중 수출이 1730억원, 내수가 1095억원이었다. 세계 누적 판매량은 18억 개에 달한다.

덕분에 삼양식품은 매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15년 3000억원을 밑돌던 삼양식품의 매출은 지난해 4693억원으로 급상승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1억원에서 551억원으로 670%나 증가했다. 임직원 수도 1107명에서 현재 1546명으로 늘어났다. 2012년엔 일본, 독일, 뉴질랜드 3개국에만 수출했으나 현재 ‘불닭’이라는 이름이 붙은 제품을 76개국에 수출하며 삼양식품 해외 매출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단기간에 인기를 끈 이유가 무엇인지를 세 가지로 분석해봤다.


현지인의 반응을 직접 촬영한 해외 유튜버 영상도 있다. ‘런던의 불닭볶음면 도전’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는 영국인이 불닭볶음면을 먹은 뒤의 반응을 보여줬다. 동영상 속의 한 영국인 중년 남성은 “점점 더 매워지는 거냐, 너무 맵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사진 유튜브 캡처
현지인의 반응을 직접 촬영한 해외 유튜버 영상도 있다. ‘런던의 불닭볶음면 도전’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서는 영국인이 불닭볶음면을 먹은 뒤의 반응을 보여줬다. 동영상 속의 한 영국인 중년 남성은 “점점 더 매워지는 거냐, 너무 맵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사진 유튜브 캡처

대박 난 이유 1│
한정판 출시로 소비자와 ‘밀당’ 마케팅

불닭볶음면은 소비자의 요구를 적절히 받아들이는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펼치고 있다.

모디슈머(수정하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의 합성어·체험적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소스와 불닭볶음면을 같이 조리해서 먹으면 맛있다”는 조리법을 내놓자, 삼양식품은 10억 봉지 판매기념으로 2017년 12월부터 3개월간 ‘까르보불닭볶음면’을 한정 출시했다. 한정 판매 기간에만 3600만 개가 팔렸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소비자들의 재판매 요청이 쇄도해 결국 2018년 5월에 정식 출시하게 됐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소스만 따로 판매한다며 ‘불닭소스’도 한정 출시했다. 소스만 따로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의 문의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제품도 마찬가지로 2019년 4월에 정식으로 출시하게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정 판매 제품의 정식 출시 여부는 소비자의 반응과 의견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대박 난 이유 2│
히트하면 제품군 빠르게 확대

현재 불닭볶음면은 ‘라면’ 시리즈만 총 9개 출시한 상태다. ‘불닭볶음면’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삼양식품은 다양한 식품군에 ‘불닭’을 접목시켰다. 떡볶이, 쫄면, 훈제란, 소시지, 아몬드 등 과자류까지 모든 제품군의 수를 다 합하면 30종 정도 된다.

특히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일컬어지는 떡볶이에 불닭소스를 접목시킨 ‘불닭떡볶이’는 출시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를 오르내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떡볶이는 불닭의 맛을 라면보다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에게 부합하는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불닭 브랜드의 범위를 점차 확장시켜 다양한 소비자층에 어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박 난 이유 3│
유튜브 타고 K푸드 대표주자로

해외에서는 여전히 ‘파이어 누들 챌린지’ 가 인기다. 불닭볶음면의 수출이 시작되면서 매운맛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에게 일종의 ‘도전 정신’을 일으키는 음식이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유튜버 섭외를 하거나 삼양식품에서 일부러 홍보한 것은 아니다”라며 “‘파이어 누들 챌린지’ 자체가 외국인이 매운 맛을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튜브에 ‘불닭볶음면 먹방’ 영상이 외국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됐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라면 시장인 중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유튜브 관련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권 젊은 소비자들에게 한국산 매운 라면 인기가 높아졌는데, 그 대표주자가 불닭볶음면이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핵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이 세 제품을 애초에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수출용으로만 출시했다. 삼양식품 해외 마케팅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먼저 출시 했고, 국내는 해외 출시 제품을 맛보길 원하는 소비자의 요청이 들어와 뒤늦게 출시하게 됐다”고 전했다.


Plus Point

매운 정도 나타내는 스코빌지수를 처음 도입한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 국내 라면 업계 최초로 매움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SHU· Scoville Heat Unit)를 도입했다. 초창기에는 매운맛을 원하는 ‘마니아층’ 소비자들을 위한 마케팅이었다. 하지만 이후 유행처럼 매운맛에 도전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4404, ‘핵불닭볶음면’의 스코빌지수는 1만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삼양식품은 한정판 ‘핵불닭볶음면 미니’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스코빌지수가 무려 1만2000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됐다. 매운 강도가 수치로 보이게끔 한 마케팅 전략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