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첫선을 보인 드럭스토어 ‘세포라 파르나스몰점’. 흑백으로 맞춘 내부 인테리어가 기존 한국 드럭스토어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세포라코리아
한국에 첫선을 보인 드럭스토어 ‘세포라 파르나스몰점’. 흑백으로 맞춘 내부 인테리어가 기존 한국 드럭스토어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세포라코리아

10월 29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지하 파르나스몰에 있는 세포라.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세포라 매장은 구경하는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고객층 대부분은 10~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에 속하는 드럭스토어(미용·건강 관련 상품이나 음료 등을 판매하는 소매 업체)인 세포라 내부는 평소에 알던 드럭스토어와 사뭇 달랐다. 한쪽 벽은 ‘이브 생 로랑’ ‘맥’ ‘크리스티앙 디오르’ 등 백화점 1층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로 가득했다. 반대쪽에는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를 배치해 외국인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련된 조명 아래에는 검은색의 진열장이 브랜드별로 나열돼 있었다.

세포라는 지금까지 한국에 없던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차별화 전략도 썼다. 섀도 팔레트로 유명한 미국 화장품 ‘타르트(Tarte)’, 두바이를 대표하는 화장품 ‘후다 뷰티(Huda Beauty)’, 눈썹 화장품이 유명한 미국 ‘아나스타샤 베벌리힐스(Anastasia Beverly Hills)’ 등이 그 주인공. 그동안 해당 브랜드는 한국에서 구매할 길이 없어 해외 직구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 ‘코덕(코스메틱 덕후의 줄임말)’이 세포라의 한국 진출에 환호했던 이유 중 하나다. 고객들은 한국에 처음 선보인 제품 위주로 테스터(견본으로 제공되는 화장품)를 이용해 제품을 비교했다.


메이크업 서비스, 다이슨 체험 가능

세포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고객에게 화장해주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기존 드럭스토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세포라에 근무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뷰티 어드바이저’는 매장 한가운데 있는 ‘뷰티 스튜디오’에서 15분 동안 무료로 메이크업을 해준다. 고객이 피부 표현, 눈‧입술 메이크업 등 7가지 메뉴 중에서 원하는 것을 택하면 뷰티 어드바이저가 고객에게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골라준다. 이날 한 고객이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 색상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자, 뷰티 어드바이저가 여러 종류의 파운데이션을 고객이 써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뷰티 스튜디오 옆에는 ‘다이슨 헤어스타일링 바’가 마련돼 있었다. 고급 드라이어와 헤어스타일링기 십여 가지가 놓여 있어 고객이 마음껏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거울을 보며 사용해도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다.

세포라 매장은 수십 종의 브랜드가 모인 ‘종합 몰’과 같은 느낌을 줬다. 백화점과 같은 제품을 판매하지만, 세포라 내부에서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사용해 볼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세포라 코리아 관계자는 “폭넓은 고객층에게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체험하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세포라 매장에 처음 방문한 윤소이(26)씨는 “세포라에서는 마음껏 테스트를 해도 직원의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백화점 브랜드가 세포라에도 입점해 있지만 뷰티 어드바이저가 일일이 고객을 응대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세포라 파르나스몰점 내부의 ‘뷰티 스튜디오’. 한 여성 고객이 ‘뷰티 어드바이저’와 피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박채원 인턴기자
세포라 파르나스몰점 내부의 ‘뷰티 스튜디오’. 한 여성 고객이 ‘뷰티 어드바이저’와 피부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 박채원 인턴기자

드럭스토어 시장, 5년 만에 313% 성장

한국의 드럭스토어 시장은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드럭스토어의 오프라인 매출은 2013년 5920억원에서 2018년 2조4464억원으로 5년 만에 313% 성장했다.

세포라가 있는 삼성역 지하 코엑스몰에는 올리브영(CJ올리브네트웍스),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등 한국을 대표하는 드럭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최근 드럭스토어는 단독 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기존에 없던 제품을 선보이며 고객의 발길을 잡으려 하고 있다.

국내 드럭스토어 점유율 1위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지난 5월부터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를 온·오프라인 매장에 들여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드럭스토어에서 보기 힘들었던 ‘맥’ ‘슈에무라’ ‘에스티로더’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부터 ‘투쿨포스쿨’ ‘3CE’ 등 중소 브랜드까지 입점시켜 제품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GS리테일의 드럭스토어 ‘랄라블라’는 최근 KGC인삼공사와 손잡고 ‘원스 인어 문(Once in a moon)’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생리 중인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기초 화장품, 마스크팩, 영양제, 부기 완화 제품을 선보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없었던 시도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 2월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브랜드명을 변경하면서 단순히 뷰티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롭스’는 천연 화장품 브랜드 ‘시드물’을 단독 유치했다. 온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롭스 직원인 이세인(23)씨는 “온라인에서 인기 있던 브랜드를 매장에 유치하자, 해당 제품을 구매하러 롭스를 방문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한국 드럭스토어가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마녀공장’ ‘삐아’ 등 경쟁력 있는 인터넷 기반 중저가 브랜드와 해외 유명 더마 브랜드(의사·약사가 개발한 화장품) 등을 먼저 배치해 품질이나 가격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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