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희연세대 식품공학과, 진로 생산담당 이사 / 문세희 화요 대표가 화요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문세희
연세대 식품공학과, 진로 생산담당 이사 / 문세희 화요 대표가 화요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국내 증류식 소주 르네상스’의 주역인 화요가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화요25가 대회 최고상인 ‘Best of Best상(증류식 소주 부문)’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받았고, 화요41 역시 대상을 받았다. 매년 20~3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화요가 ‘시장의 인기’와 더불어 ‘전문가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2019년 화요 매출은 213억원에 달했다. 전년도는 176억원이었다. 2020년 목표는 28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30% 늘려 잡은 수치다. 문세희 화요 대표는 “화요는 매년 20~30%씩 성장을 거듭하는 추세에 있으며, 보다 시장 지향적이고 과학적인 생산을 위해 2019년부터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화요가 출시된 것은 2005년이다. 초창기부터 화요의 생산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문세희 화요 대표이사를 만나 화요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을 물어봤다. 그는 올해 1월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화요 창업자인 조태권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다.


화요는 소주 증류 후 3개월 이상 옹기 숙성을 거쳐 생산을 마무리한다. 오른쪽 사진은 감압증류설비. 사진 화요
화요는 소주 증류 후 3개월 이상 옹기 숙성을 거쳐 생산을 마무리한다. 오른쪽 사진은 감압증류설비. 사진 화요

화요25의 인기 비결은.
“증류식 소주라고 하면 탄내가 나고 맛이 강한 술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화요25는 그런 증류식 소주의 특성이 있으면서도 마시기 편하고 부드러우며 순수한 맛을 지니고 있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생각한다. 증류식 소주 특유의 깊은 맛이 있으면서도, 마시기에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게 화요25다.”

화요25는 물을 타서 도수를 낮춘다. 도수를 낮추면 쓴맛이 도드라지는데 이는 어떻게 해결하나.
“화요25와 화요41은 다 같은 원액에서 만들어진다. 도수 45도의 증류식 소주 원액에 일부 물을 타서 41도, 25도로 맞춘다. 그러나 다른 술과 다른 점은 최소 3개월 이상 옹기 숙성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로 희석해도 쓴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원숙하고 깨끗한 맛을 내는 것은 공기가 숨을 쉬는 옹기에서 술을 숙성하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술뿐만 아니라 김치 같은 발효음식은 옹기에 넣어 숙성해왔다. 숙성은 다른 말로 ‘미세 산화’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산소가 술 속으로 들어가서 술 성분이 산화작용을 일으키면 술맛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진다. 옹기의 미세한 구멍 속으로 공기 유통이 이뤄져 소주의 거친 맛이 원숙해진다.”

화요에 천연 누룩 대신 인공배양 효모인 입국을 사용하는 이유는.
“쌀로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제인 누룩이나 입국을 써야 한다. 누룩과 입국은 만드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누룩은 통밀을 빻은 뒤 성형(대개 둥근 형태로 만든다)해서 미생물들이 떠돌아다니는 공기와 접촉하도록 몇 개월 동안 띄운다. 이럴 경우 여러 미생물이 누룩에 와서 붙는 식으로 누룩이 완성된다. 이 과정을 누룩 배양이라고 한다. 자연 상태에서 띄우는 누룩에는 공기 중의 다양한 미생물이 스며들어 향과 맛이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역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반면 입국은 우리가 필요한 미생물 한 가지만 접종해서 키운다. 이런 제조 방법상의 차이로 누룩으로 만든 술은 입국으로 만든 술보다 맛이나 향이 복잡하다. 여러 가지 맛이 난다. 발효 과정에서 각종 미생물이 활동하기 때문에 향과 맛이 복잡한 것이다. 반면에 입국으로 만든 술은 우리가 필요한 미생물만 넣었기 때문에 맛이 복잡하지 않다. 약간 단순하지만 깨끗하고, 소프트한 술이 만들어진다. 이런 차이가 있다.”

청와대 행사 등 정부 주관 행사 공식 술로 선정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화요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증류식 소주지만, 주세법상 전통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다. 주세법상 전통주는 제조 방법이 아닌 제조 주체 즉 농민·명인이나 민속주 제조자만 만들 수 있게 돼 있다. 국내 증류식 소주의 선두주자인 화요는 희석식 소주와 같이 ‘일반 주류’로 돼 있다. 그런데 청와대 행사 시 술은 전통술 중에서 고른다. 그래서 화요는 이런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전통주 분류 기준을 이제 바꿔야 한다’라고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전통주 제조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는데.
“증류식 소주 시장이 몇 년 전부터 커지고 있다. 화요도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13억원. 그 전해 매출은 176억원. 올해는 전년보다 30% 늘어난 280억원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도 증류식 소주 시장의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 중이다. 화요의 안정적인 품질·위생·공정 시스템에서 스마트팩토리는 꼭 필요하다. 2019년부터 스마트팩토리와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시스템 구축을 동시에 시작했다.”

화요는 여전히 수출 비중이 작다. 수출 확대의 걸림돌은.
“2019년 매출액 213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은 5억원 정도다. 수출 비중이 작은 것은 맞다. 수출이 활성화하려면 우선 국내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한다. 증류식 소주 시장 자체가 커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4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술은 국내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해외 인지도를 높여 수출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내수가 수출의 전제 조건이다. 국내 인지도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나 아직은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 자체가 작아 수출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술 시장을 키우려면 수출 활성화는 필수적이다. 일본만 보더라도, 술 내수 시장이 줄어드니까 정부가 나서서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많이 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술 수출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술을 빼놓고 ‘음식의 세계화’를 달성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